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투데이에너지] 지난 8월26일 2017년부터 미국의 사빈패스에서 도입되는 LNG 수송을 위한 신규 LNG운반선(6척) 발주가 공고됐다. 6척 중 2척에는 KC-1 화물창 기술이 적용된다.

지난 2004년 국가연구사업으로 개발에 착수한 이래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총괄연구책임자였던 필자는 정년퇴직하기 전에 KC-1 LNG선이 떠다니는 걸 보는 게 소원이었다. 이번에 KC-1 기술의 상용화 가 이뤄지게 돼 기쁘다.

한국가스공사는 2008년까지 총 21척의 LNG선박을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조선강국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건조되고 있는 LNG 운반선은 한척 당 선가의 5%(100억원) 정도를 원천기술사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LNG선 건조 수익율을 10%로 가정할 때 조선소에서는 선박 한척을 건조하고 겨우 200억원 정도 남기게 되는데 이 수익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7월말 기준으로 현재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박은 모두 395척으로 이 중 58%인 229척이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국내에서 건조 중인 LNG선박은 모두 101척이다. 현재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3조원이 넘는 기술료가 발생한 셈이다. 

가스공사와 조선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기자재업체는 해외 기술의존도 완화 및 로열티 절감을 위한 KC-1 화물창 기술을 개발했다.

KC-1 기술의 근원은 가스공사에서 개발한 육상 멤브레인형 LNG저장탱크 기술에 있다. 이 육상용 저장탱크 기술은 인천생산기지 19호 및 20호 탱크에 적용돼 2008년부터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 KC-1 화물창은 기존 GTT의 Mark III처럼 멤브레인형으로 분류되는 기술로 기존 기술에 비해 안전성을 크게 강화한 기술이다.

KC-1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일한 형상의 주름을 가진 금속 멤브레인으로 1차 방벽과 2차 방벽을 근접 배치하고 단열층을 하나로 구성해 시공성과 운영성을 크게 향상시킨 점이다. KC-1 단열재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폼(PUF)은 기존에 비해 열 차단 성능이 높고 제작이 용이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1차 방벽과 2차 방벽의 근접구조는 운전 시 두 개의 멤브레인이 비슷한 온도에서 운전되기 때문에 유사시 LNG가 누설되더라도 2차 방벽에 열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우선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할 때 늘 언급되는 최초 리스크의 완화를 위해 국제적 선급사 주관으로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고 도출된 요인에 대한 대책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철저한 검토가 이뤄졌다.

KC-1 멤브레인 시스템은 이미 육상용 LNG저장탱크에서 운영된 실적이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만약의 경우 설계상의 문제로 하자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보험도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20년 이상 건조기술을 다듬어 최적화돼 있는 기존 기술처럼 KC-1 화물창 기술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야만 건조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최적화된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건조 기간을 최소화하고 KC-1 기술을 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조선업계, 기자재업계, 해운업계 등 관련업계 기술진의 관심과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KC-1 기술은 지금까지 해외기술에 의해 거의 독점돼온 기존 LNG선 시장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LNG선 건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대체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 원천기술사를 크게 긴장시켜 지금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로열티를 크게 낮추고 또 선의의 경쟁을 통해 LNG선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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