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대성산업가스가 사모투자 운용사에 팔린다. 또 지난 4월 에어리퀴드 지분을 매입키로 한 계약에 따라 매입대금 1,856억원 전액을 납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대성합동지주와 에어리퀴드의 35년간 동거관계는 깨끗하게 정리됐다.

대성합동지주는 20일 공시를 통해 대성산업가스 지분 가운데 216만6,000주(60%)를 골드만삭스 계열사인 골드만삭스PIA 등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1,980억원이다.

골드만삭스PIA 등은 향후 대성산업가스가 발행할 CB(전환사채)를 추가로 인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거래금액은 총 4,200억원에 달한다.

대성산업가스의 매각은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성합동지주는 그룹의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대성산업가스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성산업 자금지원 등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 시간이 더딘 기업공개에서 매각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추정은 금번 매각공시 내용에서 읽을 수 있다.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를 매각하면서 다양한 옵션을 약정했다. 먼저 골드만삭스 측에 지분을 넘기는 대신 일정기간 후 재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약속받았다.

매도일 기준 2년째 되는 날부터 4년째 되는 날까지로 한 우선매수제안권도 약정했다. 옵션 가격은 미리 정하지 않고 행사시 공정가치를 산출해 정산하는 방식이다.

자금확보가 급해 팔기는 하지만 언제든 사정이 나아지면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성합동지주는 20일 7월31일까지 취득키로 한 에어리퀴드 지분 40%(에어리퀴드 20%, 에어리퀴드재팬 20%)에 대한 매입대금도 전액 납입했다. 회사 매각을 위해 약정 기일보다 앞서 매입대금 납입을 완료한 것.

이로써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 합작관계에 있던 에어리퀴드와의 35년간 동거관계를 정리하는 날 동시에 회사를 떠나보내는 웃지도, 울수도 없는 상황을 겪게 됐다.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회사 경영은 대성산업가스 현 경영진이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룹 계열사의 자금지원 등으로 곤욕을 치르던 대성산업가스로서는 홀가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에어리퀴드와 합작관계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경영, 문화, 조직 등 35년간 모든 면에서 대성의 일원으로 여겼던 대성산업가스로서는 갑작스런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옵션에 따라 대성합동지주가 재매수하게 될지, 시기는 언제쯤일지 등 지금으로서는 답을 찾기가 어려운 점도 복작한 심경을 가중시킨다. 대성합동지주가 재매수 기간을 넘긴다면 사모투자 운용방식상 타 기업(그룹)에 되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경영권을 보장받는다고는 하지만 돈을 투자하고 최대 지분을 확보한 사모펀드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길도 없어 보인다.

이래저래 대성산업가스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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