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미선 박사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보건연구원
[투데이에너지] 과학자들은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이에 대한 과학적 결론을 제시할 때 반드시 그 결과에 대한 통계적 신뢰도 혹은 오차를 같이 표현한다.

또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제시할 때 결과의 이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 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항상 제공한다.

이는 관찰한 자료에 무수히 많은 불확실성 요인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자신이 제시한 결론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양심적 장치에 해당한다.

하지만 과학자와 대중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언론이나 중재자들은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정보의 전달 혹은 뚜렷한 방향성을 지닌 정보의 배포가 목적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제시한 연구결과의 신뢰성과 정보의 이면에 대해서는 때론 의식적으로 때론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결국 정보를 읽는 대중은 최종 결과만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종종 정보의 왜곡이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통계 수치나 역학 정보의 인용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온통 방사선은 위험하다는 정보들로 넘쳐났다.

각종 언론보도나 토론회에서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알리는 연구결과들을 인용하기에 바빴지만 어느 누구도 인용된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한 언론에서 보도한 ‘체르노빌 사고 이후 1995년까지 우크라이나의 사망자 12만5,000명, 방사능 피해자 200만명’이라는 문구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를 얻게 되는가? 통계적 수치의 의미나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기 전에 체르노빌 사고로 12만5,000명이나 사망했고 200만명이나 되는 인구가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지는 않았는가? 이 수치들의 이면을 들여다 보자.

2006년 유엔에서 발표한 체르노빌포럼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995년까지 우크라이나의 오염지역에 거주한 인구가 약 200만명이며 그 중 사망자가 약 12만5,000명이었다.

그리고 오염지역 거주자 대부분은 자연방사선보다 약간 높거나 비슷한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됐고 사망자 12만5,000명에는 방사선 노출과 상관없는 자연 사망자가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실제로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선의 영향으로 사망한 사람은 극소수에 해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염지역에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방사능 피해자라고 단정하고 그 지역의 사망자는 모두 체르노빌 사고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정보의 왜곡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에 대한 언론보도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주변의 어린이와 청소년 22만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통해 현재까지 26명의 갑상선암이 관찰됐는데 이에 대해 언론에서는 ‘후쿠시마 미성년자 갑상선암 급증’, ‘후쿠시마 청소년 갑상선암 체르노빌 발병률보다 높아’ 등의 제목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을 보도했다.

하지만 정확하게 그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후 갑상선암이 발생하기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으며 갑상선암은 일반인의 경우에도 많이 검진하면 많이 발견되는 암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채 안된 현 시점에서 후쿠시마 지역에서 대대적인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통해 관찰된 갑상선암에 대해 어느 누구도 정확한 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원전 사고 탓에 어린이의 암 발생률이 증가한 것처럼 정보를 왜곡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2013년 초에 세계보건기구(WHO)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향후 암이 발생할 위험도를 예측해 발표했을 때 언론에서는 일제히 후쿠시마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 확률이 9배 증가할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이 수치는 어떤 조건에서 예측됐을까? 방사선에 의한 생애 암위험도를 예측하기 위해 이용되는 통계모형은 문턱없는 선형모델 가정 하에 방사선 노출량이 많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높은 위험도를 제공한다.

따라서 위험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이 바로 후쿠시마에서 방사선량이 가장 높았던 나미에마치 지역의 1세 여아이며 9배는 이 조건에서 산출된 수치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 수치를 후쿠시마의 모든 어린이에서 갑상선암이 증가할 확률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실제 후쿠시마 어린이 중에 1세 여아는 소수에 해당하며 대부분 지역의 어린이 갑상선 노출량은 나미에마치 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따라서 향후 수십년 동안 실제로 관찰을 해봐야 알겠지만 후쿠시마 어린이의 갑상선암 발생률은 이 예측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혹자는 어떤 현상에 대한 모의실험이나 예측을 할 때 당연히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보를 읽는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최악의 조건이 아닌 일반적인 조건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고로 WHO가 특정 조건에서 이러한 예측치들을 산출한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 영향의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중보건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선의 영향에 대해서 현재까지 우리가 단정할 수 있는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후쿠시마 주민 역학조사를 통해 수시로 발표되고 있는 정보들은 현재까지 관찰된 중간결과일 뿐이며 그것이 방사선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향후 나타날 영향에 대한 예측치들 또한 특정 조건에서 계산된 값으로 이를 후쿠시마 사고영향의 대표적인 위험도 크기인 것처럼 해석해서도 안된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생존자들에 대한 연구는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보고된 결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통계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쿠시마 주민의 건강영향에 대해 보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방사선에 노출된 인구집단을 오랫동안 관찰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유사한 노출상황이라 하더라도 위험도 증가를 보이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연구도 있다.

통상 위험도가 관찰된 연구는 그렇지 않은 연구에 비해 논문출판이나 언론보도의 기회가 더 자주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방사선의 위험성을 알리는 정보를 상대적으로 더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위험도를 보이는 연구라 하더라도 그 원인이 방사선에 기인된 것인지 방사선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사람마다 방사선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다르고 방사선에 노출된 인구집단마다 고유 특성이 다르며 또한 자료 분석과정에서 방사선 이외 다른 요인의 영향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던져지는 방사선 영향에 대한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정보의 이면에 감춰진 배경을 이해하고 그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어느 정도인지 반드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주 미량의 방사선도 무조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상당히 높은 자연배후 방사선 지역에서도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방사선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과학자나 전문가의 이해영역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정보를 올바르게 읽을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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