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6개월 앞두고 실질적인 할당을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량을 과거 2009년에 설정한 목표치를 총량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설정된 온실가스 증가폭과 산업 및 경제발전 전망 자체가 잘못 돼 실질적인 성장률보다 현저히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산업계는 실제 측정된 경제성장률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가 신뢰도를 내세우며 온실가스 매출 전망치(BAU)대비 30%만을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대역행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계는 이런 정부의 꽉막힌 사고는 오히려 산업계의 부담가중과 더불어 국제적으로도 유연성 없는 정책을 운영한다는 질책만 받을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에서도 지난 5월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산업계의 무리가 없는 선에서 할당에 대해 다시 검토하라는 주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산업계의 반발이 더욱 드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환경부가 2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회의실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공정회를 개최하고 있다

◆배출권 할당량 공청회 개최

환경부는 지난 2일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 앞으로 시행될 배출권거래제 운영계획과 할당 방안을 설명했다.

박륜민 환경부 과장은 “지난달 29일 권역별 배출권거래제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그 자리에서 할당과 관련 산업계의 의견수렴이 안됐다는 논란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산업부, 국토부, 환경부를 비롯해 온실가스정보센터 및 환경공단에서 연구했고 무엇보다 산업계가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참여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배출총량은 온실가스정보센터에서 총량을 검토,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써 기술적인 부분이 중심이 돼 있기 때문에 산업계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감축 로드맵 등에 있는 수치와 업계에서 3월까지 제출한 자료를 4월까지 검토, 반영하다보니 예정보다 초안이 늦게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박 과장은 “학계, 연구단체, 시민단체들이 모여서 연구 초안을 검토했고 권고안을 제시했다”라며 “실제 작업하는 분과 업무도 에경연 등 기업군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산업계를 실제로 참여시키지는 않았으나 의견은 반영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 과장은 또 “총량이 늘어난 부분만큼의 양을 고려해달라는 것과 현실성있는 반영 등 2가지의 산업계 요구가 있었는데 그 중 환경부는 이 두 부분을 모두 고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감축목표를 비용효과적이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하겠다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능하면 실적이 공정하게 배출권을 부여할 것이며 초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배려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박 과장은 “산업계에서 재검증 BAU를 말하고 있는데 재검증 하더라도 그 부분에서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라며 “물론 업종별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총량을 봤을 때 수치가 특별히 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실적이 아니라 전망을 중심으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초창기에는 아니더라도 나중에는 실적위주로 가는 게 현실이라고 박 과장은 설명했다.

박 과장은 또 “업종별 연도별 산정은 로드맵에 들어간 감축률에서 10%를 완화한 수준으로 설정, 5%의 예비분을 뺀 나머지를 실제 할당량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5%의 예비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차이가 많이 나게 보인다는 것이다. 배출권 예비분은 배출권을 팔려고 하는 업체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판매할 수 있도록 1%를 별도로 예비해놨다고 박 과장은 설명했다.

환경부는 배출권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연성 메커니즘, 즉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으며 실제 배출을 적게 해서 배출권 여유가 있을 경우 다음해로 넘길수 있고 또 다음 이행년도에서 차입을 해 올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조기감축실적에 대해서는 업종에 따라 소급 적용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 과장은 “간접배출과 관련한 이중규제 문제는 실제 이중부담이 생길 소지가 있다”라며 “어떻게 완화해줄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량 할당, 산업 발전 저하 요인

산업계는 이에 대해 무엇보다 할당계획(안)은 2009년에 과소전망된 BAU를 그대로 적용해 배출량을 할당함으로써 과도한 산업계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라며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 산업계는 지난달 27일 환경부가 발표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대해 현실 여건을 무시한 채 과도한 감축부담을 줘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산업계 파급효과를 고려해 정부는 배출허용총량 및 할당량을 상향조정하고 할당대상에서 간접배출을 제외하며 정책추진 과정에서 산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해 절차적 타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또한 산업계는 3년간 최대 28조5,00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함에 따라 생산·고용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할당계획(안)은 2009년에 과소전망된 BAU를 그대로 적용해 배출량을 할당함으로써 과도한 산업계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AU 대비 실제 배출실적은 2012년에만 2,800만톤 CO2가 초과돼 BAU와 실제 산업계 배출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실정이다.

2010년 실배출량을 기준으로 산업계에서 추계분석해본 결과 2020년 BAU는 8억9,900만톤CO2로 정부 예측치 8억1,300만톤CO2 보다 10%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종별 할당량 산정 시 과거 3개년(2011∼2013년) 평균 배출량에 감축률을 적용해 동 기간 중 실제 신증설 된 설비의 배출량 증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전, 철강, 석유화학 등 17개 주요업종의 예상배출량에서 감축률을 적용해 산정한 요구량과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중 할당계획(안)상의 할당량간 차이는 2억8,000만톤CO2로 업계 요구량보다 16%나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2010년 EU 배출권 평균가격인 2만1,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산업계는 최소 6조원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출권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매자가 없으므로 실제 과징금을 부담할 수 있어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추가부담액은 28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산업계는 그동안 성장해온 산업을 과거로 회귀시킬 수 없는 만큼 배출허용총량과 업종별 배출권 할당량 산정 시 가장 최근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업계는 간접배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간접배출규제는 이중규제도로 불합리한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력, 스팀 등 간접배출도 할당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조치라며 환경부가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고 있는 EU ETS에서도 간접배출은 규제하지 않고 직접배출만을 배출권거래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직접배출에 대한 부담, 간접배출에 대한 부담, 최대 13조원으로 추정되는 발전부분 부담비용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경우의 전기요금 인상부담까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업계는 할당계획(안) 수립과정에 산업계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할당계획(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된 민관추진단에는 정작 이해당사자인 산업계 인사가 배제됐다. 환경부가 제도설계 단계에서부터 형평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로 15차례 운영한 상설협의체에서는 산업계의 업종별 할당량에 대한 논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산업계는 할당량 산정수준에 따른 파장은 산업체가 모두 짊어져야 함에도 제도 수용을 위한 협의 없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큰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전경련 측은 이미 우리 산업계는 에너지절감투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성실한 준수 등을 통해 지구온난화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디스플레이 업계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설비 도입에 약 400억원을 투자했고 신규 건설되는 OLED 공장에 설계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반영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산업계의 노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져 2012년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이행 첫 해에 예상 배출총량의 3.78%를 감축해 목표인 1.41%대비 2.7배에 달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실과 동떨어진 배출권 할당계획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과 함께 시행돼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며 “이번 기회에 배출권거래제 시행여부, 시행시기, 감축량 등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 VS 환경단체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이날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할 것들을 몇 가지 말하도록 하겠다”라며 “지난 5월26일 할당계획이 구체적으로 발표됐는데 산업계에서 보면 정책의 신뢰성이 상당히 훼손됐다고 판단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유 본부장은 최근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간접부담에 대해서도 “현재 13조원 정도가 발전소 등에 부과해야하는데 이를 전기요금에 부과하면 산업계는 도대체 얼마나 더 내야하는가”라고 강조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풀리기 안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며 “간접배출에 대해 빼달라고 할거면 전기요금 2배 인상에 동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양 국장은 “정부가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해 예비분을 설정했다고 했는데 이 분량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하면 이는 이월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산업계는 이것을 긍적적인 신호로 보고 기업 개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통해서 투자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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