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재기 해외자원개발협회 부회장
[투데이에너지] 꽃샘추위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다. 올해는 벚꽃이 유난히 빨리 핀 탓인지 벌써 초여름에 접어든 느낌마저 든다. 단지 날씨만 풀린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주도하면서 산업계에도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규제 혁파의 의지를 천명함에 따라 산업계 곳곳에서 보다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뜻한 봄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우리 해외자원개발 업계의 근황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해외자원개발은 여전히 지난 정부의 실패한 정책 중 하나라는 일부의 시각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망각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 중 하나임에도 사용량의 97%에 달하는 에너지를 수입해 쓰고 있다. 매년 GDP의 10%가 넘는 1,300억달러 이상의 석유가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삶의 질의 향상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일정량의 에너지와 자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럼 자원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의 시대에 직접 해외에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자원보유국이 비싼 값에 자원을 팔 때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해 중국, 일본 등 주변의 자원 다소비국은 여전히 정부가 주가 돼 자원외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취임하자마자 러시아, 탄자니아, 남아공 등 자원부국을 방문했으며 올해 초에는 왕이 외교부장이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자원 부국을 찾았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에너지자원 안보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원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자원개발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위축된 기업들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포기하거나 신규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더욱이 이미 확보한 광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해외자원개발의 국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가치투자란 말을 많이 접하게 된다. 가치투자란 기업이 저평가됐을 때 사서 장기간 보유했다가 기업의 가치가 올라갔을 때 파는 것을 말하는데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하나인 워렌 버핏이 이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자원개발도 마찬가지다. 자원개발은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투자하고 기다려야 하는 특성을 갖는 사업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꿋꿋하게 버텨왔기 때문이다.

과거 IMF 시절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을 이유로 알토란같은 자원개발 사업을 많이 팔았다.

그러나 이후 자원가격의 상승으로 그 당시 팔았던 사업의 가치가 적게는 몇 배 크게는 몇 십 배 뛰어 후회한 적이 많다.

1990년대 말 한국전력은 손해를 보고 캐나다의 시가 레이크 우라늄 광산을 매각했는데 지금은 매각액의 30배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으며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매각한 이집트의 칼다 유전도 이후 대규모의 가스층이 발견됐다.

신규 자원개발 투자가 미미하고 오히려 기존 광구를 매각해야 하는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이 같은 IMF 시절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이 1,3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국회도 자원개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도 지금의 성장통을 숨고르기와 내실화의 기간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업계가 조금 더 머리를 맞대 고민하면 해외자원개발 업계에도 재정, 세제, 금융, 투자, 기술, 인력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봄소식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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