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2015년! 많은 곳에서 이 숫자를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매우 특별한 해가 될 듯하다. 새로운 기술의 완성차가 본격 개화되는 시점이기에 그렇다.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가까이 오고 있다. 2013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혼다와 도요타가 2015년 양산체계를 갖추고 본격 시판할 계획을 밝혔다. GM과 벤츠 등 다른 기업들도 FCEV 기술개발을 서두르며 시장 선점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완성차 출시계획에 맞춰 각국 정부도 2015년 가시적인 인프라를 보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책과 시장이 서로 밀고 당기며 FCEV의 화려한 만개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FCEV, 친환경차 시장의 ‘왕좌’ 오를 수 있나

친환경차는 결국 환경규제와 밀접하다. 규제강도와 시기에 따라 친환경차 개발속도가 좌우된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그리고 그 시기가 빨라질수록 친환경차로 향하는 관심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에서 배기가스 기준을 마련하고 환경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가장 강력하면서 효과적인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11개 주에서 ‘ZEV(Zero Emission Vehicle)’ 크레디트 제도를 시행중이다. 캘리포니아주 ZEV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체 신차시장에서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ZEV 판매비중을 22%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경우 판매량은 150만대 수준이다.

ZEV 크레디트 제도는 내연기관차 판매량에 따라 업체별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할 최소 ZEV 크레디트를 할당하는 제도다.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1크레디트 당 5,000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크레디트는 거래도 가능해 의무량 외 확보한 크레디트는 판매할 수 있다. 자동차 판매 매출과 더불어 추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부족한 업체는 벌금 비용을 절감키 위해 크레디트를 구매할 수밖에 없어 판매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ZEV 크레디트는 배출가스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에 따라 타입별(1~6타입)로 2에서 최고 7크레디트를 부여받게 되는데 FCEV는 가장 높은 등급의 Type6으로 대당 7크레디트를 보장받는다.

FCEV를 판매하게 되면 크레디트 확보가 쉬워지는 만큼 자동차 제조사의 FCEV 개발 및 시판계획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4가지 형태로 경쟁하고 있다. 현재는 HEV와 EV의 판매속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인센티브가 점차 사라지면서 향후에는 EV와 FCEV로 시장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EV나 FCEV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EV의 경우 가장 큰 단점은 주행거리다. 테슬라의 모델S(약 300Km)를 제외하면 대부분 시판된 EV는 90~135Km 정도다. 충전시간도 급속의 경우 15~30분이지만 완속충전 시에는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긴 충전시간에 짧은 주행거리는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FCEV는 EV의 이러한 단점으로 빛을 보는 경우다. 충전시간은 3~5분으로 내연기관 차량  못지않다. 주행거리도 1회 충전 시 500km 이상 가능하다. 그러나 대중화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가격 문제다. 2013년 기준으로, 업체별 차이는 있으나, FCEV 가격은 대당 1억원 이상 수준이다. 그러나 양산체계가 확산되면서 기술수준 향상과 부품 단순화 및 모듈화를 통한 원가절감으로 가격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2015년이면 5만달러 수준의 FCEV가 출시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 특성은 FCEV가 친환경차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주력차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각 국의 FCEV 보급 정책

영국은 지난해 4월 ‘UK H2 Mobility’ 프로젝트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소스테이션 인프라 구축에 착수하면서 2030년까지 영국 전역에 1,000기 이상의 스테이션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2015년부터는 미비하지만 FCEV 상용화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현대차와 벤츠, 도요타, 닛산 등 4개 완성차 업체와 관련기업,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중이다.

지난해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FCEV 보조금 정책을 내놨다. 중국은 지난 ‘가난과의 전쟁’에서 ‘공해와의 전쟁’으로 기조를 바꾸고 친환경차 도입을 위한 정책이 활발하다. 현재는 전기차(EV) 보급이 가장 앞서있지만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끊고 새롭게 FCEV가 대상에 포함된 것은 향후 친환경차 보급에서 FCEV에 대한 중국정부의 기대를 가늠해 보기에 충분하다.

FCEV보급에 있어 가장 의욕적이고 구체화된 계획을 보이는 곳은 단연 미국 캘리포니아주다. 주의회는 지난해 9월 ‘FCEV 보급촉진’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2023년까지 수소스테이션 건설을 위해 매년 2,0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로 우선 2020년까지 100기의 스테이션 설치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외에도 지난해 5월 정부차원의 ‘H₂USA’ 파트너십을 발족하고 수소인프라 보급 촉진에 나서고 있다. 이 기구에는 각계 다양한 관계자들이 참여,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수소인프라 구축을 주도하게 된다.

가까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정부차원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걸음씩 옮기고 있다. 계획과 실행의 핵심은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다. 이 기구는 산학연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일본 수소산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소충전소 실증사업을 주도해 온 민간단체 ‘수소공급·이용기술연구조합(HYSUT)’과의 협업이다. 이 단체와 더불어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100기의 수소스테이션을 구축해 FCEV 초기 시장을 형성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3,000기의 스테이션을 확보해 수소사회로 진입한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마련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FCEV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발을 담그고 있는 수준에 머문다. 구체적인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제시된 것은 오는 2015년 43기 스테이션을, 2030년까지 전국 813기 수소스테이션을 구축한다는 ‘구호’ 정도다. 스테이션 숫자로서는 국내 면적대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이를 뒷받침 할 계획의 부재다. 현재 국내에 건설된 스테이션은 총 16기이나 9기만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는 단 2곳만이 계획돼 있다. 이런 상태면 당장 2015년까지 43기 스테이션 구축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선진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로드맵에 이은 구체적인 플랜설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FCEV 확고한 글로벌 리더, 현대자동차

최근 FCEV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는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연료전지차:세계시장 분석과 전망’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를 FCEV분야 ‘확고한 1위(Clear Leader)’가 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는 1998년 FCEV 개발에 착수,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서야 2001년 첫 FCEV(싼타페)를 선보였다. 2004년에는 1세대 투싼과 스포티지 FCEV를 잇달아 개발하고 그해 미국 국책사업인 연료전지 시범사업 시행사로 선정돼 FCEV 32대를 시범운행하게 된다. 이 시기가 주도적인 기술실증이 이뤄진 시점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성장은 2006년 스택을 국산화하고 각종 부품에 대한 기술개발이 이뤄지면서 가능했다. 같은 해 국내 실증사업(승용 30대, 버스 4대)이 진행되었고 이듬해인 2007년 2세대 투싼, 스포티지 FCEV로 업그레이드 됐다.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체계를 갖춘 투싼FCEV는 3세대형이라 볼 수 있다. 100kW급 연료전지 스택과 100kW 구동모터, 24kW의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700기압(bar) 수소저장 탱크가 탑재돼 1회 충전으로 약 600km를 운행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12.5초, 최고속도는 160km/h에 달한다. FCEV으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춘 셈이다. 벤츠와 GM, 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이 밝히는 2015년 이후 양산계획과 비춰볼 때 현대차의 FCEV는 최소 2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FCEV 청사진을 밝혔다. 6월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용판매에 돌입해 오는 2015년 1,000대, 2025년까지 총 1만대의 차량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FCEV에 대한 최근 성과를 감안할 때 기대할만한 수치다.

2013년 2월부터 FCEV 양산을 시작한 현대차는 7월 유럽에 17대를 수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15대, 스웨덴 스코네 2대 등이다. 성과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유럽연합 산하 연료전지 정부과제 운영기관인 FCH-JU가 공모한 ‘EU FCEV 보급 확대사업’ 입찰에 참여해 보급사업자로 선정됐다. 현대차는 이 사업으로 총 110대의 보급대수 중 75대를 공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이번 선정으로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시장 전역에 공급할 수 있게 돼 시장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력한 오너·협력사 리더십이 현대차 FCEV 이끌어

다른 완성차에 비해 늦게 출발한 현대차가 FCEV분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강력한 오너의 개발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5년 이상 꾸준한 FCEV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상용화시점이 불확실하고 성공가능성도 확신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장기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완성차 기업은 드물다. 특히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체제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최근 몇몇 기업이 대주주 오너체제로 복귀하고 있지만 2000년대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는 전문경영인체제였다.

양산체계를 갖춘 투싼모델은 약 200여개 업체와 협력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현대차 자체기술개발 노력과 협력업체의 도움으로 투싼FCEV는 95%가량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협력업체도 10년 이상의 미래가치를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계약에 따른 단순 협력사 관계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협력사와 함께 성장한다는 현대차의 강력한 리더십과 ‘완성차-부품사’ 간 신뢰관계를 읽을 수 있는 결과인 셈이다.

2015년은 FCEV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앞서 현대차가 FCEV 일반판매를 시작했지만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2015년 양산 및 출시계획을 내놓으면서 FCEV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에 힘입어 시장조사기관의 예측도 FCEV 시장 본격화를 예고하고 있다. 일본 후지경제는 전세계 시장규모가 2025년 약 3조엔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시장조사업체 파이크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세계 누적판매량이 120만대, 시장규모는 1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환경차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FCEV가 향후 기대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답은 제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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