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일 교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투데이에너지] 지난 수십년동안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급격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매우 빠르게 향상되면서 전력 수요도 함께 급증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전력 설비 또한 증가해 왔지만 워낙 국토 면적이 좁은데다가 또 고립돼 있어서 이미 전력 설비가 꽉 들어찬 실정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3년 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져서 새로 발전소를 짓거나 송전선로 건설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발전소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할 때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ESS가 아닌가 한다.

양수발전소란 펌프를 이용해서 전력이 남는 밤에 물을 상부 저수지로 올려 저장하고 전력이 부족한 낮에 이 물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양수발전소가 이미 7곳에 위치해 있으며 앞으로는 더 짓고 싶어도 지을 곳이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아직도 꼭 전기에너지를 물로만 저장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가 하는 데 의문이 든다.

이미 대용량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나 압축공기를 사용한 에너지 저장기술 등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진보해 실용화 단계에 와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배터리 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이 기술을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데에 활용되도록 한다면 매우 우수한 성능의 ESS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전력의 수요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화력발전기들 중 일부는 출력량을 정격보다 낮춰서 발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발전기가 감소시킨 출력량을 전국적으로 모두 모으면 약 100만kW 이상인데 이것은 원자력 발전기 1개가 낼 수 있는 발전량보다 더 많은 양이다.

만약 적정한 규모의 ESS를 설치하고 이것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부하에 대응하도록 한다면 기존 발전기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발전소를 짓지 않고도 대용량 발전기 1대 이상을 건설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문제와 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자연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력을 예측하기가 무척 어렵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대규모의 신재생 에너지가 도입된다면 급격한 출력 변동이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성공적으로 펴려면 반드시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설비를 함께 구축해야만 하는 데 바로 ESS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적절한 규모의 ESS를 구축하지 않고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정부는 ESS가 창조경제의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라는 것을 인식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ESS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산업체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 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법규의 개정 등 정부의 꾸준한 노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ESS 기술을 보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ESS야말로 창조경제시대의 새로운 발전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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