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광희 방사선보건연구원 선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모든 인간의 본질적 욕구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안정에 대해 갈구하고 집착한다.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은 역사,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홍수,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전쟁, 폭력, 교통사고 등 다양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안정을 확보하려는 인간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불안은 궁극적으로 어떤 대상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표출된다.

예를 들어 손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의 조그마한 굴속에 황금이 들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서로 황금을 갖겠다고 앞을 다투어 손을 넣어 볼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떤 이가 굴속에 독사가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을 퍼트리면 어떻게 될까? 사실과 다른 불확실에 대한 불안으로 사람들은 아무도 손을 집어넣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그 굴을 메워버리자고 주장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이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은 불확실에 대한 불안이다. 고도의 문명사회로 발전하면서 우리에게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한 건 우리의 문명을 유지하고 더 나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해주는 전기에너지이다. 원자력발전 역시 우리에게 고마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현 문명의 결정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일본 원폭 투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다양한 방사선 사고 경험을 겪으면서 우리는 방사선에 대해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선량 방사선은 우리에게 암과 같은 병을 유발시키는 해로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저선량 방사선이다. 그동안 많은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은 고선량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들이다. 다만, 고선량 방사선에 의한 영향이 인체에 매우 해롭기 때문에 방사선 방호적 측면에서 저선량 방사선에 대한 영향도 해로울 수 있다는 추측이지, 명확히 좋다, 안좋다, 무해하다를 판정하기에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방사선은 우리 몸의 유전자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사실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면역체계이다. 방사선뿐만 아니라 우리 지구환경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해물질에 대해 끊임없이 방어하며 잘 대처하게 만드는 면역시스템은 정말 경이로울 뿐이다.

우리는 1년 동안 약 2.4 mSv 정도로 자연방사선에 노출된다. 이의 절반 수준인 연간 약 1 mSv의 자연방사선에 노출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10억 개 이상의 유전자 손상이 유발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지만 일단 유전자 손상이 발생하면 우리 몸속에서는 항산화효소가 반응하여 유해물질을 해독하고 세포수준에서 유전자 손상복구 효소들이 관여하여 세포손상을 제어하게 되며, 손상된 세포는 스스로 죽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나 면역세포들에 의해 제거되게 되는데, 결국 1개 이하의 돌연변이 세포가 남게 된다.

이는 인체 면역시스템이 거의 대부분의 손상을 복구해 낸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연방사선량의 10배 수준인 약 10 mSv에 노출됐을 경우 생체 방어기능이 120% 이상 상승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길 확률은 10억 개당 0.8개 정도로 낮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적절한 자극과 손상은 오히려 신체 방어기능을 활성화시켜 우리 몸에 유익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호메시스 이론과 일치하는 결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100 mSv 이상에서의 방사선 인체 영향이다. 그 이하의 방사선 영향은 현재까지 명확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원자력보유국의 과학자들이 이를 밝혀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다.  

불확실에 대한 불안은 결속력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구실도 한다. 안정을 얻기 위해 없던 불안을 조성하기도 한다. 반드시 나쁜 것, 배제될 것만은 아니지만 함께 어우러져 사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때론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궁극적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지만, 그러한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우리는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수단은 바로 대화와 소통이 중심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다. 공유된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는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반면 공유된 네트워크의 결핍은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정부와 민간단체, 그리고 사업자가 함께 모여 문제 해결을 위한 답을 만들어가야 한다. 문명을 지키고, 경제도 살리기 위해 사회적 이해를 구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할 때이다.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과학자를 신뢰 해주는 일 또한 우리 사회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타는 비행기, 밥을 짓기 위해 쓰여 지는 불, 겨울 내내 따뜻한 방을 유지시켜주는 보일러 등이 어느 날 사고로, 화재로 우리에게 돌아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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