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2015년 1월1일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배출권 할당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 됐다.

지난 8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배출권거래제를 주제로 장관회의를 가졌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기재부가 환경부에서 제시한 2009년대비 온실가스 30% 감축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기재부가 환경부에 합리적 배출권할당방법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15일에는 각 부처 차관회동을 가졌지만 이날 역시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소득없이 회의가 마무리 됐다.

산업부는 지난 12일 배출권거래제 민간협의체를 발족, 이달 안에 할당계획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또한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민간협의체 구성원 중 정작 이해당사자인 산업계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으로 할당을 함으로써 벌어지는 파장은 어차피 산업체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으로 남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적 합의안인 만큼 이행해야 한다는 데는 산업계에서도 이견이 없다. 다만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가 얼마만큼 정합성을 지킬 수 있나 하는 것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떠오른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배출권거래제 감축 기준, 문제

정부는 전세계에 2009년 기준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해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통계를 분석하고 있고 이러한 수치가 전산업에 걸쳐 자료화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2009년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배출전망기준을 2009년으로 두고 볼 때 산업체들은 그동안 발전해온 기술들을 원점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냐며 꼬집었다. 산업을 2009년으로 회귀시킬 수 없는 만큼 배출전망치도 가장 최근 상황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제기에도 정부는 당초의 계획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도 지적된 부분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산업이 발전했는데 그러한 발전과정은 고려되지 않은 채 2009년에 기안했고 그 당시 세계에 공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목표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안고 있는 부담감도 무시할 수는 없다. 2009년 기준 온실가스를 30%를 감축하겠다고 했으나 2012년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하게 된다면 실제로 감축할 수 있는 양은 20%에 불과하다. 배출량 증가율이 9%대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간접배출, 이중규제 될 수 있다

간접배출, 다르게 말하면 탄소세로 해석된다. 최근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와 함께 검토했던 것이 탄소세다. 스위스를 비롯해 호주 등은 탄소세를 적용, 운영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 톤당 일정금액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의 경우 에너지원별로 탄소세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5~6센트, 화석연료에 대해서는 최대 20센트까지 에너지요금에 부과하고 있다.

결국 편익을 누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직접 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에너지 또는 물품을 생산하는데 있어서 발생한 탄소를 국민적 관점에서 함께 부담하는 형식이다.

이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에너지 또는 제품 가격에 탄소세를 부과하게 되면 기업체 입장에서도 보다 투명해 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탄소세가 배출권거래제와 맞물리게 되면 이중규제의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할당받아 운영하는 기업이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현실에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 관건이다.

◆탄소상쇄사업 확대, 시기가 적절한가

정부는 산업계에 배출권을 할당하면서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배출권을 거래하는 방법과 국내외 탄소상쇄사업을 통해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CDM(청정개발체제)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CDM사업은 개도국을 개발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가 가지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과제도 함께 해결한다는 취지다.

온실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해당국가가 감축을 한다고 하더라도 주변국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면 감축의 의미가 없어진다. 주변국들에서 배출된 온실가스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게 되면 그동안 감축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개도국을 대상으로 청정개발을 지원,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탄소상쇄사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기술개발보다는 단순하게 배출권을 거래하거나 개도국 지원으로 현 상황에만 머물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봤을 때 기술개발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은 한시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출권 할당치 중 기술개발 기여부분을 인센티브형식으로 인정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에너지가격 현실화 전제돼야

그동안 산·관·학·연 모두가 입을 모아 전제한 것은 에너지가격 현실화다.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가장 중요한 에너지가격이 현실화 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제자리 걸음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위스의 경우도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산업체가 가정용보다 저렴하다. 이는 우리나라 구조와는 다른 형태다.

물론 스위스도 가정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요금을 어느 정도 관여를 한다. 사업자가 요금을 결정하면 정부의 동의를 얻어 반영토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탄소세 부과에 대해서는 가정과 산업체 모두 같은 비율로 원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스위스는 산업체에는 에너지공급시장을 자율에 맡기고 있다. 시장을 개방해 에너지요금을 에너지공급사업자가 직접 책정함으로써 사업자가 적정원가를 반영해 운영토록 했다. 결국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요금의 분류를 정확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에너지생산원가에 대한 반영과 설비에 대한 부담금,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환경부담금(탄소세) 등의 명목을 하나하나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수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요금을 보전해 줄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요금제도를 투명하게 관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사용분에 대해 적정가격을 지불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의 한 전문가는 “요금이 현실화됐을 때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은 크겠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 없는 법”이라며 “늘 그렇듯이 처음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과감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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