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태백시 제로에너지마을 입구에 태양광, 태양열 시설이 설치된 마을회관의 모습.
[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지난 2일 광해관리공단은 강원도 태백시 폐광지역 45가구(일반가구 43가구, 마을회관 2개소)에 태양광, 태양열 시설을 지원설치한 ‘제로에너지마을’ 사업을 완공했다. 폐광지역 복지차원으로 추진한 이번 정책으로 해당 지역은 에너지비용을 1년에 4,500만원 정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에 해당 지역에 본지가 직접 찾아가봤다.

“과거 탄광촌에서 열심히 일하며 생활하셨던 지역주민들께 조금이라도 혜택을 드리고 싶어 추진하게 됐습니다” 강원도 태백시 제로에너지마을 조성사업을 추진한 박창원 광해관리공단 지역사업팀 과장은 조성배경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특히 ‘지역주민’을 강조해 말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권혁인)은 지난 2일 강원도 태백시 수아밭길 인근 주택 및 공동시설에 태양광, 태양열 등 2종 이상의 신재생에너지원을 동시에 투입하는 에너지원간 융합사업으로서 ‘제로에너지마을’ 조성사업을 시행해 설치를 완료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해당 지역주민 43가구와 마을 회관 2개소에 태양광 92kW, 태양열 270m²의 설비가 마련됐으며 연간 최대 4,500만원의 에너지비용 절감은 물론 34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총 사업비 5억4,300만원을 광해관리공단이 52%, 에너지관리공단이 48% 지원해 지역주민의 자비부담없이 설치했다. 보증수명은 20년이지만 평균수명 기준의 85% 정도로 보증수명을 설정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25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 ‘주민밀착형 사업’ 어떻게 시작됐나

광해관리공단은 그동안 폐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진흥사업을 추진해왔다. 1단계 폐광지역 지원사업으로 강원랜드 등 6개 자회사를 만들며 지역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대부분의 사업 아이템은 골프장, 콘도, 리조트 등 관광사업에 치중된 게 현실이었다. 1단계 사업을 통해 세수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외부에서 관광객 유입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뒀으나 막상 과거 탄광근무자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혜택은 미미하다는 점이 한계였다. 지역주민들은 마을에 골프장이 생긴다 해도 거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광해관리공단은 대규모 리조트 건설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는 만큼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큰 규모의 사업이 아니더라도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주민 밀착형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 첫 시도가 태백지역 제로에너지마을 사업이 된 것이다.

▲ 강원도 태백시 제로에너지마을 인근 주택에 설치된 태양열시설.
■ 제로에너지마을사업, 장점은?

△ 환경친화적·경제적 효과

광해관리공단이 폐광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업을 발굴한다 해도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정책방향과의 조율 또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모조리 취합했고 그 결과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태백시는 과거 석탄을 캐던 탄광촌이 폐광된 지역인 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100% 수입인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마저 감소해 환경친화적이며 장기적으로 경제성까지 갖췄다는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로 사업 시행 전에 광해관리공단은 에너지수요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주민들의 에너지사용량의 70% 규모에 맞춰 사업을 진행했다. 100%에 맞출 경우 시설을 통해 생산된 열과 전기가 사용되지 못한 채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4,500만원 비용 절감 효과라는 것은 생산되는 온수와 전기용량을 현재시가로 계산했을 때의 수치이며 실제로 에너지비용이 0원이 된 것이 아니라 70% 감소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즉 1년 기준으로 10만원이었던 에너지비용이 3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단은 이번에 설치한 태양광, 태양열 시설을 입찰시부터 국내 중소기업 제품만 허용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전기세 절감, 옆집이 부러워해요”

제로에너지마을 사업으로 인해 시설을 설치한 가구 대부분은 만족해하는 반응이다.

강원도 태백시 수아밭길 인근에 거주하는 이명순 씨는 “설치 전에는 실제로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어서 고민이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직접 사용해보니 전기세가 절약되고 온수사용도 용이해져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창원 과장은 “외관을 해치고 이용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서 설치를 망설였던 가구의 대다수가 사업이 거의 완료될 즈음엔 뒤늦게 설치를 부탁하기도 했다”라며 “사업 예산이 정해져 완료될 시기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설치할 수 없어 아쉽고 죄송했다”고 밝혔다.

▲ 미레코제로 에너지마을 모니터링 시스템.
△미레코제로 에너지마을 모니터링 시스템

제로에너지마을 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한 실시간 시설 가동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니터링 홈페이지로 접속해 회원가입 후 로그인을 하면 관리자뿐만 아니라 시설 사용자인 지역주민들도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시설 가동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태양열의 적산량과 유량, 태양광의 발전량과 출력 등을 알아보고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 제로에너지마을, 개선할 점은?

그러나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관을 해치고 공간활용도가 줄어든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지붕에 대형으로 설치되거나 마당에 설치할 경우 면적을 크게 차지하기 때문에 나타난 문제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설설치를 처음에 반대한 가구도 있었다. 게다가 시설의 보증기간인 5년 동안은 광해관리공단이 소유권을 가지고 관리하며 AS 역시 에관공의 인증 제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보증기간이 지난 후 주민들에게 소유권을 무상이전하겠다고 밝혀 차후 시설의 문제점에 대한 비용발생의 해결이 난제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별도의 예산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광해관리공단이 처음 사업계획을 하고 태백시청에 사업지 선정을 의뢰했을 때 처음 선정된 지역은 현재 설비가 설치된 곳이 아니었다. 실제로 과거 탄광지역은 대부분 슬레이트 지붕을 사용한 무허가건물이라 시설로 인한 하중을 받지 못해 작업이 불가능했고 슬레이트가 환경부에서 지정한 철거대상이어서 선정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2차 선정을 통해 현재의 수아밭길이 선정된 것이다.

과거에 탄광에서 일하던 근로자들 역시 현재 태백에 20% 이내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탄광근로자와 저소득층 지역은 정작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민밀착형 사업, 향후 어떤 것이 있나

광해관리공단은 제로에너지마을 조성사업의 주민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판단, 2차 사업을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39가구에 시행하기 위해 문경시와 계약을 완료하고 에관공에 보조금도 지원받은 상태다. 현재 문경시에 거주하는 탄광근로자는 20% 이내로 태백시와 비슷한 규모이지만 과거에 탄광촌이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판단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철암역이 위치한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일대를 벽화마을로 조성하려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벽에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닌 무너진 벽을 보수 후 그림을 그려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관광객 유입이 증가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현재 이 사업에 대한 계약을 마쳐 올해 말 준공을 예정하고 있다.

문경 외에 태백, 정선, 삼척, 영월, 보령, 화순 등 6개 지역도 벽화마을 조성사업 준공을 내년 초에 계획 중이다.

그밖에도 폐교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재 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중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으로 임대주택사업을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은 LH가 폐광지역이 아닌 소외지역에서 계속 진행하던 사업이지만 적자가 심하다는 이유로 비수익성 사업으로 분류해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광해관리공단과 공동으로 폐광지역임대아파트 사업을 추진하기로 협의함으로써 7개 폐광지역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박창원 과장은 “제로에너지마을 조성과 함께 폐탄광 수질정화시설에 태양광발전설비 및 소수력발전설비를 도입하고 강원도 탄광문화촌에 소수력발전설비를 지원하는 등 폐광지역 신재생에너지 설비 보급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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