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래용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업개발부장
어느 시골마을에 파블로와 브루노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둘은 강에서 마을까지 물을 날라주는 아주 좋은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하루에도 여러번씩 물통에 물을 지어 날랐으며, 그만큼 수입도 많아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물을 계속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날씨가 안좋거나 나이가 들면 물통을 지는 일이 무척이나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에 파블로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파블로는 여러마을에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었지만, 브루노는 계속 물통으로 물을 져 나르고 있었다. 파이프라인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역난방사업과 도시가스사업은 모두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적정한 투자 범위내에서 안정적인 수입이 지속되는 사업이다. 에너지사업자가 재래식만을 고집했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지금의 파이프라인 사업자도 더 나은 시스템을 연구하지 않으면 이또한 물통을 져 나르는 브루노의 입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은 항상 변하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난방방식은 아궁이→연탄→기름보일러→가스보일러(LPG→LNG)→지역난방으로 변화해 왔다. 과거에 연탄이 주요 난방수단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러한 에너지시장의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변화한 사업자들만이 살아남게 되었고, 현재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역난방사업자와 도시가스사업자간에 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난방사업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기본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에너지절약 및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에 기여하는 분야로서 에너지자립도가 거의 전무한 우리로서는 그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어 정책적인 판단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지역난방사업구역은 규모의 경제를 충족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하여 에너지사용권을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정부, 사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범위내에서 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부터 사업의 진입장벽이 없으므로 지자체,지역난방사업자, 도시가스사업자등 누구에게나 사업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는 분야이다.

도시가스사업은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도시가스사업의 건전한 발전 및 도시가스사업자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국가재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전국을 32개 도시가스사업자에게 행정구역단위로 구분하여 독점적인 공급권한을 인정한 사업이다. 따라서 제3자가 도시가스사업에 새로이 진출할 수 없는 독점적인 사업분야이다.

이는 도시가스사업자 상호간에 공급권역을 분할한 형태로서 소비자의 선택권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난방방식의 선택권은 태양열, 전기난방, 가스난방, 유류난방, 지역난방등 현재 가능한 여러 가지 대체재중에서 소비자가 판단해 가장 유리한 난방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비추어 보아도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지역난방사업자와 도시가스사업자간의 갈등의 출발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지금 대도시지역 소비자들의 지역난방방식 선호도는 실로 대단하다. 지역난방 사업자가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면 이렇게 많은 소비자가 지역난방을 선호할 수 있을까? 이는 지역난방 소비경험 또는 이웃으로부터 듣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는 존중되어야 하며, 무시해서는 안된다.

개방되어 있는 지역난방 시장에 참여하여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더욱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난방방식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으니까 말이다.

독점공급권을 의무사용권으로 확대 해석하여 선택권을 제한한다든지 과투자된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려는 불합리한 행태도 중지되어야만 한다.

다리가 건설되어 일자리를 잃었다고 불평하는 뱃사공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리를 건설할 것인가?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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