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보지원센터장
[투데이에너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풍수지리의 방법으로 땅속의 수맥을 찾거나 음기와 양기를 구별해 생활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런 현상이 인간의 길흉화복과 직결되는 것으로 인간의 사고체계와 생활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했다.

현재 우리는 이런 미신적이고 맹목적인 시대를 넘어 최첨단의 과학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과학의 힘을 빌려서 우리는 땅속을 들여다보고 땅속의 미로와 같이 얽혀있는 매설물을 인지해 이를 지혜롭게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국토지리 정보시스템 이라는 땅속의 지도를 만들어 놓고 이를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굴착공사 정보지원제도도 땅속의 위험요인을 인지하고 땅속 매설물을 안전하게 유지함으로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판 풍수지리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적이고 최첨단의 세계에 살면서도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과학적인 것을 믿는 나머지 사람들이 자만하고 방심해 지하매설물을 손상시켜 사고를 불러오기에 불안한 마음과 경각심은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안전 불감증이다. 얼마 전 우리 국민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는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의 산물이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4월에 발생한 대형 가스사고를 찾아보면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고로 사망 101명, 부상201명이 발생한 초대형 사고였다.

해외사고의 경우 1970년 4월 일본 오사카에서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망79명, 부상420명이 발생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모두 4월에 발생한 초대형 굴착공사장의 사고였다. 이를 빅데이터를 통한 방법으로 검증을 해보자.

최근 6년간 굴착통계 88만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년 중 가장 공사 건수가 많은 달이 바로 4월로 나타난다. 이는 통계적인 의미로 볼 때 공사가 많은 만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크다는 반증이다. 단순한 숫자의 미신적인 의미가 아닌 실제로 사고확률이 높은 달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사고예방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잔인한 4월로 기억 될 것이다.

이런 빅데이터를 갖고 굴착 현장관리를 한다면 굴착공사 무사고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례를 더 따져보면 서양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여긴다고 한다.

빅데이터의 굴착통계를 가지고 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굴착통계를 보면 금요일의 공사건수가 가장 많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사고확률이 높은 요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굴착공사자는 금요일에 더욱 예방노력을 한다면 이 또한 기우로 돌려놓을 수 있겠지만 이를 무시한다면 사고로 이어져 불길한 금요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굴착신고 접수시간을 보면 7시가 하루 중 가장 접수 건수가 많은 시간대다. 이 또한 불길한 시간이 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 될 수 있는 하루 중 사고확률이 가장 높은 위험시점이다. 이런 빅데이터를 통해 매년 4월 금요일 7시는 일년 중 가장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최고의 위험시점이다.

이를 예측하고 관리한다면 위험을 예지하는 예견자가 될 수도 있다. 즉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리 준비한다면 누구나 선견지명으로 미리 앞을 보는 눈을 가진 능력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옛날 조상들이 풍수지리라고 하는 경험과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해 땅속의 생기를 찾던 것과 같이 오늘날 우리도 굴착현장의 경험과 통계를 활용해 땅속의 안전을 확보, 굴착공사사고 제로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굴착안전 선진화를 위한 선견지명의 제언을 다음과 같이 하고자 한다.

첫째 제도적인 장치의 정비를 통해 지하매설물의 국가적 운영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가 설립돼 운영된 지 6년째가 됐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리보다 30여년 먼저 운영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매설 가스배관뿐만 아니라 전기, 통신 등 매설물 일체에 대해 굴착정보제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센터도 이런 선진국의 사례를 배우고 적용해 종합적인 콜센터로 국가의 매설망을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더욱 나아가야 한다. 제도적 장치는 규제를 통한 법적 통제수단이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굴착관련법규가 1995년 4월 대구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 후 강화돼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으며 성공적이고 꼭 필요한 제도로 굴착현장에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규제개혁의 바람을 타고 규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는데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는 그동안 잘 닦아온 굴착안전의 길을 다시 옛날로 되돌리는 길이 될 수 있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는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원콜센터의 운영사례를 좀 더 벤치마킹해 굴착안전을 발전시켜 나아 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지하매설물에 대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도시가스사의 부담금을 통한 과도기적인 콜센터의 운영을 국가차원의 지원과 조직을 갖춘 범국가적인 운영시스템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는 마스터플랜도 필요하다.

둘째 굴착현장의 통계분석 자료를 사고예방에 활용토록 체계화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통계적인 방법으로 위험시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한 집중 예방활동이 이뤄진다면 굴착사고 제로화를 이룰 수 있다.

현장점검이 9시 출근 이후에만 이뤄진다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7시의 위험시점이 무시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인식한 일부 도시가스사는 7시에 배관안전점검원을 조기 출근시켜 점검활동을 통한 사고예방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점검방법을 과연 몇 개의 도시가스사에서 실시하고 있을까? 모든 가스공급자가 이를 인식하고 위험피크 시간대에 점검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굴착장비의 운영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사고예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전국에 굴착장비 중 굴삭기는 약 12만대, 천공기는 3,000여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장비는 굴착공사장의 사고 주범으로 최근 10년간의 사고사례를 분석한 결과 굴삭기는 52%, 천공기는 29 %의 사고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의 굴삭장비를 집중 관리하는 예방활동도 효과적인 사고예방 수단이 될 수 있다.

셋째 행정적 사항의 정비 및 시스템개선을 위한 투자확대로 굴착공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행정적인 사항은 주로 예산, 조직 등을 말할 수 있는데 현재 굴착센터 예산은 37개 도시가스사의 매설배관의 길이에 따라 1m당 50원의 부담금을 통해 연간 약 20억의 예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 규모는 이제 한계점에 이르러 운영예산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가스외의 배관에 대한 정보제공 사업을 통한 수입확충 방안을 통해 시스템을 더욱 현대화하고 고도화해 사고예방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현대의 최첨단 IT시대에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사고예방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기에 사고예방을 위한 앱을 개발해 핸드폰으로 쉽게 굴착신고를 하고 굴착정보를 접할 수 있다면 굴착안전을 위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국가의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굴착위치가 지도 정보서비스와 함께 이뤄진다면 진정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위해 많은 투자와 국가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수 사항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의 행복을 위한 투자와 조직의 확충은 굴착안전의 선진화를 위한 꼭 필요한 장치이다.

넷째 굴착공사 현장의 안전사각지대 제거 등 체계적인 굴착공사 예방활동이 필요하다. 현재 도로에서 진행 중인 대부분의 굴착현장은 그동안 많은 홍보와 가스공급자의 점검노력으로 무단굴착공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도로를 벗어난 건축현장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무단굴착현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고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바로 건축공사 현장이 사각지대라고 말할 수 있다. 건축공사현장의 무단굴착을 예방하기 위해 홍보와 순찰을 강화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건축담당 지자체와 연계해 예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매설상황확인서를 굴착센터에서 신고 후 발급받아 착공 신고 시 제출토록 건축법개정을 통해 의무화 한다면 무단굴착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옛말에 ‘설상가상’, ‘엎친데덮친격’ 이란 말이 있다. 이는 재앙이 한번 발생하면 연이어 계속 몰려오는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1995년 4월의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후 국민의 충격이 가라 않기도 전에 불과 2달 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발생해 사망 502명, 부상 937명으로 광복절 이후 국내 최대사고로 기록됐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사고도 당시와 유사함이 너무 많기에 충격이 더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불과 보름 후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로 249명이 부상을 입는 연속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와 같이 세월호 참사도 어린 학생들이 대부분의 피해자가 됐다는 점 또한 피해를 키운 것도 대구지하철 공사장 사고의 경우 굴착자가 도시가스 배관을 파손 후 초동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했고 세월호 참사 역시 선장이 초동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피해를 키운 것이 너무나도 판박이다. 계속되는 불행의 연속적인 사고는 온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약 4만Km에 이르는 땅속의 가스배관이 안 보인다고 무신경하고 안전 불감증에 빠진다면 이런 사고는 연이어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4가지 제언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굴착안전의 선진화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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