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정책 및 일본 원전사고와 더불어 미국 셰일가스 개발로 인한 가스 수출확대 전망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LNG를 운송할 LNG선 발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LNG선은 침체기에 있는 우리나라의 조선·해운산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발주한 신규 LNG선(6척)이 있다. 이번 가스공사의 신규 LNG선은 조선·해운산업에 단비 같은 존재다.

LNG선 시장을 전망해보고 이번에 가스공사의 신규 LNG선을 수주한 조선·해운사들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 세계 LNG 수요와 셰일가스 혁명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의 ‘가스산업’(2014년 9월호, 한원희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 이스라엘, 말레이시아가 LNG수입국에 가세함으로써 현재까지 29개국이 LNG를 수입하고 있다.

LNG 수입국들의 2030년까지의 천연가스 수요는 최근 셰일가스 생산 붐으로 인해 LNG 순수출국으로 전환하게 될 북미 지역을 제외할 경우 주로 중국과 인도에 의해 견인될 전망이다.

2014~2030년까지의 세계 LNG 수요를 보면 중국과 인도는 2014년 258Bcm에서 2030년 772Bcm으로 연평균 7.1%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경우 연평균 7.5%씩 증가해  207Bcm에서 655Bcm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JKT(일본·한국·대만)와 유럽의 수입국들은 1%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중남미는 2.2%, 신흥 아시아는 2.0%씩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원희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세계 LNG 수요는 2020년까지는 중국과 인도, 2020년 이후에는 신흥 아시아 및 유럽 LNG 수입국들이 주도하는 한편 국제 LNG 시장에서의 수요 비중은 70% 이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차지할 것”이라며 “세계 LNG 공급은 다수 프로젝트들이 가동되는 2010년대 중반 이후 호주와 미국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LNG 공급에 있어 미국이 뜨고 있다. 셰일가스개발 때문이다.

유시호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가스산업, 2014년 9월호)에 따르면 미국은 2000년대 이후 기존의 개발방식과 다른 수평시추, 수압파쇄 기술을 결합해 그동안 개발이 어려웠던 셰일가스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09년부터 러시아를 추월해 전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셰일가스는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생산량의 40%가 넘었고 2025년에는 5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천연가스 생산 증가로 캐나다로부터 PNG(파이프라인을 통해 도입하는 천연가스) 수입량은 감소하고 있고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고 남은 물량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멕시코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해상을 통한 LNG 수출도 시작할 예정이다.

풍부한 셰일가스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 역시 미국으로의 수출량 감소로 새로운 수출 판로가 필요해지면서 향후 최대 LNG 수요지역인 아시아지역에 근접한 태평양 해안을 중심으로 LNG 수출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북미 지역에서 LNG 수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유럽 및 아시아지역과의 천연가스 가격차이가 크고 충분한 공급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보다는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캐나다는 LNG 프로젝트 가동을 위해선 미국보다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30년까지 총 35Tcf의 천연가스 생산이 가능한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헨리허브: Henry Hub)은 시장가격에 연동돼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 증가로 자국에 충분히 천연가스를 공급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했다. 2010년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NBP: National Balancing Point)은 유가와 같이 상승했지만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MMBtu당 3달러 이하까지도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보다 2배 높게 형성되기도 했다.

유가와 연동된 아시아 LNG가격과의 가격차이는 더 크다. 아시아 LNG가격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보다 MMBtu당 약 10~15달러 비싼 상황이다.

유시호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대부분의 북미 LNG 수출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표적인 천연가스 가격인 헨리허브에 연계한 가격으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북미지역에서 LNG를 도입함으로써 LNG 도입선 다변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보다 저렴한 LNG 물량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규모 수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6년부터 LNG 수출이 시작되면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미국 전문가들은 LNG 수출로 자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상승하겠지만 감내할 수준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수출 승인을 지지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너무 올라 자국 내 소비자에게 악영향을 준다면 미국 정부는 수출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원희 한국가스공사 연구원은 “미국 내 가스가격 상승 우려로 인해 제안된 프로젝트들 중 5,000만~7,000만톤 정도만이 우선 수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LNG선 시장 ‘호황’ 전망

이처럼 세계 LNG 수요증가 전망과 함께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로 인해 LNG를 운송할 LNG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침체기에 있는 조선·해운업계에 있어서는 좋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

국내 조선사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세계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수주 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LNG선 시장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올해 2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인 현대중공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해운업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사업부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현대상선은 현대LNG해운, 한진해운은 H-LINE해운으로 다시 태어났다.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은 지난 9월30일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기폭제가 되면서 LNG선 시장이 호황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미국은 멕시코만에 건설 중인 사빈패스 프로젝트를 통해 2016년부터 최초로 LNG를 수출할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도 오는 2017년부터 사빈패스에서 매년 280만톤의 셰일가스를 20년간 국내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최근 신규 LNG선(6척) 운영선사 및 건조사(조선사)를 선정했다.

가스공사의 이번 신규 LNG 발주는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조선·해운사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는 평가다. 특히 6척 중 2척에 한국형 화물창 KC-1을 탑재함으로써 약 120억원(척당 60억원)의 기술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가스공사의 신규 LNG선 6척 중 2척(한국형 화물창 KC-1 선형)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이에 앞서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미국 셰일가스 수출 물량을 운송할 LNG선 3척을 수주한 바 있다.

6척 중 일반선형 4척을 싹쓸이 한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9월 싱가포르 해운사 BW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의 초대형 가스개발 사업인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LNG선 5척도 연말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승인을 얻은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들의 LNG 운송에 필요한 선박은 90여척이다. 이 중 60여척은 아직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LNG선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료:Woodmackenzie,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 등
삼성중공업의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 동아프리카 등지의 LNG 수출이 확대되면서 연간 30척 이상의 LNG선이 꾸준히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도 “미국이 이미 승인한 LNG 수출 프로젝트 외에도 LNG 수출 승인이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한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10월15일 발표한 ‘2015년 조선산업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2015년 아태지역 프로젝트의 장기 용선물량 발주 증가로 55~69척(848~1,075만CBM)의 LNG선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2015년 말 파나마운하 확장이 완공되면 미국에서 수에즈운하-인도양-동남아시아-극동아시아로 오는 경로대비 파나마운하-태평양 경로는 38.5%의 거리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이 2021년까지 9Bcf/d(연간 7,312만톤)의 LNG를 수출하고 일본 40%, 한국 30%, 중국 10%, 유로존이 20%를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파나마운하-태평양-일본·한국·중국으로 수출량의 80%를 운송하면 연간 146척의 LNG선이 소요된다.

미국-수에즈운하-인도양-동남아시아 노선으로 운송 시 연평균 220척의 LNG선이 필요하다. 미국-대서양-유럽 노선으로 20%를 수출하면 연평균 21척이 소요된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현재의 LNG 교역량을 기준으로 이 같은 판매루트를 가정하면 미국이 9Bcf/d 수출 시 LNG선의 신규 수요는 167척이 창출된다”라며 “척당 2억달러의 LNG선이 2018년까지 발주된다고 가정하면 2015~2018년까지 미국발 LNG선 발주로 연평균 84억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술경쟁력과 파생상품으로 ‘승부’

최근 LNG선 건조시장에서 일본이 서서히 부활하고 아직은 우리나라와 기술격차가 많지만 중국의 급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LNG선박 강국인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될 국제 LNG선 수주전에서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선은 모두 395척으로 이 중 58%인 229척을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했고, 수송용량은 3,790만㎥로 전세계 수송용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또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 중인 LNG선은 총 101척으로 수송용량은 1,730만㎥에 달한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세계 LNG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사들 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메이저 3사가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국 조선사들에게 우선 발주하는 등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고 중국도 5~6년 전부터 LNG선을 건조하고 있지만 자국 내로 들여오는 LNG선만 건조하고 있는 정도로 아직은 품질 면에서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라며 “중국의 LNG선 건조 급성장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가 10년 정도로 유지되고 있어 단기간에 우리나라를 따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NG선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에 비해 기술력이 중요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적용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예로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 중인 천연가스 재액화 장치를 LNG선에 탑재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공동으로 개발한 KC-1 기술도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사들은 또 조선과 해양기술을 결합한 상품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해양부문에서 LNG선 파생상품인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또는 LNG-FPSO) 기술개발 및 수주에 힘쓰고 있는 것.

원거리에 위치한 해양가스전을 개발해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액화한 후 저장, 출하할 수 있는 선박형태의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설비는 1~5조 입방피트 정도의 중규모 해양가스전 개발에 적합한 기술로 연산 100만~400만톤 규모로 20여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실제 EPC 단계에 와 있는 프로젝트는 Prelude FLNG와 Petronas FLNG 프로젝트 2개뿐이다.  우리나라 조선사는 지난 3년 동안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2척을 모두 수주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Technip과 함께 수주한 Prelude FLNG는 길이 488m, 폭 74m, 총무게 60만톤 정도로 세계 최대 항공모함보다 5배 이상 무거운 해양구조물로 연간 36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고 계약금액이 6조원을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Petronas FLNG는 연산 120만톤급으로 Prelude F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2015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상에서 LNG를 하역해 액체로 저장했다가 재기화를 통해 육상의 소비처로 보내는 해양플랜트(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LNG-FSRU)도 국내 조선사의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기존 육상 LNG터미널을 대체할 수 있는 설비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신조로 발주된 8척을 모두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건조한 LNG-FSRU를 리투아니아에 인도한 바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운행하는 LNG추진선박도 신성장동력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LNG추진선박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연구개발과 함께 수주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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