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공학박사)
[투데이에너지] 필자는 수도권광역열배관망사업과 관련해 지난 9월 지역난방이 가장 발전한 북유럽 국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유럽 국가의 집단에너지사업 현황을  둘러본 직후 지난 10월2일 공청회에서 발표된 제4차 집단에너지기본계획안을 보면서 느낀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집단에너지정책은 여전히 공급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동안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점에 관한 개선책이 보이지 않는다. 일정한 기준만 되면 정부가 집단에너지 공급을 강제하는 지역지정제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에서 지역난방이 가장 발전한 핀란드나 스웨덴은 정부 주도의 지역지정제가 없다. 사업자는 오로지 투자경제성을 감안해 사업에 참여할 뿐이며 취사용 도시가스 공급의무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시장인 핀란드는 가장 낮은 열요금을, 지역지정제로 운영되는 덴마크는 가장 비싼 열요금을 자랑한다.

집단에너지기본계획안의 공급기준을 보면 인근 10km 이내에 가용열원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공급에 제한이 없다. 이는 HOB 등 가용열원시설 연계 시 파주에서 부산까지도 지역난방 공급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연계가 가능한 2개 이상의 택지개발지역이 있는 경우 각 지역의 열수요를 합산한다는 것은 소규모 택지 연계를 통한 공급확장의 편법으로 이용될 수 있다.

더 나아가 1개 조건이 미달되더라도 다른 조건이 월등히 뛰어날 경우 타당성을 별도로 결정한다는 기준은 참으로 애매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기본계획이 사업자간의 갈등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둘째, 미활용 열에너지를 통한 저비용 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한다는 내용은 그동안 수많은 논란을 가져왔던 ‘수도권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민간기업간 자발적인 열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간부문의 영역에 공기업이 검증도 되지 않은 광역망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제2의 아라뱃길사업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광역망사업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만큼 기본계획에는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셋째, 지역난방 중장기 공급계획의 문제점이다. 5년간의 지역난방 시설투자비가 8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추가부담분까지 합하면 10조원대의 사업이 될 것이다. 무려 8조2,000억원을 투자해 114만가구에 공급하는 사업이 과연 합리적인 사업으로 볼 수 있는가. 참고로 도시가스사업은 1조원 투자시 약 120만 가구의 공급이 가능하다.

넷째, 공정한 열요금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사업자별 사업구조가 반영된 차별화된 요금제도가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효과와 외부 수열 등 사업여건이 가장 우수한 한난의 요금수준에 종속된 현행 요금체계로는 공정한 열요금제도가 정착될 수 없다.

한편 집단에너지사업은 기본적으로 춥고 동절기가 긴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부산·경남지역과 같이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지역에서 지역난방을 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없다.

핀란드가 세계 최고의 지역난방 발전국가로 발돋움한 것은 추운 기후와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한 CHP 가동의 결과이다. 값비싼 LNG 위주의 CHP나 추기열로는 승산이 없다. 소각열(12.7%)보다 많은 PLB(15%), 1.4%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등 한난의 열원구성비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는 공급확대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내실있는 집단에너지정책이 요구된다. 아울러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시장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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