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응기 기자] 지난 4일 EU집행위원회의 중국산 태양광패널 반덤핑관세 부과 판정에 대해 중국이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서 EU와 중국간 반덤핑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보복성 반덤핑 개시
KOTRA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EU 집행위 잠정 반덤핑 관세부과 발표 하루 후인 5일 EU로부터 수입되는 와인에 대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와인 보복’은 지난달 24일의 반덤핑 관세 부과 투표에서 중국 태양광패널에 대한 관세부과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타깃으로 한 것이다.

또한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와인뿐만 아니라 EU산 고급 자동차에 대해 반덤핑 관세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중국의 보복성 관세 부과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자동차공업협회는 중국이 오는 7월 초 유럽산 고급 차량에 대한 반덤핑 초기 조사를 진행, 빠르면 9월 초에 반덤핑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유럽의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30년만에 사상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중국의 이 조치는 EU를 강도 높게 압박하기 위한 협상 카드인 것으로 보인다

▲ 최근 EU-중국간 무역갈등.

◆EU의 반덤핑관세 부과 배경
중국의 태양광은 10년 전만해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투자로 EU시장의 80% 및 전세계시장의 65%라는 경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기업의 유럽시장 진출과 급속한 성장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또한 큰 요인이 됐다.

특히 중국산 태양광패널은 정부 보조금 영향으로 생산비보다 88%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고 EU 측은 밝혔다.

이로 인해 노르웨이의 REC, 영국의 BP-Solar, 독일의 Phoenix Solar, Q-cells 등 유럽 내 많은 태양광기업이 파산하기에 이르면서 반중 정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태양광산업에서의 중국기업의 빠른 시장 잠식으로 유럽의 관련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기타 산업 분야로의 파급효과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EU의 높은 실업률과 국가채무 등으로 각국의 경제위기 고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제조업분야에서도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인한 각국 기업의 소모적 저가 경쟁이 심화되고 피해사례가 속출하면서 중국산 덤핑 제품에 대한 EU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게 됐다.

◆EU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속내
대내·외 수요 개선의 지연과 성장률 둔화로 중국도 EU시장이 중요하지만 EU보다는 여유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둔화되는 성장률과 교역증가율로 EU가 중요한 경제 파트너지만 중국의 전체 교역규모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EU 소속 20위 이내 국가는 독일(5위), 네덜란드(6위), 영국(12위) 등 3개국 등으로 EU와 갈등이 심화되더라도 EU에 비해 중국이 입는 교역상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태양광산업 관련 기업의 파산 및 경영난, 태양광산업 전체의 위기상황에서 유럽시장을 놓치기는 어려워 EU의 태양광패널 반덤핑 부과 결정에 여러 카드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4일 개최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태양광산업은 신에너지산업의 중요한 발전방향이지만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라며 “국제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 확보와 산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세계 최대 태양광패널업체인 썬텍의 파산과 중국 태양광 2위 업체인 LDK솔라의 파산위기 등에 직면하면서 정부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와 EU시장을 놓칠수 없는 절박함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이다.

홍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태양광패널에 불공정한 반덤핑 관세를 매긴 것에 단호한 반대의 뜻을 표한다”라며 “유럽이 무역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EU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홍레이 대변인은 EU가 관세율을 47%에서 11%로 낮춘 점에 주목하고 “EU가 성의를 보여 중국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임으로써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이 강온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중국 역시 성장률이 점차 완만해지는 상황에서 EU시장에서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으며 앞으로 EU와의 무역관계에서 더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완강하게 나가야 할 필요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EU간 무역전쟁, 한국기업의 득과 실
중국과 EU의 무역전쟁이 한국기업에겐 오히려 득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중국의 유럽 수출 부진이 가시화될 경우 태양광산업에 대한 부양책 등으로 수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U의 대중국 반덤핑 관세 잠정 부과로 인한 반사이익이 예상되면서 EU 발표 후 태양광 관련 주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EU의 중국업체에 대한 제재가 확정되면 중국업체가 한국과 대만의 웨이퍼, 셀, 모듈업체를 이용한 우회수출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한화케미칼은 독일에 기반을 둔 한화큐셀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중국과의 대결에서도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활용해 유럽시장에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클 전망이다.

반면 중국이 반덤핑 관세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또 다시 한국, 유럽,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어 태양광산업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 관세가 부과되면 전반적인 생산구조가 저수익으로 돌아가 한국의 부품업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OCI는 전체 매출의 40%를 중국에 납품하는 폴리실리콘에 의존하고 있어 반덤핑 판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EU-중국간 무역갈등, 그 끝은
EU의 전방위 공세와 중국의 맞대응 속에서 양국은 조만간 지금의 치킨게임을 끝낼 타협점을 찾을 전망이다.

현재 양 측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경우 중국의 경제둔화에도 EU 측에 제시할 수 있는 협상카드가 더욱 많다. 이러한 현실적인 판단 하에 중국은 EU의 대중국 반덤핑 관세 부과 및 조사개시 조치에 시종일관 적극적인 자세로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부당한 정부 보조금 지급과 상대국 산업에 대한 피해가 제소의 핵심이므로 EU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도 중국의 강경책은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주요국으로서의 책임감이라는 대외명분과 놓칠 수 없는 EU시장의 중요성이라는 실리적 판단으로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 자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접점에서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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