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신 할머니, 오랜만에 맨 넥타이가 영 어색하신지 연신 거울앞에서 매무새를 잡고 계시는 할아버지.

마지막길에 함께 놓여질 영정사진을 찍기위해 백발이 성성한 노인분들이 삼삼오오 모이신 곳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내 사진촬영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가족들의 무관심으로 그동안 영정을 준비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지난 99년 영정사진 무료촬영을 기획한 가스공사 홍보실의 사진담당 정상유씨(39)는 소박하게 시작한 장수사진 촬영이 벌써 6년째를 맞는다며 정성스레 액자를 닦는다.

그동안 입소문을 타고 분당뿐 아니라 서울, 홍성, 통영 등지에서 정상유씨의 카메라를 거쳐간 노인분들만 이천명이 넘어섰다.

"신청자 명단에 46세의 젊은 부인이 있어 의아해 했는데 몹쓸 지병이 있어 미리 영정으로 쓸 사진을 준비 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촬영을 시작한지 6년이나 되다보니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고 정상유씨는 회고했다. 사진을 건네받고 며칠후 돌아가신 할머니 역시 가슴아픈 기억중의 하나라고. 그러나 노인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두손을 꼭 잡아 줄때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촬영예약이 꽉찰때가 많지만 토요일 업무시간 이후에는 물론이고 업무가 비는 시간을 수시로 이용해 촬영할 생각입니다" 정상유씨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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