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사이트 캡쳐.(petro.krx.co.kr)

[투데이에너지 박동위 기자] 최근 정부와 한국거래소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제도의 가격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다수의 공급자 간 가격경쟁을 유발할 수 있도록 상표종목을 정비하고 구매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공동구매가 가능한 협동조합 참가가 허용된 것이 핵심이다.

석유전자상거래는 유가인하와 유통구조 개선을 목표로 지난해 3월 개설됐지만 그동안 ‘경쟁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이 본격 참여하기 시작한 7월부터는 정유사들에게 추가 이윤을 챙겨주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거래할 때 받는 수입부과금 환급 혜택만큼 정유사들이 가격인하를 하지 않고 석유전자상거래의 평균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유사들이 국내 석유시장 가격의 기준이 되고 있는 석유전자상거래의 평균가격을 끌어올리기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유사들이 이처럼 석유전자상거래의 평균가격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정유사와 특정 대리점간 발생할 수 있는 ‘통정성 거래’에 기인한 것이다.

‘통정성 거래’란 매도자와 매수자가 부당이득을 취득할 목적으로 종목·물량·가격 등을 사전에 담합, 지속적인 거래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이 바로 이 ‘통정성 거래’를 조기 억제해 보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개선안 기대효과는
정부는 경유 및 휘발유의 자가상표종목을 기존 74개에서 일부 상표종목을 통합해 48개 종목으로 정비했다.

이는 기존에는 종목설정이 권역 및 단일 저유소별로만 허용돼 있어 일부지역의 경우 특정 정유사만 공급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전자상거래는 일반 주식거래와는 달리 매매가 체결된 휘발유와 경유의 배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권역 및 단일 저유소별로 종목설정이 나눠져 있다. 예를 들어 ‘경유-자가상표-고양’, ‘경유-자가상표-군산’ 등으로 나눠져 있는 것이다.

종목설정이 나눠져 있는 이유는 바로 배송비용 때문이다. 한 정유사가 전북 군산저유소에서 출하하는 경유를 싸게 매도호가를 내놓아도 경기 고양시에서 영업을 하는 주유소가 이를 매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거래되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운송비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배송비는 매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종목설정을 나눠놓을 경우 특정 지역의 경우 공급자가 소수인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 ‘경유-자가상표-군산’ 종목의 경우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여러 공급자가 있는 것과 달리 특정 지역의 경우 특정 한 정유사 및 수입사만 거래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경쟁을 통한 가격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정 정유사 및 수입사가 한 대리점을 선정해 ‘통정성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전자상거래에서는 평균가격을 올리기 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하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즉 석유전자상거래시장에서는 가격경쟁이 실종되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가격경쟁이 실종된 46개 종목을 선정해 이를 21개 종목으로 통합했다. 저유소 기준에서 인근 저유소를 통합한 것이다.

예를 들어 ‘경유-자가상표-경산’, ‘경유-자가상표-대구’, ‘경유-자가상표-영천’ 등 3개 종목을 ‘경유-자가상표-대구권’ 1개 종목으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한 정유사가 거래하던 지역에 다수의 공급자가 거래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정유사와 대리점이 ‘통정성 거래’를 위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높게 하더라도 또 다른 정유사가 매도호가를 낮게 내놓으면 ‘통정성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석유전자상거래는 매도호가와 매수호가를 가격과 시간 우선에 따라 경쟁매매 방법으로 매매거래를 체결하기 때문이다.

즉 매도호가의 경우 낮은 가격이 높은 가격보다 우선 체결되고 매수호가의 경우 높은 가격이 낮은 가격보다 우선 체결되며 가격이 동일한 경우 먼저 주문을 낸 호가가 먼저 체결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제도 개선안의 취지인 것이다.

△해결되지 않은 불안요소는
이를 통해 과연 특정 정유사와 대리점간 ‘통정성 거래’를 막을 수 있을까? 나아가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유가인하와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선안을 통해 기존 특정 정유사와 대리점간 이뤄졌던 ‘통정성 거래’는 일부 해소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형태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문제는 정유사들이 석유전자상거래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와 약속한 의무공급물량 연간 260만배럴만 공급하면 될 뿐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굳이 무리하게 가격경쟁까지 하면서 싸게 공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정유사 입장에서 석유전자상거래는 수출시장, 폴주유소시장, 혹은 장외시장 등에 비해 그다지 큰 시장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뭐 남으면 수출을 늘리면 되고...안되면 장외시장에서 싸게 내놓으면 되고...”

이는 ‘최근 석유전자상거래에서 공급하는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한 정유사 관계자의 답변이다.

석유전자상거래에 참여하고 있다는 모양새만 비춰줄 뿐 특별히 싸게 내놓으면서 경쟁할 필요는 없다는 모습이다.

특히 석유전자상거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정유사들이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암묵적인 담합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경쟁매매 거래보다 서로 짜고 치는 협의상대 거래가 높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정부 역시 이번 제도 개선안을 통해 석유전자상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통정성 거래’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을 시행해보고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추후 시행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며 지속적으로 가격경쟁이 이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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