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섭 아시아풍력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수은주가 치솟으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증가하자 전력수급 안정에 대한 불안과 관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행히 이번 여름엔 신규 발전소가 가동되면서 공급예비력이 크게 늘어 전력수급은 여유가 있어서 강제 절전대책으로 인한 국민 불편도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이 전력의 40%를 소비하고 화력발전단지나 원전단지에서 원거리 송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는 발전소의 고장이나 사고나 송전선로의 이상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래서 정전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무정전시스템 구축과 관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조명을 받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가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시스템의 핵심기술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크고 우리 기업의 경쟁력도 강한 분야라 창조경제를 위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는 정책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아직 경제성이 부족해 보급 확대에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에너지저장장치로 관심이 쏠리면서 이미 예산이 감소 추세로 접어든 기존의 에너지효율과 신재생에너지분야가 더 소홀히 취급받을 수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 전력품질 향상이라는 기술적 가치의 활용과는 관계없이 때이른 에너지저장장치와 신재생에너지 연계는 보급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비중은 대략 4% 수준이고 발전량 비중은 수력을 포함해 1.4%에 불과하다, 누적 설비용량은 태양광은 1.3GW, 풍력은 0.58GW 이다.

원자력 설비용량이 약 20GW인 것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지금까지 공급된 태양광이나 풍력의 설비규모는 전력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준이 아니며 적어도 상당기간까지 태양광이나 풍력의 변동성 제어는 급한 과제가 아니다.

독일이나 덴마크처럼 전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20%를 훌쩍 넘기거나 특정시점, 특정지역에서 풍력과 태양광의 발전량이 전력수요에 육박하는 국가들이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과 우리의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력저장용 배터리를 풍력발전소와 연계해 설치할 경우 5.0 이상의 높은 REC 가중치를 부여하겠다는 구상은 전체 풍력시스템을 고비용 설비로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낳아 결과적으로 풍력 보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재생에너지는 그 자체로는 비용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특히 변동성이 큰 풍력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한다면 결국 전체적으로 풍력시스템의 비용이 올라가는 결과가 된다.

풍력은 변동성이 커 에너지저장장치의 설치가 필수라는 이미지를 조장하면서 경제적으로 유용한 전기를 생산하는 장점이 폄하되고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떨어뜨릴 수 있다.

에너지정책을 논할 때 원리와 기술자체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을 완화해 신재생에너지 주류화를 위한 핵심기술이지만 비중이 낮은 단계에는 필요하지 않은, 아직은 고비용의 기술이다.

우리나라처럼 보급 초기에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할 경우 오히려 자연조건에 의존하는 태양광과 풍력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총비용을 증가시켜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에너지저장장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이라는 기반 위에서 안정적이고 스마트한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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