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원 대한석유협회장
국내 석유산업은 ‘02년 현재 매출액 39조원으로 GDP중 6.5%를 차지하고 석유류 세수는 ‘03년 국방비예산인 18조2,000천억원을 초과하는 18조5,000천억원을 담세하여 총 국세중 20%에 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산업발전과 국제적 위상의 이면에는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산업의 경쟁력과 지원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반대로 이것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우리경제의 근본을 흔들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지 못하다.

97년 석유산업의 자유화 후 불과 5년만에 수입제품에 10% 가까운 시장을 내주게 되고 높은 세금구조에 기인한 유사석유제품 범람 등으로 우리나라의 정유산업은 2000년 이후 약 1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경상적자에 직면하고 있는 등 정유산업의 경쟁력은 거의 바닥수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 완전경쟁시장 하에서 국내석유산업 내부에도 문제가 있겠으나 국가적인 석유정책의 미비로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운 위기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판단되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석유산업과 관련하여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소비지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것은 석유공급의 안정성을 기하고 국내수요구조와 품질규격에 맞추어 안정공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지정제주의를 지탱하는 정부의 주요 정책적 수단으로 가격규제·수입규제·관세제도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격과 수출입이 자유화되어 있어 관세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원유관세제도는 국제수준과 국내체계와도 부합되지 않고 있어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 요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원유관세인하는 국내시장에서 시설투자에 따른 고정비를 부담하고 있는 정유사와 고정비 부담없이 영업하는 수입사간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Rule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주요선진국 및 경쟁상대국은 석유산업을 자유화하면서 원유와 제품간 적정비율를 조정하여 대부분 원유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OECD 30개국중 24개국이 원유무관세이고 중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02년부터 무관세로 전환했으며 미국은 0.3%, 일본도 2006년부터 무관세가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83년부터 20년동안 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관세는 원재료 1~2%, 1차가공품 5%, 완제품 8%의 체계로 원재료에는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완제품에는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2002년 8월 재경부산하 조세연구원의 관세제도 연구결과 원유와 수입석유제품의 적정한 관세율의 격차는 8%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요국인 일본 6%, 중국 7.5% 대만등도 9.5%의 차이를 두어 국내산업 보호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유독 원유와 완제품간 관세차이가 2%에 불과해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국제 및 국내관세체계와 부합되게 원유를 무관세로 하고 원유와 제품간의 관세차이를 적정비율로 개선한다면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세연구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유관세 무세화의 후생효과는 포기되는 세수 1원당 1.258원의 국민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되어 어떤 원자재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크며 소비자물가 0.05%하락, 무역수지 약 4.9억불 개선, 이에 따른 경제성장율은 0.1% 향상된다고 한다.

원유무관세에 따른 세수결손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중인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라 총 34조 1,500억원의 세수가 증가되고 ‘06년 이후에도 세제개편전 대비 연10조원의 지속적인 세수가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

최근 석유산업의 환경이 갈수록 척박하지만 정유업계에 부여된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불합리한 관세율 체계에 대한 개선등 국내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의 시행은 어느때 보다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기간산업인 석유산업이 건전하게 육성 발전되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국회 및 정부 그리고 언론과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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