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약 4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해변길(호산리) 마을. 동해 톨게이트를 통과해 7번 국도로 50여km를 달리자 ‘원덕’이라는 이정표가 나왔다. 그 곳으로 빠져나오니 마을 근처에 웅장한 모습의 LNG저장탱크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지난 21일 한국가스공사의 제4기지인 삼척생산기지를 찾았다.

한적한 해변마을 원덕읍 호산리 일원에 건설 중인 삼척생산기지가 오는 31일 1단계 준공을 맞이한다. 삼척기지는 평택, 인천, 통영생산기지에 이어 동해안에 건설되는 제4기지로 영동지방(동해안) 청정에너지 천연가스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또 대규모 건설공사로 인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 동절기 수도권 및 영남지역, 원활한 천연가스 공급 기여

■ 4년 4개월 산고 끝에 첫 송출

지난 2006년 정부의 ‘제8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의거 제4기지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된 후 2008년 7월 제4기지 부지가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일원으로 확정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삼척기지 건설을 위해 2009년 1월 삼척생산기지건설사업단(2010년 2월 삼척기지본부로 명칭변경)을 발족하고 2010년 3월19일 첫 삽을 떴다.

가스공사 삼척기지본부는 첫 삽을 뜬 이래 약 4년 4개월만인 지난 4일(15시18분) 천연가스 공급(104톤/h)을 개시했다.

삼척기지의 첫 LNG선인 ‘한진 라스라판(HANJIN RAS LAFFAN)’호의 입항일(6월24일)로부터 시작된 설비 쿨다운(Cool Down: 영하 165℃의 LNG를 주입하기 전 설비보호를 위한 예냉작업)과 각 설비별 시운을 거쳐 처음으로 공급하기까지 가스공사 역사상 최단 기간인 10일이 소요됐다. 통영기지 첫 LNG선 입항 후 첫 송출까지의 소요기간 16일이라는 종전 최단 기록을 삼척기지가 갈아치운 셈이다.

특히 첫 LNG선 입항일로부터 첫 송출까지 사용한 LNG 물량은 계획(9,111톤)대비 약 72% 감소한 2,568톤을 기록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계획대비 67억5,000만원을 절감한 셈이다.

삼척기지 건설은 총공사비 2조7,581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총 3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로 약 98만m² 규모의 부지·호안조성, 연장 1.8km의 방파제 공사, 저장용량 20만kl급 LNG저장탱크 3기(#1~3호)와 780톤/h의 기화송출설비, 27만kl급 LNG선 접안부두 1선좌 및 기타 부대설비가 오는 31일 준공한다.

다만 1단계 공사 중 20만kl급 LNG저장탱크 1기(#4호)는 2015년 7월 준공할 예정이다.

연장 1.8km의 방파제는 단일공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단계는 20만kl급 저장탱크 5기(5~9호)와 부대설비를 2016년 6월까지, 3단계는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kl급 저장탱크 3기(10~12호)와 540톤/h의 기화송출설비를 2017년 5월까지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척기지본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인 27만kl급 저장탱크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설계·시공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 자연과 하나 되는 삼척기지

지난 21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삼척기지는 이곳 저곳에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활기가 넘쳤다. 정문 진입로는 아스팔트 포장작업이 진행 중이었고 정문을 바로 들어서자마자 정면에 1~3호 LNG저장탱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정문 바로 오른쪽에는 삼척기지본부 건물이 보였다. 삼척기지본부 건물 왼쪽으로는 한국가스기술공사 삼척기지지사 건물이 있었고 천연가스 홍보관이 건설 중이었다.

1~3호 저장탱크 뒤편에서는 차례대로 4~12호 탱크 건설이 진행 중이었다. 한 저장탱크 지붕에 올라서니 삼척기지 건설현장이 동서남북으로 한 눈에 들어왔다.

원덕읍 호산리 마을과 동해바다가 한 데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자연과 하나 되는 Eco-Plant ‘삼척기지’라는 모토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호산리 마을 건너편에서는 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건설현장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이날 삼척기지에서는 3항차인 LNG선 ‘K무궁화호’(대한해운)가 인도네시아 본탕산 LNG를 하역 중이었다. 1주일에 한 번 꼴로 LNG선이 입항하며 1항차 당 6만3,000여톤의 LNG를 싣고 온다. 

삼척기지본부의 관계자는 “삼척기지는 올해 말까지 178만톤의 천연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라며 “이는 공사가 올해 세운 공급목표량인 3,917만톤 중 4.7%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호 삼척기지본부장은 “삼척기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강원도 영동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내륙, 경남 부산을 포함한 영남지역까지 공급되며 동절기 수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및 영남지역으로의 원활한 공급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 최대 난제는 민원

삼척기지는 그동안의 건설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민원문제가 컸다. 지금도 마을 입구 여러 곳에는 “한국가스공사 물러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보인다.

삼척기지는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삼척기지의 역할과 필요성을 이해시키는데 노력해 왔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교육 등과 관련해 290억원을 지원했다. 헌혈행사, 직거래 장터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쳤다.

또 지역적 특성상 동해의 기상이변이 잦은 데다 수심이 깊고 파도가 거세 부지조성에 애를 먹어야 했다. 삼척기지 부지(약 98만m²) 중 약 60만m²가 바다를 매립한 것이다.  

호안축조 및 부지조성공사 주관사인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매립을 위해 쌓아놓은 제방이 연달아 무너지는 등 부지를 조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사히 완료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