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집단에너지사업자와 GS파워간 열연계 배관망지도.
[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SH공사집단에너지사업단과 GS파워가 극적으로 열연계사업을 타결함에 따라 향후 열연계 자율거래시장의 서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측은 “이번 열연계사업과 정부에서 추진하는 미활용열에너지네트워크와는 별개의 문제로 확대해서 해석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SH사업단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당장 5월부터 열공급이 돼야하지만 열연계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곤혹을 치러왔다. 산업부의 미활용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연계 제안 등의 복병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SH사업단은 당장 열을 공급해야하는 가운데 한난과 열연계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타당성 조사 및 기초설계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GS파워의 경우 이미 지난 2006년부터 신정지구와 열연계를 위해 이미 타당성 검토를 실시했다. 그 당시 신정지구의 열수요가 넉넉지 않아 잠정 중단됐었다. SH사업단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마곡지구로 방향을 전환, 다시 열연계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지난해 말 설계를 완료한 바 있다. 따라서 산업부의 승인을 받아 착공만이 남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부가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여의도~마곡지구 열연계 제안서를 제출해 서울시에 검토를 요청함에 따라 마곡지구 열연계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열공급은 시급성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정을 빨리 지을 것”이라며 “다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꿰어 쓸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서울 시민들의 민생과 관련된 일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의사를 표명해 왔다.

◆SH사업단과 GS파워 MOU

SH사업단이 마곡지구 열공급과 관련 한고비를 넘겼다. 서울시는 서울시민 에너지복지향상을 위해 지난해에는 의정부 소각장과 MOU를 체결하는 등 인근 저가열원 개발을 지속 추진해 오고 있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SH사업단은 지난달 연간 5만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GS파워 부천열병합발전소의 발전열을 마곡 및 목동지역에 활용하기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민간업체인 GS파워에서 시설비 전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재정투입 없이 2015년 11월부터 20년동안 연간 약 150억원의 경영수지를 개선함으로써 이를 소외계층의 에너지복지향상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H사업단의 관계자는 “GS파워 발전배열로 LNG를 사용하는 열전용시설 생산량 47만Gcal를 대체할 경우 연간 3,300만Nm³의 LNG 절감과 온실가스 7만3,000톤CO₂이 저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SH사업단은 초기부터 우리가 필요한 열을 공급할 수 있는지와 마곡지역의 적기 열공급에 대해 기술·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GS파워가 유리하다고 말해왔다. 이번 MOU는 이러한 SH사업단의 의견에 서울시가 힘을 실어 준 것으로 보인다.

한난이 이번 열연계사업에서 배제된 이유는 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설계부터 다시 들어가야 하는 입장을 떠나서 현재 한난이 당장 공급할 수 있는 열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열공급 물량이 충분치 않아 별도로 임시 열공급설비를 갖춰야 하고 여의도를 통해 열배관을 연결할 경우 가압장 설치를 비롯해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고 지적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난의 제안서에는 SH사업단의 고질적인 문제인 PLB(열전용보일러)가동을 제로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H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열병합발전소(280MW급)건설 또한 전면 취소하면 한난이 배관공사비를 전액 투입해 발전소없이 열배관망만을 통해 열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열연계는 보조열원에 불과할 뿐 대규모로 건설되는 마곡지구 전체를 열병합발전시설 없이 열연계로만 공급하기에는 안정적이지 않다는 SH사업단의 강경한 의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열연계 방침을 확정함에 따라 SH사업단은 GS파워와 사업에 본격 착수할 수 있도록 법적 효력이 있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아울러 향후 다양한 검토를 거쳐 열공급 세부 조건을 담은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올해 안에 열배관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GS파워는 부천에서 목동지구까지 11km의 열배관을 건설, 연평균 47만Gcal(최대 65만Gcal)의 열을 마곡 및 목동지구 등 서울 강서지역에 공급하게 된다. 열배관 건설을 GS파워가 맡는 것은 물론 열가격은 Gcal당 6만8,000원(부가세 제외) 수준의 파격적인 조건이다.

또한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 중 PLB 가동율이 가장 높은 SH사업단 역시 PLB 가동율이 대폭 낮아지면서 연간 100억∼150억원 규모의 경영개선 효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MOU 파급효과

이번 SH사업단과 GS파워의 열연계로 인해 일각에서는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가 일단락 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열수요량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에 한난이 인천화력발전소로부터 열을 끌어오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 서울시의 관계자는 “이번 열연계사업은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와 관련이 없으며 SH사업단의 경우 아직도 열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라며 “현재 목동열병합발전소가 많이 노후돼 있는 만큼 앞으로 개체 작업도 이뤄져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놓여 있어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열연계는 지속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에 이를 사업자간 승패로 보면 안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한난은 SH사업단에 초기 부족한 물량을 가격으로 보상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던만큼 SH사업단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어서 추후 한난과의 열연계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SH사업단의 관계자는 “특정사업자에 대해 감정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업단이 비용을 절감하고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것이 서울시민을 위한 길 아니겠는가”라며 “어느 사업자가 됐든 실현가능한 곳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GS파워와 협약을 맺었다고 해서 앞으로 한난과의 열연계를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추후 열이 더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인만큼 타당성과 경제성이 부합한다고 한다면 한난과의 열연계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 향방은

SH사업단이 GS파워의 손을 잡으면서 일각에서는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는 산업부가 가장 경제성이 있다고 했던 1-1구간에 마곡지구가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 1-1구간 중 확정수요인 마곡지구 60만Gcal가 이탈하면서 현재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불확정 수요인 잠재물량만 남게 된 것이다. 따라서 사업성 하락 및 광역망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반대의견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 실무기획단의 관계자는 “광역망 1구간 사업물량 중 SH공사의 확정물량은 전체 수요의 일부에 그치지 않아 그린히트프로젝트 사업추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하게 일부 사업자, 구간만을 두고 진행한 소규모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사업자들은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정부는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마곡지구에 GS파워가 열을 연계하더라도 이번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핵심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요조사에서 이뤄진 대규모의 수요처가 빠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난이 그동안 설명해왔듯이 한난에서는 소매지역을 잠식하기 위한 의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주배관만을 설치함으로써 보다 사업자들이 저렴한 열원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라며 반박했다.

한편 관련업계의 한 전문가는 “산업부가 수도권 Green Heat 프로젝트에 대해 강경추진해온 만큼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이 됐든 여의도에서 마곡까지 연계하는 사업은 추진될 것”이라며 “대신 이를 사당까지 연결해 이번 열연계사업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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