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장
[투데이에너지] 한국형 화물창 KC-1 개발프로젝트의 총괄연구책임자인 양영명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 원장.

가스공사의 신규 LNG선 6척 중 2척에 KC-1을 탑재키로 결정되면서 지난 10년간 KC-1 개발에 쏟아온 열정과 온갖 감회가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양 원장은 정년퇴직하기 전에 KC-1을 탑재한 LNG선이 떠다니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의 간절한 꿈이 현실이 되고 있다.
   
△KC-1 총괄연구책임자로서 감회가 클 텐데

한국형 LNG선 화물창 ‘KC-1’ 개발프로젝트는 2004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만 10년이 지난 올해 실선에 탑재할 수 있도록 결정돼 온갖 감회가 다 떠오른다.

우선 신규 선박 2척에 KC-1을 탑재할 수 있도록 어려운 결정을 해준 정부와 가스공사 경영층에 감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동료로서 때로는 비판적인 고객 입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연구진에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KC-1 개발의 배경은

KC-1 기술은 원래 가스공사에서 육상용 멤브레인형 LNG저장탱크 기술로 개발된 것이다. 당시 조선소에서는 LNG선 화물창에 대해 해외 원천기술사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으로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조선소를 일일이 방문해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개발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04년 국가연구사업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조선소에서는 LNG선 한 척당 선가의 약 5%에 해당하는 기술로열티를 해외 원천기술사에 지불하고 있다. 결국 KC-1 프로젝트는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을 개발해 해외 기술의존도를 줄이고 로열티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KC-1 상용화가 세 번째 시도 끝에 성공했는데

KC-1 기술의 상용화 추진은 지난 2005년, 2009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 시도이다. 옛말에도 삼세번이라 했으니 세 번의 시도 끝에 얻어진 결과라서 더욱 값진 것이다.

화주, 해운사, 조선사, 선급,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이 절대적임을 알게 됐고, 당시 실패에서 배운 학습효과가 이번 KC-1 탑재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 그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상용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LNG 운반선은 건조비가 2,000억원이 넘고 납기지연 등 문제가 발생하면 LNG 가치사슬의 상류부문에서 하류부문까지 전분야에 걸쳐 많은 차질을 빚게 돼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야기된다.

따라서 화주, 해운사, 조선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매우 다를 수밖에 없고, 특히 문제 발생에 따르는 책임에 매우 민감한 입장을 보이게 마련이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과 더불어 책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KC-1이  LNG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이번 KC-1 기술의 상용화는 지금까지 독점구조를 유지해오던 기존의 LNG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유효한 경쟁구도가 이뤄지지 않던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고 기술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특히 LNG선박 건조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경쟁기술이 등장함으로써 기존 독점체제의 붕괴는 물론 한 척당 100억원이 넘는 로열티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LNG 선박 기술의 발전과 안전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LNG선 화물창의 설계, 건조, 운영 및 유지관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해외 로열티 부담을 크게 경감시킴으로써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자재업체의 육성 발전과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1 기술 적용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우선 새로운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할 때 늘 언급되는 최초 리스크의 완화를 위해 국제적 선급사 주관으로 위험도 평가를 시행했고 여기서 도출된 위험요인에 대한 대책을 설계에 반영하는 등 철저한 검토를 수행했다.

다행히도 KC-1 멤브레인 시스템은 이미 육상용 LNG저장탱크에서 초저온의 LNG 상태로 수년간 운영한 실적이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 설계상의 문제로 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도 준비하고 있다.

△KC-1 기술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근 언론에서 지적됐듯이 KC-1 LNG선이 큰 실익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KC-1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으로 건조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KC-1 기술이 단번에 지난 20년간 기술을 다듬어 최적화돼 있는 기존 기술보다 더 나은 기술이 될 수는 없다. 우리도 KC-1 기술을 더욱 다듬고 최적화해 건조 기간과 비용을 줄여 나가는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KC-1 LNG선은 이제 출발점에 서있다. 달려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KC-1 선박을 건조하는 삼성중공업과 이를 운영하는 SK해운, 그리고 KC-1 설계를 담당하는 가스공사만의 일이 아니라 관련업계의 총체적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축적된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기술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고 관련 기자재업체를 동참시킴으로써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자재업계와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모범적인 창조경제 모델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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