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가장 큰 관심은 ‘안전’이다. 시설물 관리와 인력교육에 정성을 들인다. 자칫 사고로 이어지면 돌이킬 수 없다. 재산은 물론이고 인명피해의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화학물질은 종류에 따라 독성과 폭발의 위험성이 항시 내재돼 있어 적극적인 관리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이지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지난 해 화학물질과 관련해 중요한 2개의 틀이 마련됐다. ‘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다.

화학물질의 제조 또는 수입 시부터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사용되는 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물질 뿐 아니라 관련시설과 위반여부를 꼼꼼히 체크해 사고 가능성을 낮춰보겠다는 것이 법제정 취지다. 올해는 하위법령 준비까지 마무리돼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화학물질관리에 있어 두 갈래의 큰 줄기가 마련되면서 더욱 바빠지는 곳이 있다. 관련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다.

산업계 의견을 대변하고 관리에 대한 각종 지원과 교육을 수행하는 이 단체는 특히 화평법·화관법 시행 1년을 앞둔 지금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또 이러함이 본지가 협회 부회장을 찾아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지윤 협회 부회장은 “제도의 시행에 앞서 산업계의 이행준비를 지원해 원활히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협회의 우선 과제”라면서 “특히 올해는 신속한 교육과 홍보지원을 통해 산업계와의 긴밀한 스킨쉽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계는 화평법·화관법 시행방침에 따라 내용이해를 통한 대응방침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법령이 마련됐지만 각 산업, 기업, 사업장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적절한 방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화학물질은 종류도 많고 그 취급 기준도 다르다. 큰 기준(제도)이 제시됐지만 세부내용(사업장별 환경)이 그 기준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등의 맞춤식 대응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업계의 고충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더욱 뛰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변화에 대응하고 준비사항을 구체적으로 알려 제도시행 시 업체의 혼선을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처럼 산업계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화평법·화관법이 결국 산업계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화학물질의 정보를 파악해 유해성과 위해성을 예방하고 사업장에서의 안전관리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법제정의 취지”이라면서 “새로운 규제라는 부정적 인식을 버리고 화학물질의 관리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되는 관리능력을 제고하는 기회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기업경쟁력과 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도이행 사전업무로 산업계 혼란 최소화할 것”

협회, 2015년 조직정비 완료로 중장기업무 기반구축

 

협회는 지난 달 열린 정기총회에서 기존 2본부 8개팀을 2015년에는 5개본부 1과 17개팀으로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100% 이상 조직이 커지는 것이다.

조직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조심스럽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부회장은 “변화의 중심에는 화평법·화관법 시행이 있다”면서 “신규제도에 대한 교육과 홍보, 기술지원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조직의 정비 필요성이 발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제도시행과 맞물려 필요 인력만 충원하고 중장기적 업무변화를 계획하고 걸맞는 조직기반을 구축하는 시기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학물질의 생성과 이동, 처리 등의 관리기능을 대폭 확대해 화학물질 사고를 줄이고 관리능력을 제고하자는 것이 제도도입 취지인 만큼 이와 관련된 위탁업무는 실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조직은 업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협회의 업무를 이해하면 조직이 보인다며 이 부회장은 말을 이어갔다.
 
협회의 업무 가운데 화학물질관리와 관련해서 크게 시장진입과 시장유통, 환경배출 등 전 과정을 들여다보자는 얘기였다.
 
이 부회장은 “진입단계에서는 각종 신규 또는 기존화학물질의 유해성 심사기능이 필요하다. 또 유독물인지 일반화학물질인지 등의 여부를 판단해 증명서를 발급하고 유독물일 경우 신고수리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시장진입 단계에서만 심사와 확인, 신고기능이 요구되어지는데 이러한 역할이 곧 협회가 추진해야할 ‘업’의 영역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어서 “유통단계에서도 취급시설과 화학물질의 안전관리, 유통관리 등이 필요하고 배출량조사와 위해성평가, 교육, 오염실태조사 등도 환경배출단계에서 요구되어지는 업무”라고 압축 설명했다. 결국 화학물질 전 과정을 협회가 함께 하고 있는 셈이었다.

막힘이 없었다. 구체적인 세부내용조차 자료없이 술술 설명해 나갔다. 지난 7월 선임돼 조직과 업무에 서툴 법도 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 부회장은 “30년 가까이 환경부에 근무하면서 화학물질관련 정책수립과 입법, 시행에 많은 노력을 해 왔다”면서 “실제적 업무범위는 차이가 있지만 화학물질이라는 공통적 업무속성을 지니고 있어 낯설지 않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설명되어진 이 부회장의 업무 외에도 협회는 화학물질관리 정책과 기술개발 등에 관한 연구용역, 국제 화학물질규제 대응을 위한 산업계 지원활동, 다양한 해외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사업 등도 함께 펼치고 있다. 1,400여개 회원사의 권익을 위한 활동은 말할 필요가 없겠다.

협회는 오는 4월에 열리게 될 국제세미나 준비로 한창이었다. 2년에 한번 개최되는 ‘국제화학물질관리정책세미나(ICCP2014)'로 여러 국가의 화학물질 정책담당자와 전문가를 초빙해 각국의 화학물질 정책동향 등을 소개하고 협의하는 자리다.

올해는 새롭게 마련된 화평법·화관법 하위법령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 북미 여러 국가의 관리제도가 소개될 예정이다.

오랜 공직생활로 얻은 행정경험과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해소하는 현재 역할의 장점을 잘 조합해 협회업무를 이끌고 싶다는 이 부회장은 산업계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화학산업이 경제성장을 견인한 주역의 한 축이기도 하지만 최근 빈번하게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와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으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면서 “새롭게 제도가 도입돼 시행 초기 어려움도 많겠지만 적극적으로 협회를 활용하고 또 함께 현명한 이행방안을 찾아 나간다면 빠른 시일 내 국민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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