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승현 기자] 정부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 예산을 전년대비 2조2,000억원 늘리며 안전관련 예산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방관련 예산 등 당장 시급한 예산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안전투자의 방향을 사전예방, 일상관리로 전환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2015년도 안전예산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4년 12조4,000억원에서 17.9% 상승한 14조6,000억원을 안전관련 예산으로 편성, 안전관련 시설, 장비구축 및 교육훈련, 안전산업 기반육성에 중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늘어난 예산으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통신망, 소방장비, 닥터헬기 등 첨단 안전장비도 구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재부의 내년 예산안을 분석해 보면 확충이 시급해 보였던 소방 및 현장안전에 필요한 예산은 발표와 다르게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며 소방헬기 즉시 도입 및 소방관련 장비 확충을 약속했지만 소방사무는 지방자치법상 지방고유사무로 단정지으며 보수·보강의 책임이 원칙적으로 지방에 있다고 밝혀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가직 전환 여부와 명백히 선을 긋는 모양새다.

실제 지자체의 소방사무 관련예산은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화재진압용 펌프차량조차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강원소방본부의 헬기도입과 관련해 실제 장비가격에 1/10 정도인 27억원만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강원헬기의 경우에는 세월호 업무수행 후 복귀 중 추락한 점을 감안해 다른 지자체보다도 우선해 지원되는 것”이라며 “2015년에는 총비용의 초기년도 자금(계약금 등)을 지원하고 연차소요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은 3년 동안 매칭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인데 이럴 경우 열악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당장의 헬기도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덧붙여 정부가 발표한 이번 예산안에서 주목되는 또 다른 부분이 있다.

정부는 SOC시설 예산을 확충해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학교시설이나 교통시설(도로·터널·철도·교량) 등을 보강하는데 집중 투자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뿐만 아니라 시설안전 및 유지, 보수투자를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경제회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즉 정부는 국민 안전에 가장 필수적인 사업들임을 강조해 위험도로 개선, 노후철로 등을 보수·보강하는 SOC사업을 통해 안전확보라는 명목 하에 경기회복까지 잡겠다는 복안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SOC관련 사업은 안전의 경우 장기적 투자목적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현재 예산 부족으로 허덕이는 일선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에 필요한 물품도 부족한데 장기적 투자를 기대하기에는 현장근무자들의 현실이 그리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총 1,000억원을 들여 3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예산안에도 특수소방차(사다리차, 화학차), 소방헬기, 첨단장비의 지자체 구입을 위한 우선 배정보다는 중앙부처가 관리하는 방재업무에 집중돼 정작 현장의 고충은 감안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또한 정부는 안전예산 편성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안전 관련 교육과 훈련을 확대, 구조요원의 실전 대응능력 및 국민 위기대응능력도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소방 공무원 증원 역시 국가안전조직 개편 등과 연계해 현재 관계부처간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반면 경찰과 해경 등 경찰관은 내년에 4,500명을 증원하는 예산을 편성해 ‘2만명 증원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급한 소방인력 대신 해체하겠다는 해경의 인원만을 늘린 꼴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난관리 및 안전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시설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전문인력 375명을 증원하기로 결정한 것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차후 5년간 안전관련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5조원 규모의 안전투자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방침 역시 뜬구름 잡기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출·투자 등을 지원해 민간의 안전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취지는 공감이 가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업체가 얼마나 펀드에 가입할지 그 실효성에는 회의적이란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부의 안전예산 확대 문제는 공감이 가고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안전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이번 예산안에 대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경기도의 어느 일선 소방공무원은 이에 대해 ‘허탈한 웃음’만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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