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최근 에너지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하나 둘씩 손을 떼고 있다.

지난 이명박(MB) 정부에서 공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섰던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5년간 에너지공기업들이 추진했던 사업들은 모두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내실을 다진다는 취지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모든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올스톱’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중하게 투자하고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지만 정권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무조건적 ‘올스톱’이 아닌 장기적 접근을 가지고 옥석 가리기를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 줄줄이 철수

최근 한국석유공사는 이사회에서 ‘예멘 4광구 탐사 및 개발사업 철수’ 안건을 의결했다.

예멘 4광구 개발사업은 지난 2007년 7월 석유공사가 현대중공업, 한화 등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 사업으로 총 투자금액만 8,153만달러(약 906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예멘 4광구의 석유 생산량이 당초 예측량의 0.5% 수준인 하루 102배럴에 그쳐 결국 사업에서 철수키로 결정했다. 예상보다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5월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개발붐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자 우리나라 최초의 북극권 개발사업인 캐나다 가스전 개발을 포기했다.

또 동티모르 해상탐사사업 광구에 대한 1∼2기 탄성파 탐사·시추 결과 개발 전망이 낮은 것으로 판정받은 네 개 광구(A·B·C·H)를 반납했거나 반납 승인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호주 볼리아지역의 동·아연 탐사사업은 광황 불량으로 접었고 호주 화이트클리프의 니켈 탐사사업도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 손을 뗐다.

■정권 바뀌자 구조조정·사업지원 대폭 삭감

이처럼 에너지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잇따라 정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초부터 부실 해외자원개발을 구조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이를 위한 민·관합동 에너지공기업 재무개선 테스크포스(TF)를 결성해 부실 및 일부 해외사업 정리를 위한 메스를 꺼내 들었다.

에너지공기업들로서는 실익이 없는 자산을 우선 매각할 수밖에 입장에 놓인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대폭 삭감된 시점에서 당장 성과가 없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지나치게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매각과 구조조정을 거론한 만큼 전세계에 우리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알린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에너지공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도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사업성이 안 좋아 팔려고 하는 사업을 해외 메이저기업이 고분고분 사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은 일부 핵심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가 구조조정의 성과를 내라고 독촉하게 될 경우 공기업들이 사업성이 좋은 미래 사업을 파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자원개발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 사업 전반에 다소 과도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는 점이 오히려 경제적 측면에서 불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에 중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9번째 에너지 소비대국이면서 국내 소비 에너지원의 96%를 수입하는 나라다.

자원 가격의 변동이 심해지면 국가 경제가 존립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자원개발에 너무 조급증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일부 사업이 잘못됐다고 자원개발 전체를 중단하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의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탐사-개발-생산 단계까지 가는 데 최소 10여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석유공사가 생산 중인 베트남 흑사자유전 15-1광구의 경우 199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던 사업이다. 상업생산까지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민간 부문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미야가스전의 경우 2000년 탐사권 획득 이후 탐사·개발 과정을 거쳐 총 2조원가량을 투입했고 13년 만에 가스를 생산하며 결실을 보았다.

결국 현재의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일부 사업의 경제성 문제로 전체 자원개발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소비 에너지원의 96%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무조건적인 포기가 아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원개발분야의 한 전문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리면 결국 관련 업계에서도 체계적인 기술력과 사업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지금 투자하게 되면 10년 후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업들이 수두룩한데 업계가 아무도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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