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거래제 할당시기가 지연되면서 최근 에너지시민회의와 한국환경회의는 산업계의 눈치를 보면서 배출권 할당을 불이행했다며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반대로 산업계 역시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도를 수정하지 않고 현행대로 고집한다면 추후 재산권 침해를 들어 손해배상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기재부는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싸고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입장에 놓인 것이다.

익명의 정부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고려하면 배출권거래제보다는 환경세나 탄소세 등이 현실적일 것이라며 배출권은 이미 유럽에서 실패한 사례로 실제로는 거래가 거의되고 있지 않은 만큼 기업에게 일방적인 부담을 주면서 추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에너지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가 모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할당을 떠나 정부부처간 의견조율이 더 시급해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를 두고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계 입장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출권만이 답은 아니다라며 배출권은 재산권 침해와도 관련된 문제로 차라리 정부가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서 반영한다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업자는 당연히 비용감축을 위해서라도 알아서 감축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오는 2015년 일몰되는 세제정책들이 많아서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며 이러한 가운데 기재부측은 오히려 탄소세나 환경세에 마음이 가지 않겠냐고 전했다.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배출권거래제 시행으로 재산권이 침해받는 것과 더불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며 여기에 간접배출비용까지 더해진다면 생산직군의 에너지다소비 산업들의 해외이탈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기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생산직군의 업체들과 면담을 해보면 배출권이 시행되면 원하지 않더라도 해외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하고 있다라며 온실가스 감축은 모두가 공동의 목표로 추구해야하지만 배출권거래만이 방법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일이지만 경제성장과 정부의 방침, 양측을 모두 끌어안고 갈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 소위 말하는 굴뚝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아야 10~15%인 반면 우리나라는 25~30%에 달하는데 이를 같은 선상에 두고 정책을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의 관계자는 산업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은 해야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국가경쟁력을 해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은데 정부가 굳이 쉬운길로만 가려고 하기 때문에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모든 산업계가 같은 의견이 아닐 수 있지만 기재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재산권과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각오해야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환경·에너지시민단체 입장

43개 환경·에너지 시민단체들은 5일 산업계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법령을 무시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대해 검찰 고발과 감사원 감사청구로 엄중히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시민회의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5조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시행 6개월(630) 전까지 마련돼야 할 배출권할당계획이 1개월 넘도록 확정되지 않아 731까지 고시해야할 배출권 할당지정업체 지정도 이뤄지지 않는 등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배출권할당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아 배출권할당계획이 무산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경환 장관은 적어도 717일 취임 직후 배출권할당위원회를 즉시 개최해 곧바로 법률 위반사항을 교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뚜렷한 사유 없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시민회의는 강도 높게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국무조정실과 환경부는 법령에서 정한 기한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지만 최경환 장관은 배출권거래제 시행 여부를 송두리째 흔들며 책임기관장으로서 심각한 위법을 자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시민회의는 무엇보다 산업계의 부담 완화를 내세워 배출권거래제를 유보하겠다는 최경환 장관의 발언은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권한을 명백하게 침해할뿐만 아니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라는 정부의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에너지시민회의와 한국환경회의 소속 단체들은 법에 정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수립기한을 지키지 않은 직무유기와 산업계의 부담완화를 근거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직권남용을 범한 것과 관련해 최경환 장관의 책임을 검찰 고발과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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