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현대제철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2년 사이에 근로자 12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 후 안전관리 인원과 예산의 상당한 보강이 이뤄졌다는데 왜 그런 것일까? 사고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사고는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 방지 가능한 것이 있고 많은 노력에도 확률적으로 완전히 방지하기 어려운 종류의 사고가 있다. 사고 발생 원인이 설비 문제인지, 생산 과정의 문제인지, 사내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안전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안전경영이 가능하다.

사고의 특성을 이해하면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경영의 방향이 달라진다. 사고에는 다음과 같이 네 종류 정도가 있다.

첫째로 여러 원인이 서로 얽혀있는 실타래 같은 복잡한 사고다. 최근 발달한 IT와 설비 등이 관련된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사고는 원인은 복잡하더라도 전문적 지식을 동원하면 사고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있으므로 해결 방안도 확실히 제시할 수가 있다.

원인을 밝히면 같은 유형의 사고를 확실히 방지할 수 있다. 이 유형의 사고는 원인 분석에 예산을 투입하면 된다.

둘째는 사고의 원인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이다. 가위바위보에서는 항상 이길 수 없고 지는 경우가 꼭 생긴다. 차량이 많아지면 교통사고율 역시 높아진다.

자연재해도 이런 유형이다. 이때는 사고 발생 확률을 어느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서 하는 예방적 관리비용이 들어간다. 어느 정도까지 비용을 투자할 지에 대해서는 CEO가 판단해야 한다.

어떤 수준까지 비용을 투입할 지는 CEO 경영철학, 사회적 요구 등에 따라 주관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그 투자가 적절한 지에 대해 항상 비판이 따른다.

현실에 안 맞는 과한 투자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사고 확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이에 이해 당사자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셋째는 처음 겪으면서 사고의 원인이 잘 안 밝혀지는 모호한 사고이다. 이런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 및 책임자에 대해 관련자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때는 그 업체가 의사결정 거버넌스를 어떻게 갖추고 있느냐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된다. 예산과 인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경영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 유형은 이미 발생 원인을 잘 알고 있어서 일상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는 사고이다. 일상적 사고는 직원들도 사고에 대해 모두 잘 인식하고 있어 알려진 대책에 따라 일상적으로 안전관리를 수행하면 된다.

작업자 누구나 이 위험성을 알고 안전관리 방안도 잘 돼 있다. 교차로에 교통 신호등이 있어 충돌 사고가 안 나는 경우로 보면 된다. 만약 이 유형의 사고가 자주 난다면 매우 부적절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현대 제철의 경우 최근 발생한 9건의 사고는 어떤 유형인지 판단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2013년 발생한 현대그린파워에서 독성가스 유출 사고로 사상자를 냈다.

배관보강을 위해 용접을 하던 중 고로가스, SNG 내 독성가스가 역류해 작업자가 가스에 중독돼 사고가 발생했다 한다. 만약 배관의 설계 변경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면 앞에 설명한 첫 번째 복합적 사고일 것이다.

즉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앞의 4가지의 유형 중 어떤 유형의 사고인지를 파악해 각각의 경우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안전경영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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