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선영 방사선보건연구원 방사선영향연구팀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지구는 방사선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사선을 내는 물질로 싸여 있다. 우주에서 내려오고, 땅에서 올라오고, 음식물을 통해 들어오고 심지어 사람 몸속에서 배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연방사선뿐만 아니라 사람은 공학, 생명과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선을 널리 활용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 CT, PET-CT 등 인공방사선에도 종종 노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방사선 노출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러한 방사선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 중의 하나가 방사선이다. 뉴스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능 유출로 인한 방사선의 영향 및 방사능 공포, 방사선 괴담 등의 내용이 일파만파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 후 발견되고 있다는 머리 셋 달린 개구리, 괴물 해바라기, 싹 난 토마토 등의 괴담은 방사선 영향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바탕으로 생성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기형 개구리 사진은 2004년 영국에서 촬영된 것이 마치 체르노빌사고의 영향인 것처럼 악용됐으며 이제는 다시 후쿠시마사고의 영향인 것처럼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돌연변이 해바라기 사진도 후쿠시마 사고 발생 후 딱 4일 지나 보도된 것으로 꽃이 만개한 상태를 감안할 때 후쿠시마 사고 영향으로 보기 어렵고 싹 난 토마토 사진도 해당링크가 삭제된 근거 없는 사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괴담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국민들을 동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들의 과잉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요즘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한 수산물 공포를 실례로 들 수 있다.

추석 전날 들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는 IMF 때에도 겪지 않았던 불황을 겪고 있다는 상인의 말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아무리 우리나라산이고 방사능 오염은 없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의심을 한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된 냉각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고 일본 수산물에 대해 커지는 불안감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수산물을 무조건 기피하는 현상은 합리적이지 못한 지나친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서 생산되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아직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기준치(세슘 100Bq/kg)를 다른 나라 수산물 기준치(세슘 370Bq/kg) 보다 훨씬 낮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일본 원전사고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일본산 수입 식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에 대한 국민들의 방사선 불안감이 떠나지를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방사선의 공포는 방사선이 유발한다고 알려진 암이나 기형에 대한 불안감일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방사선에 노출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느냐가 문제이다.

▲ UN산하기관인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총회가 개최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사람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고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고 있는 방사선은 아주 낮은 양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방사선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는 수준의 아주 낮은 방사선이 사람이나 다른 생명체에 어떠한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세포 또는 동물을 이용한 생물학 연구나 인구 집단을 이용한 역학 연구 등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100mSv 이상의 고선량방사선에 피폭된 경우 암이 발생할 확률이 피폭량에 비례해 증가하지만 100mSv 이하에서는 방사선이 암이나 기형과 같은 유전적 질환을 유도시킨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까지 없다.

물론 낮은 선량의 방사선이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밝히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이러한 연구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점점 기반을 다져 나가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로서는 불신하는 국민과 이를 무마시키려는 정부 간에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 과학적 근거의 제시 및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여러 분야에서 방사선의 영향과 특성에 대해 연구가 이뤄져 왔고 현재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학적 정보가 접근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이 돼야 하고 국민들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UN산하기관인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 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위원회는 방사선에 대한 인체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설립돼 방사선 영향 분야의 국제 전문가들이 모여 전 세계적인 이슈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을 수집하고 객관화된 사실 위주로 정리해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나 국제원자력기구의 방사선방호 권고안 및 우리나라 원자력법령을 제정하는데 주요한 참고자료로서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할만한 보고서 중의 하나이다.

이번 총회는 지난 2년 동안 진행해 온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영향을 평가·조사한 보고서를 최종 심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보고서의 신뢰도가 높은 만큼 일반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초안을 감수하는 논의에서 단어 하나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도 과학적 근거를 고려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

이 보고서가 올해 말 유엔총회에서 채택되면 그 후 출간될 예정이다.

그러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주변 주민 및 환경에 대한 방사선 영향의 실태에 대해 지금까지 출간된 보고서 중 현재 시점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하며 믿을만한 내용의 보고서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총회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향후 국내에서도 이 보고서와 같은 과학적 근거 자료를 활용해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의 실제적 규모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몇 년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미국산 소고기와 광우병 공포가 생각난다. 불신 속에서 정부와 국민이 서로 대치하고 설상가상으로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더 부추겨 온 나라를 혼란과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정부와 국민 어느 한쪽도 서로 득이 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조금만 서로 이해하고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정부와 국민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목적은 동일할 지언데 서로 대치해서 혼란을 야기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는 정부의 투명한 정보 제공과 과학적 근거 제시에 기반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의식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