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생소한 포럼이 개최됐다. 이름하여 ‘TBM산업발전포럼’이 그것이다. 관련 업계와 정부, 협단체, 학계 및 연구계 등 약 250여명이 참석해 4시간가량 진행된 행사 시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분위기는 뜨거웠다.

TBM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하공간을 효과적으로 뚫을 수 있는 자동화된 기계로 정의할 수 있다.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TBM공법의 터널 실적은 전체 사업 중 1%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TBM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시장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본지는 TBM의 특성과 관련산업의 세계시장, 기술수준, 국내여건 등을 알아보고 특히 에너지산업과의 궁합도를 점검하고자 한다.

1부 - TBM 글로벌마켓, 성장속도 가파르다
2부 - 국내시장, 변화의 훈풍이 불어온다
3부 - 국내 에너지산업과 TBM의 궁합
 
토압식 쉴드TBM 구조도
TBM(Tunnel Boring Machine)은 터널 굴착부터 구조체 시공, 굴착토사(암반) 배출까지 모든 터널 시공과정이 기계화, 자동화된 장비이다.

즉 굴착기 전면의 커터헤드를 회전시켜 원형터널을 뚫고 미리 제작한 터널 벽조각(Segment)을 조립해 벽을 만들며 전진하게 된다. 굴착된 토사와 암반은 미리 설치된 컨베이어를 통해 터널 밖으로 배출시킨다. 한마디로 ‘자동화된 터널굴착기’인 것이다.
 
이러한 자동화 특성으로 인해 터널 굴착 시 국내에서 흔히 쓰이는 NATM(나틈, 발파식)공법과 비교해 TBM공법은 고속시공에 따른 비용과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잇점을 지니고 있다. 환경적인 면에서도 월등하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공사 시 어려움으로 직면하는 민원 발생이 적다. 비배수 시공으로 지하수의 수위저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쯤되면 TBM은 만능머신이 아닐 수 없다.
 
▶ TBM의 역사, 환갑을 넘어서다
TBM은 터널의 사용용도나 암반, 토질에 따라서 여러 종류로 나뉜다.

암반용으로 개발돼 수로공사나 산악터널에 주로 쓰이는 것이 Open TBM이다. 연약지반이나 도심공사용으로는 Shield TBM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Open TBM과 Shield TBM의 장점을 조합해 암반이나 토사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복합쉴드 TBM도 나와 있다. 마지막으로 벽조각을 붙여 벽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강관이나 흄관을 바로 연결해 터널공사를 추진하는 중소구경 TBM으로 Semi Shield TBM이 있다. 세미쉴드는 전력구, 통신구, 상하수도관로, 가스관로 및 열배관로 등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유틸리티(utility) 공사에 주로 사용된다.
 
정리하면 최소구경 0.4m에서 최대 18m까지 사용용도에 따라 적합한 TBM을 선택하게 되고 또 해당 지형조건에 맞는 TBM을 주문제작해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쓰임새로는 상하수도 관로나 가스관로, 열배관로, 통신구 등 소형터널부터 지하철, 도로용터널 등의 중대형, 장대터널과 해저터널 및 지하도로 등의 대형터널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TBM을 세계 최초로 제작한 곳은 미국이다. 미국 Robbins사는 1952년 처음으로 TBM을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효율적이고 기술발전이 빠른 쉴드TBM은 1960년대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최초로 상용화됐다. 일본은 조선산업의 발달로 뛰어난 기계응용기술을 지니고 있고 이를 활용해 쉴드TBM을 탄생시켰다. 그후 70년대 도심 인프라시설 정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TBM의 호황을 이끌었다.
 
 ▶ TBM원천기술 해외 6~7개국만 보유
현재까지 독자적인 TBM 설계와 제작이 가능한 국가는 독일과 일본, 미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우리나라도 세계 7번째로 커터헤드를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지만 TBM을 구성하는 주요 부품, 즉 디스크커터와 세그먼트의 국산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커터헤드는 다수의 디스크커터로 구성된 원형의 굴착도구로 TBM 최전방에서 사용되는 핵심부품이다. 커터헤드의 기술확보로 TBM의 국산화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편 TBM을 설계, 제작할 수 있는 이들 6개국은 기술보안에 적극적이다. 대외적 공개가 절대 없다. 지하공간에 대한 공동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여러 국가가 참여하더라도 핵심 내용의 공개는 이뤄지지 않을 정도다. 최근 종료된 유럽의 지하공간 공동 프로젝트(EU-Framework Project)인 TUNCONSTRUCT(Technology Innovation in Underground Construction)는 유럽 11개국 41개 산·학·연 기관이 모여 총 4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프로젝트는 TBM의 전반적 기술을 향상시키는 과제도 포함해 진행됐다. 디스크커터 설계기술, 커터헤드 설계기술, 커터 교체기술, 시험 표준화, 암반과 커터 상호작용 분석 등 세부과제가 연구됐지만 과제의 핵심내용은 공개치 않을 정도이다.
 
                                 해외 주요 TBM 생산업체 현황

      업체명

  국 가
                     비 고
Herrenknecht
독일
세계 TBM 시장 점유율 1위
Robbins
미국
북미시장 중심 시장형성, 중국시장 적극진출
NFM
프랑스
TBM전문 제작사
SELI
이탈리아
TBM 재활용 전문기업에서 전문제작사로 변신
JTSC
일본
TBM전문제자사로 Shield TBM 강점
Kawasaki, Komatsu,
Hitachi, Mitsubish
일본
대형 중공업사이면서 TBM제작
토사용, 소구경 TBM 등 저가형 시장에 주력
북방중공업
중국
대형 중공업사이면서 TBM제작
CREC-TBM
중국
대형엔지니어링사이면서 TBM제작

 ▶ 세계 TBM 장비시장 2020년 500억달러 이를 듯

이들 국가의 기술보호는 당연한 조치다.
국내 TBM 시공실적은 원천기술 미확보에 따른 100% 해외 장비수입과 제작여건 미비로 재활용의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터널시공의 약 1%만이 TBM공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세계 장대터널의 굴착공법에서 산악터널의 60%, 도심터널의 80% 이상이 TBM공법으로 이뤄진다.
 
또 유럽의 경우 도심지 터널의 90% 이상이 사용된다. 결국 판매마진이 높다고 알려진 TBM설계·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시장경쟁력이고 기업이익과 국부를 창출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은 기존 소형구경 TBM에서 중대구경 TBM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각종 에너지원 배관과 상하수도 등 도시를 구성하는 인프라시설이 거의 완료되고 지하공간 개발이나 대규모 교통터널이 확충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시장의 TBM 확산속도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2002년에서 2006년까지 6년간 도입된 TBM이 138대이며 시공연장이 600km로 대부분 지하철 건설에 투입됐다. 이 기간 지하철의 70% 이상이 TBM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2015년까지 철도 2,500km를 시공한다는 계획이고 이 중 760km가 초장대 터널구간으로 이 기간 동안 약 1조2,000억원의 TBM구입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상하수도와 통신구, 가스관로 등 도시 인프라 시공을 위한 중소구경 TBM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TBM 전체 시장규모만으로도 연간 약 8조원에 달하는 등 세계 최대의 TBM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유럽은 지하공간 활용에 관심이 높다. 도시 집중화로 지상의 공간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해서는 지하공간 개발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11개국 41개 산·학·연 기관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지하공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이유라 하겠다. 이러한 지하공간 개발에 있어 핵심적인 장비가 바로 TBM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TBM장비 시장규모는 2010년 기준 102억달러로 추정된다. 이중 중소형은 50억달러, 대형 및 초대형이 52억달러로 양분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TBM장비 세계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 약 310억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나고 2020년에는 500억달러의 거대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료제공 및 협조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 이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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