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LPG업계가 일본에서 배울 것은 없다. 한국의 LPG수요량과 소비량은 일본보다 3배정도 많을뿐 더러, 난방용 가격도 일본의 1/3정도로 훨씬 유리하다. 여러면에서 볼 때 한국의 LPG사업 환경은 일본보다 낫다”

일본 LPG업계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도까이가스의 아키라후지와라(藤原明, 72세) 회장의 말이다. 아키라 회장은 일본의 LPG요금은 한국보다 4배정도가 비싸고, 난방용으로도 주로 등유가 사용되고 있으며, 간이가스는 급탕기에만 쓰이는 경우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키라 회장의 말 이면엔 일본인 특유의 정서, 즉 ‘혼네와 다떼마에’가 가려져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즉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키라 회장은 LPG사업을 일본에 뿌리깊에 정착시켰고, 이 사업을 바탕으로 건설, 생활용기, 보안시스템, 보험 그리고 정보통신에 이르기까지 거대기업으로 키웠다는 자신감이 배어있는 것이다.

아키라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도까이가스에 대해서 뿐 아니라, 일본가스산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고,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LPG산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아키라 회장은 향후 도시가스는 공급구역 제한 등으로 M&A와 같은 경영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에 LPG는 관동과 시즈오카 지역을 중심으로 2010년까지 1백만호이상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키라 회장이 이같은 확신을 갖는 이유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한 CATV와 인터넷 사업 때문이다.

아키라 회장은 CATV와 인터넷을 가스사업과 연계해 규모의 경제 창출에 여념이 없다. 도까이가스의 인터넷 프로바이더는 지난해 3만호가 가입했고, 올해 7만호, 2003년에는 70만호가 가입할 것이 예상된다. CATV 역시 2009년 50만호 가입을 목표로 사업추진을 꾀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집중감시시스템으로 가스소비자들을 이 체계내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 7백64억엔, 경상수지 24억엔, 전체직원 3천여명으로 구성된 도까이가스는 현재 20개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키라 회장은 모든 것을 포기해도 가스사업, 그 중에서도 LPG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해 LPG로 잔뼈가 굵은 백전노장임을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아키라 회장은 한국 LPG사업의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유통마진이 적은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의 LPG실린더와 벌크탱크 사업의 경쟁력은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호주보다도 밝다고 전망했다.

아키라 회장은 한국의 집단공급사업자들에 ‘소극적’ 개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소극적 개념이란 투자에 대한 비용 회수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의미로 단기적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 플랜을 갖고 선진경영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고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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