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는 1차 계획 때와는 달리 원자력발전 비중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추진할 국정목표 및 전략 발표에서 원자력안전관리체계 구축, 에너지공급시설의 안전관리강화,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 안정적 에너지수급 및 산업 구조 선진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산업육성 등의 에너지·자원분야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에기본 수립이 새정부 출범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정부의 의중이 반영돼 원전축소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급위주로 시행해오던 에너지정책을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 이는 정부가 원전비중을 낮추고 전력공급을 대신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및 분산형전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냐는 분석이다. 또한 정부는 에너지원 다변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에너지가격의 정상화 문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내다봤다.

원전비중 축소되나

원전비중이 이번 2차 에기본의 핵심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비중이 결정돼야 분산형전원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등의 비중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BAU)대비 30% 감축키로 한 바 있다. 이는 BAU 기준으로 한 세 가지 감축 시나리오(21% 감축, 27% 감축, 30% 감축)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12기나 더 짓기로 했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030년까지 11%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원전 추가 건설을 통해 화석 연료를 대체하겠다는 정부 계획도 각종 원전사고에 휘말려 이미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에너지수요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에기본도 에너지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전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나가지 않겠냐고 예측했다. 또한 앞서 원전비중이 최대 25%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업계가 술렁였다.

2차 기본계획기간인 2035년 내에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은 이미 10년간 계속운전이 결정된 고리1호기와 심사 중인 월성1호기를 포함해 총 14기(11GW)로 우리나라 원전이 총 23기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폐로 검토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5차 전원계획안에 반영돼 이미 착공됐거나 안전성 분석이 시작된 11기에 대해서는 이번 기본계획 수립 시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1차 에기본에서는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원전중심 계획을 수립됐다. 그러나 원전의 숨겨진 비용, 즉 히든코스트를 반영해 경제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원전 발전원가를 계산할 시에는 부지선정 갈등비용, 노후원전 폐기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분 비용, 사고 시 보상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형전원 및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2차 에기본 수립은 원전과 관련해 일부 흘러나온 내용을 제외하고는 세간에 밑그림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형 원전과 화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소비지까지 송전하는 중앙집중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전력망 문제가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핵발전소와 서해안 화력발전소가 전력을 내륙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밀양과 청도의 765kV송전탑 반대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대형 송전탑에 기반을 둔 원거리 수송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거래소 조사결과 2012년 발생한 발전·송전·변전설비의 고장은 모두 459건으로 2011년보다 67.5% 증가했다. 현재 전력설비가 무리하게 가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송전망도 한계에 도달해 광역정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발전소보다 송전망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전력생산과 소비에 있어서도 공간개념을 도입해 권역별 전력 수급계획을 짜고 지자체가 수요관리와 생산을 통해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높여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산업계의 상용자가발전 비중을 높여 대규모 전력수요는 소비지에서 충당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분산형전원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원전을 지양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집중하는 추세에 맞춰 이번 에기본에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보다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2년까지 10%로 늘린다는 목표로 지난해부터 RPS 시행에 나섰지만 시행 첫해 이행률이 64%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RPS와 ‘발전차액지원제(FIT)’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FIT가 부분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육상풍력은 산업부와 환경부의 엇박자로 발목이 잡혔고 서남해안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지역주민 민원에 막혀 있는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부가 손을 놓은 상태다.

아울러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과잉에 폐업·도산 등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연료전지는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전기를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형국으로 치닫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산업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관심을 표명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핵심에너지원으로 부각하고 있고 신성장 동력화를 위해 산업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규제와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것과 산업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구체적인 보급목표나 산업화 계획 등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번 에기본이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에 초석을 마련해 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에너지원 다변화, 가격 현실화가 해답

이번 에기본에서는 에너지가격 현실화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수요관리정책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근본적인 에너지불균형을 해소하고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서는 에너지가격 현실화만이 해답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에서도 이번 기본계획에서 가격문제가 가장 큰 과제로 안겨졌다고 보고 전기요금이 그동안 물가 등의 영향으로 억제돼 온 것이 사실인 만큼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전해 에너지가격 정상화가 무게 있게 논의되고 있음을 반증했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기조는 값싸고 안정되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에 맞춰져 있어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원전이 가동을 멈췄을 때 정부는 블랙아웃이라는 대재앙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

고급전력을 값싸게 공급하다보니 소비자 선호도는 급증하고 상대적으로 원가연동이 되는 가스나 석유 등은 고가인데다 사용편리성도 전기대비 떨어져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함으로써 에너지원 다변화와 함께 전원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에기본에도 이러한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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