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동위 기자] 정부가 석유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국내 정유사들을 참여시키기로 했지만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수입석유에만 적용했던 리터당 16원의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7월1일부터 국내 정유사들에게 똑같이 적용키로 했다.

국내 정유사들도 수입사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수입석유 특혜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전자상거래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도입 취지

전자상거래는 국내 석유유통시장에서 4대 정유사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문제점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깨겠다며 도입된 제도다.

공급자인 정유사와 수입사, 구매자인 대리점과 주유소 사이의 직거래 시장을 열어 4대 정유사들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해 주유소 등에 통보하고 휘발유, 경유를 공급하는 관행을 깨겠다는 것.

즉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경쟁 및 협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 전자상거래의 도입 취지다.

하지만 전자상거래시장이 개설된 지 1년이 넘도록 주 매도자가 돼야할 정유사들은 그동안 매도주문을 별로 내놓지 않았다.

이유는 특정 정유사가 전자상거래에서 매도를 하겠다고 물량을 내놓으면 해당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주유소가 이 가격을 보고 실제로 자기가 구매하는 가격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유사들은 정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거의 참여를 하지 않았다.


▲정유 4사, 전자상거래 독차지?

하지만 1일부터는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 많은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과 함께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주유소는 참여할 수 없고 혼합판매 계약을 해야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자가상표’ 및 ‘알뜰상표’ 종목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정유사들이 내놓는 ‘정유사상표’ 종목을 ‘자가상표’나 ‘알뜰상표’ 종목으로 매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정유사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얼마에 가격을 내놓는 지 알수 없게 된다.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있는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정유사들이 전자상거래시장을 독차지하더라도 구매자인 대리점과 주유소가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면 문제는 없다.

주유소가 정유사의 저렴한 물량을 공급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한다고 하면 이는 전자상거래의 의도에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석유전자상거래에선 경쟁매매(주식을 거래하듯이 호가경쟁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와 함께 협의매매(장외에서 미리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을 정하고 돈은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가 가능하다.

정유사들이 협의매매를 활용해 유통업자 한 곳을 지목하고 미리 담합한 가격으로 계속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유사들은 기존 시장에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기름을 판매하면서 전자상거래에선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같은 관행이 확대된다면 일부 유통업자들이 특정 정유사의 물량을 선점하게 되는 구조가 될 것이고 일반 주유소들이 협상을 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든다.

이는 애초 기대했던 경쟁의 의도는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이 경쟁매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일부만 협의매매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경유의 경우 전체 거래 중 협의매매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달간 경유의 전체 거래 물량(약 1억7,795만리터) 중 협의매매가 62.5%(1억1,127만리터)를 차지했다.

다른 달의 경우도 전체 거래 물량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 물량에서 협의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혼합판매활성화가 관건

석유업계 일각에서는 협의매매가 전체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 전자상거래를 통한 가격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시장에서 정유사들이 한 곳을 지목해 미리 담합한 가격으로 매매하는 수법이 확대된다면 정유사들에게 세제 감면 혜택만 돌아갈 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실제거래는 1,500원에 하기로 해놓고 전자상거래 상에는 그 이상의 가격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반대로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을 때 알뜰주유소 주변의 정유사 폴주유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때 정부가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도 크지 않아보인다.

정부의 입장은 협의매매에 대해서도 매매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향후 협의매매보단 경쟁매매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하고 협의매매에 대해서도 가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결과적으로 전자상거래시장에 대한 우려는 공급자는 부족하고 구매자는 제한된 시장이라는 데 있다.

혼합판매계약 주유소들이 확대된다면 문제가 반감되겠지만 현재까지 전량구매계약을 혼합판매계약으로 전환한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다.

정부가 주유소의 혼합판매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혼합판매 지원 협의회’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전자상거래시장에서 매도자와 매수자간 경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격의 인하까지 효과를 보고자 한다면 전자상거래시장에 더 많은 매도자와 매수가가 경쟁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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