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투데이에너지] 이달 중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해양플랜트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천연가스산업과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협력은 1990년대 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LNG를 도입하기 위한 국적 LNG선박 건조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시작됐다.

1994년 제1호 국적선인 ‘현대유토피아’호를 취항시킴으로써 우리나라는 LNG선박 건조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그 후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까지 총 21척의 LNG선박을 국내조선소에 발주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박은 모두 363척으로 이 중 54.3%인 197척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건조 중인 LNG선박은 모두 105척으로 이 가운데 82%인 86척이 국내조선소에서 건조 중에 있다.

우리나라 조선소는 지난 3년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부유식 해양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FLNG(LNG-FPSO) 2척을 모두 수주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과시했다.

천연가스 가치사슬의 하류부문에 있는 LNG-FSRU(해상에서 LNG를 하역해 저장 및 재기화를 통해 소비처로 보내는 해양플랜트)는 기존의 LNG선박을 FSRU로 개조하는 방향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추진돼 신조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1년부터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17만m3급 LNG-FSRU를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신조 FSRU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고 현재까지 신조로 발주된 8척을 모두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조선해양플랜트업계가 풀어나가야 하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선 해양가스전의 시추, 생산, 공급을 위한 해양플랜트의 Topside 설비에 대한 기본설계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체에 대한 기술은 세계 최강이지만 Topside 기술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일례로 LNG-FPSO의 경우 Topside 플랜트는 매우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지만 우리나라 조선소에서도 육상 LNG액화플랜트 EPC 실적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의 Technip, 일본의 Chiyoda와 JGC, 미국의 KBR, 독일의 Linde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는 가스설비에 들어가는 기자재산업의 육성이다. 해양가스전을 개발, 생산하는 해양플랜트에 소요되는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육상 가스플랜트도 비슷한 실정이다.

가스설비에 들어가는 기자재는 기술개발을 거쳐 상용화로 이어지는 길이 매우 험난하다. 특히 개발된 제품이나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엄청난 설비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보다는 실증시험이 더 부담스러운 경우가 태반이다. 기자재 관련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임을 감안할 때 기자재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더불어 실증시험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끝으로 천연가스의 풍부한 매장량과 전세계적 수요 증가로 천연가스 관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조선해양플랜트업계의 역할도 점점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원천기술과 기본설계 기반없이 시공위주의 성장은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렵고 해당산업의 성장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패키지형 자원개발사업 등을 활용해 진입장벽이 높은 부문에서 우리기업의 시장진입을 위한 수행실적(Track Record) 확보방안 마련, 실증시험설비(Test Bed) 지원 등 업계의 요구사항에 눈높이를 맞추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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