[투데이에너지 최인식 기자] 지난달 22일 제정·공포된 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이하 화평법)이 2015년 1월1일부터 효력을 발휘해 국내 산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하 유해법)으로 관리하던 신규화학물질은 물론 기존화학물질까지 관리·등록대상에 포함돼 가스, 페인트는 물론 각종 공산품의 원료가 되는 성분의 관리방침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산업현장에서 쓰이던 화학물질은 대부분 기존화학물질 범위의 기준시점인 1992년 이전에 국내에 유통된 것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물질을 제조·수입하던 기업들은 등록 및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소모될 전망이다.

화평법은 화학물질의 위해성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화학물질 사고를 사전예방적으로 관리할 목적과 ‘화학물질의 등록→유·위해성 확인→유해물질 지정’ 등의 체계가 EU, 일본, 중국 등에 의해 국제적 추세로 변해감에 따라 제정됐다.

또한 최근 연달아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요인도 작용했다.

하지만 등록·평가에 필요한 물질 시험 등 자료제작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제출 자료 작성에 드는 비용은 물질별로 차이가 있지만 위해성 시험까지 포함한다면 한 가지 물질에 최대 30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관련기업들이 비용을 분담하도록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업계는 이러한 원칙이 과연 잘 지켜질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료제출에 필요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이 국내에 몇 군데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4월 열린 화평법 공청회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거론돼 화평법 시행 전까지 관련 시험기관을 만들면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있는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비임상시험규정)인증기관과 인력이 기업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2015년까지 모든 화학물질의 시험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이러한 요소들은 하루아침에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화평법 시행 전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기관 및 전문가부터 우선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평법만 제정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통합적인 법체계 정비도 필요하다. 환경부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2015년부터 유해법을 갈음, 화평법과 동시 시행), 고용노동부의 사업안전보건법,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 등록 및 관리에 따라서 법이 나뉘다 보니 내용 중복, 누락, 책임공방 등의 위험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화학물질사고의 단골손님이 돼버린 불산의 경우 물질등록은 환경부에, 사업장 사용 신고는 지방자치단체에, 사고발생 시 피해보상과 복구 대책은 안전행정부로 각각 나눠져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해야 하지만 불산은 유해·위험물질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에 정부는 화평법 시행일인 2015년이 도래하기 전까지 관련 법체계를 꼼꼼히 정비·보완하고 산업계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을 세워 화학물질 사고예방과 국내 산업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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