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최근 중동지역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는 이슬람 금융 방식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슬람 금융 방식 단독으로 모든 필요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상업은행이나 수출신용기관(ECA) 등과 함께 대주단의 일부로서 부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세계금융위기 및 유럽의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유럽계 은행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위한 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하게 된 결과이다. 반면 2000년대 초중반부터 나타난 고유가 현상으로 중동 산유국의 이슬람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국내기업들은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을 크게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이슬람 금융 연구는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며 일반인들에게는 더욱더 생소한 개념이다. ‘이슬람’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2000년대 말에는 수쿡이라고 불리는 이슬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제도를 개정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금융 제도가 도입되지 못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데는 이슬람 금융에 대한 오해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교를 믿는 신도들이 이용하는 종교 차원의 금융이라는 오해가 있다.

이슬람 금융이 무슬림을 위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어긋나지 않도록 고안된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샤리아에 따른다는 것은 이슬람 신도들에게 금지돼 있는 이자 수취, 불확실한 계약 체결, 도박 등에 관련된 금융거래를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 금융은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비이슬람권의 선진국들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하나의 금융방식일 뿐이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을 도입한다는 것이 마치 이슬람교의 확대에 기여하는 것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슬람 금융은 이자 수취를 금지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 샤리아에서 이자 수취를 금지하는 이유는 어떠한 위험요인도 갖지 않고 이윤 추구 활동의 과실을 가져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슬람 금융에서의 투자는 투자자들간에 투자 리스크를 공유하고 그 결과로서의 이익이나 손실도 같이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에서는 금융 거래를 통해 이자를 수취하는 대신 실물 자산의 거래에 기초해 이윤이나 마진, 또는 임대료나 수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금융계약 형태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원칙으로 인해 이슬람 금융산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슬람 금융이 현재 시점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중동지역 프로젝트의 수주 및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위험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서 수주하려는 프로젝트에 이슬람 금융을 활용하게 되면 수주 확률을 높이게 된다.

중동 국가들은 이슬람 금융자산의 확대를 위해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구조에 이슬람 금융방식이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 파이낸스의 국가 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획득하기 어려운 다양한 위험요인들에 대한 정보를 현지의 이슬람 금융기관으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슬람 금융방식이 더 많은 나라에서 통용되고 이슬람 금융산업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와 금융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슬람 금융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슬람 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국내 금융산업이 중동지역 진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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