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호 한국도시가스협회 부회장
[투데이에너지]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인천지역 발전소 등의 열을 광역배관망을 통해 서울지역에 공급한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근간이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첫째 발생하는 열의 양과 정확한 열수요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열생산 지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광역배관망 및 부속설비의 투자비를 얼마나 정확하게 산출하느냐의 문제이다. 셋째 두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국가경제에 미치는 경제성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사업추진자의 입장만 고려하는 재무성 분석뿐만 아니라 타 사업자의 영향 등을 고려한 종합적인 고찰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광역열배관망사업을 적극 추진하려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가 대규모 용역비를 투자해 6개월의 연구용역을 통해 지난해 11월 프로젝트의 초안이 발표됐다.

한난은 이 프로젝트의 추진배경을 신규택지 개발 저조 및 도심 내 발전소 건설 어려움 등으로 지역난방 보급정체가 예상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역난방의 보급이 정체된다고 해서 열배관망 광역화에 조 단위의 시설투자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외형만 확대하는 ‘대마불사’(大馬不死)형의 전근대적 경영방식은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뿐 보급정체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요금 급등, 열수급 차질 등으로 확장된 열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한난뿐만 아니라 국내 지역난방사업 전체의 동반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

한난에서 제시한 미이용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소 물량은 추기열로 버려지는 열이 아니다. 복합화력발전 공정 중 스팀터빈에 투입해 전기를 생산하는 증기를 뽑아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것을 추기열이라고 한다. 추기열은 지역난방용 열을 공급하기 위해 감발하는 것이지 버려지거나 미활용 열이 아니다.

미이용에너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 없이 마치 “발전소에서 다량의 에너지가 버려지고 있다”는 주장은 매우 잘못된 내용이며 이 사업의 실질은 증기를 추출해 지역난방사업을 확대하는 사업에 불과하다.

한난이 제시하는 미활용열의 물량 수치도 보고서마다 매번 변하는 등 일관성과 신뢰성이 없다. 또한 발전소 물량(870만Gcal/y)이나 소각장 등의 물량은 이미 청라에너지에 공급하는 물량 등이 중복 반영돼 있는 등 자료의 정확성이 결여돼 있다. 수요의 경우에도 마곡 열병합 발전소(280MW)와 당인리 복합(800MW)이 가동되면 목동, 마곡 등 인근 지역에 충분히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광역망을 건설해 서인천지역의 열을 공급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난이 제시하는 투자비 9,000억원은 광역 열배관망 구축에만 소요되는 비용으로 투자비(단지내 공사비 등)를 고려하면 최소한 3조원 이상의 투자비가 필요하다.

경제유발 효과분석도 오류가 많다. 집단에너지 투자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만 집중 부각한 반면 사회경제적 손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했다. 도시가스 설비의 사장화는 물론 배관, 기자재, 가스기기 생산 업체 등 연관산업에서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추구하는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발생하는 열은 해당 지역에서 사용하는 등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쌍방 간의 필요에 따라 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역난방 보급이 정체된다고 해서 에너지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수조원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광역 열배관망 사업이 타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미이용 열에너지량, 수요량, 경제유발효과 등이 충분히 검증돼야 하고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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