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시덕 산업통상자원부 풍력PD

[투데이에너지] 앨빈 토플러가 저서 ‘부의 미래’에서 예견한 바와 같이 융·복합은 21세기 사회를 규정하는 함축적인 단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전력수급 차질에서 비롯된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가 사회, 경제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산업이 주춤거리면서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논의에서 ‘하이브리드, Trigeneration, Energy Mix, 융·복합’이란 용어의 사용 빈도가 증가하는 등 에너지분야에서도 상호의존성 증대는 중요한 흐름이 됐고 전문가들의 활동을 규정하는 중요한 속성이 되고 있다.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은 상호의존성이 증대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인식 차이가 있으며 이로 인해 부문 간의 연결 고리는 취약해지고 기대했던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상호 의존성’이라는 방향성을 규정하는 핵심가치에 대한 명확한 합의와 공유가 선결돼야 연결고리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기대하는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풍력의 경우 풍력발전시스템 내 기술 간 상호의존성(융·복합 속성)은 낮아져 왔지만 보급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계통연계, 환경 등 다른 기술부문과의 상호의존성은 오히려 급격하게 증대해 왔다.

즉 과거 연 수백 MW 내외의 풍력발전을 도입하던 시기에는 계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적은량이 전력 계통에 연계됐고 민원 발생 소지가 없는 지역에 풍력발전을 도입할 의지가 있는 소수의 수요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사회적 수용성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연 45GW 이상의 풍력발전기가 시장에 도입되면서 설치 지역과 대상 수요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계통연계, 주변 지역의 주민, 환경단체 등의 관계자와 상호의존성이 크게 증대돼 사업이 보류되거나 취소는 사례가 증가되고 있다. 이는 풍력이 갖는 편익과 장점에 매몰돼 풍력과 계통, 환경, 민원 등과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시키는 기술적, 사회적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에너지 절약에 대한 사례로 그동안 정부는 건물에너지 절약을 위해 창호 및 단열 기준 등을 강화해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왔고 성과를 거뒀다.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량이 줄면 에너지수요 패턴도 변하게 되므로 변화된 패턴에 대응해 에너지 이용기기의 용량과 운전 형태가 변해야 하고 효율이 증대되도록 최적화돼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설계단계의 주도권이 건축·설계부문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었기 때문에 전기·기계 설계는 기존의 관행을 따르고 건물 사용자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기대했던 에너지절약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됐다.

또한 태양광, 풍력 및 에너지저장이 포함된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와 기술적 이슈가 매스컴에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기술적인 원인보다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가치와 이미 분산설치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원과의 상호의존 관계를 간과하고 기존의 관행에 따라 과잉설계된 것이 원인이다.

이들 사례에서 융·복합이란 새로운 시도가 최종 수요자와 전체 가치 사슬에 커다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가치 사슬 내의 이해 관계자들이 창출된 가치가 조화롭고 균형 있게 공유되지 못한다면 최종 수요자가 선택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그 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부분최적화와 전체최적화, 공급과 서비스 중심 등 이율배반적이고 상반돼 보이는 개념을 ‘조화와 균형’이라는 가치로 통합된 솔루션을 찾으려는 노력 등 상호의존성 증대가 에너지시대의 요구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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