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전반에 어두운 빛이 들고 있다.

28일 SKG채권단은 SK(주)가 제출한 자구안이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고 전했다.

SK(주)는 자구안에서 SKG 국내 본사에 대한 매출채권 1조5,000억원 중 4,500억원과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 6,000억원 중 4,500억원 등 총 9,0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는 내용을 밝혔다.

SKG가 채권단의 공언처럼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될 경우 최태원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은 SK계열사 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이 불가피해 59개 계열사를 거느린 SK그룹이 사실상 해체될 위기에 놓이게 된다.

특히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는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석유유통시장 판도 변화에 주목 = 채권단이 청산방침을 굽히지 않고 SKG에 대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될 경우 국내 석유유통의 맏형을 자부해 온 SK(주)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 정유업계 중 유일하게 정유와 유통부문을 분리, 운영해 온 SK(주)로서는 SKG의 유통망을 상당부분 잃을 처지에 놓였다. 현재 전국 3,200여개의 SK주유소 가운데 직영점은 약 700여개. 그러나 이중 334개소는 SKG의 소유이고 나머지는 개인 사업자에 위탁운영되고 있다.

비록 지난 3월 SK(주)가 서울·경기 등 주유 거점 주유소 280여개소에 대해 등급별로 5∼50%의 지분을 매입했다 할 지라도 채권단이 공매에 부칠 경우 주유소 영업망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현금지출이 예상된다. SKG가 소유한 주유소 지분을 사들이는데 약 9,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증권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SK주유소 중 일부가 타정유사로 넘어가는 가정을 고려치 않는다 해도 SKG에 대한 매출채권이 상각되고 유통망 확보에 상당한 비용발생이 불가피한 실정에서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판도 변화는 어렵지 않게 점쳐진다.

▲유통시장, 가격파괴 바람이나 = 석유시장에서는 SKG가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덤핑시장 형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영주유소 대부분이 SKG 소유인 현시점에서 SK(주)는 영업망을 고수해야 하는 절대적인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일부 자영주유소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가격할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현금유동성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주유소 매입비용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면서 "영업망 유지와 함께 현금확보를 위해서라도 가격할인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성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SK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전국 SK주유소 중 상당업소가 전통적으로 SK와 오랜 기간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영업망을 바꾸거나 폴을 바꿔 달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주)가 SKG 청산방침에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물론, SK(주)와 SKG채권단 사이에 막판 조율의 여지는 남아있다 할 지라도 석유유통시장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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