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투데이에너지] 요즘 에너지정책분야에서 자주 거론되는 용어로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라는 단어가 있다. 에너지믹스라는 용어에서 한 발짝 더나가 에너지믹스의 변화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이해가 된다.

에너지믹스가 한 시점에서 한 나라가 쓰고 있는 에너지의 구성, 예컨대 석유 40%, 석탄 30%, 가스 15% 등을 지칭하는 말이라면 에너지전환은 장시간에 걸쳐 이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정책적 목표를 포함하는 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요 선진국은 자국의 에너지상황에 부합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 중에 있다.

독일은 가장 빠르게 탈원전을 목표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책의 성공 여부는 아직 평가하기 이른 상황이다.

프랑스는 기존의 원전위주 전원구성을 일부 완화하는 방침에 대한 국민대토론회를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반영해 금년 중 장기 에너지믹스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영국은 기존 원전확대 정책을 유지하는 입장이지만 노후 화석연료발전소의 폐지가 임박해 전력공급 안정성을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유럽경제위기로 재정문제에 직면한 상황에다 유럽탄소시장의 가격붕괴로 인해 정책의 추진력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글자 그대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모색 중이라면 대서양 건너 미국의 사정은 좀 다른 것 같다.

미국은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는 전방위전략으로 에너지자립 노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에너지믹스 그 자체보다는 에너지의 해외의존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이다. 아마 셰일오일이나 셰일가스 같은 비전통자원의 생산 증대에 고무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각국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촉발시킨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은 자민당으로 정권 교체 후 이전의 脫원전 정책방침을 수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요약하자면 주요 선진국은 가능한 한 신재생 발전비중을 높여서 화석연료 및 원전의존도를 감축하려는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점이 공통적이지만 추진 속도 및 방법 측면에서는 상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역시 금년 중에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므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조만간 제시될 것이다.

우선 앞서 거론한 주요 선진국과 우리의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의 경우 에너지 수요가 정체·감소하는 상태고 일본을 제외하면 역내 국가간 에너지수송망 연계로 인해 전력 등에 대한 역내 교역이 가능하며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 여건이 우리나라에 비해 좋은 편이다.

반면에 우리는 에너지수요가 아직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에 있고 주변국과 전력계통이 연계돼 있지 않으며 국토면적 등 신재생에너지 잠재력 측면에서 열위에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방향성 측면에서는 주요 선진국의 방향과 궤를 같이하되 추진 속도 측면에서는 우리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 우리나라는 위에 지적하대로 경제 및 에너지수급 여건상 에너지믹스의 신속한 변화가 어려우므로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에너지믹스 전환이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은 이른바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최근의 전력수급상황, 원전 안전성 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의 해결을 위해서도 에너지믹스 정책의 장기적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믹스정책의 속도조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정책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며 대국민 소통방안과 공론화 과정에 대한 세심한 준비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