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및 수도권 일부 도시가스사들이 수탁공사시 시공업체에게 특정 가스미터기 및 정압기의 메이커를 지정해 주는등 반강제인 구매행위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당국의 지도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본지가 가스시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도시가스사의 부품 거래’ 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도시가스사 7곳중 한두곳을 제외한 나머지 도시가스사에서 이같이 정압기 및 가스미터기등의 구매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도시가스사의 가스미터기 및 정압기 판매에 대해서 강압적인 구매라고 응답한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대한·극동·삼천리·서울·한진도시가스등이 계열사 제품을 지정해 구매토록 하거나 특정 메이커를 지정해 직접 납품받아 지사에서 구매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시가스사에 대한 결재방식에 있어서도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사대금은 어음으로 주고 정압기 및 미터기등의 부품에 대해서는 현금결재만을 고집하고 있다.

일부 도시가스사는 60일이내 어음으로 결재할 경우 보증서류를 요구하고 있어 시공업체들이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타사제품을 이용할 경우 도시가스의 자체검사시 접수가 늦어져 가스공급을 지연하거나 지방의 한 도시가스사에서는 제품을 구매하면 스티커를 발부해 제품에 그 스티커가 부착돼 있어야만 가스공급을 해 주는 곳도 있다.

더욱이 시중가보다 다소 비싼 편이고 직접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면서도 소비자인 시공업체가 직접 가서 물건을 실어와야 하는 불편함에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같은 부품거래에 대해 대부분 도시가스사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 내지는 자회사에서 판매하는 것이라 도시가스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데 비해 한 도시가스 관계자는 “대부분 수입품이기에 A/S의 용이성과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안전성을 고려할 때 특정 메이커 지정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도시가스 관계자는 “향후 정압기나 미터기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공업체가 아니라 전적으로 도시가스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율적인 구매로 맡길 경우 부실시공등의 안정성을 고려하는 관리차원에서 한 두제품을 지정해 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시공업체 관계자는 “도시가스사는 사기업으로 특성상 독점권을 부여받고 있어 가스공급이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우리나라의 자율경쟁체제를 부정하고 시장경제원리를 막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피해는 결국 시공자는 물론 소비자인 국민들이 받게 되는 것이니만큼 하루빨리 이러한 거래행위를 뿌리뽑아야 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거래행위에 대해 “우리나라 역시 어느정도의 기술력을 가진만큼 100%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정부나 유관기관 주도하에 국내 업체를 집중 육성해간다면 수출입불균형 해소는 물론 기기제조업체 및 업계 발전에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선 예전처럼 생산업체나 일반시중자재상을 통해 구매하는 방법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또한 도시가스사는 가스공급과 안전관리에만 주력하고 시공업체는 안전시공에만 전력할 수 있는 업무조정을 통해 도시가스사와 시공업체가 동반자적 입장으로 인정될 때 이같은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시가스사의 안전성과 부실시공 방지를 고려한 특정 메이커 지정의 불가피성과 이같은 거래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시공업체의 불만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유관 기관의 보다 정확한 조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와 관련 대한설비건설협회 산하 가스설비공사협의회는 최근 전국간사회의를 개최하는등 ‘도시가스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미터기, 정압기 물품강매의 문제점에 관한 대책을 수립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종기 기자>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