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별 목표지향적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이 발표됐다. 연말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출시계획도 들려온다. 이를 확인시키듯 2015년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판매 5년만에 에너팜(ENE-FARM,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통합브랜드)이 10만대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웃나라 일본의 연료전지산업 현황이다. 수소이용의 첨병역할을 하는 연료전지산업이 활기를 띠는 형국이나 이를 바라보는 우리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움추려 모습을 찾기 어렵던 과거 몇 년 전과는 달리 규모 있는 성장을 이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시장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정부와 업계의 눈높이를 맞춰 같은 방향의 연속된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1. 연료전지산업 동향
2. 연료전지 보급 및 정책
3. 일본 연료전지시장
4.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5. 발전용 연료전지
6. 수소연료전지차
7. 국내 KEY 플레이어
8. 글로벌 KEY 플레이어
9. 연료전지 R&D 현장
10.백업전원용 연료전지
11.분산형전원 연료전지
12.재생에너지와의 결합
13.연료전지 표준화
14.연료전지PD에게 듣는다
15.활성화 방안
글로벌 발전용연료전지시장, 한국 주도 이어진다
강력한 규제 RPS가 시장 견인…세계 최대 ‘평택사업’도 예정
절대강자 포스코에너지에 두산 ‘도전장’…수주경쟁 가속화
신재생에너지원 중 연료전지 보급속도는 어떨까? 용도별 차이는 있지만 고정형연료전지의 보급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
최근 발표된 에너지관리공단의 보급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료전지 설치용량은 총 68MW다. 각종 세미나 등에서 발표된 정부측 자료에도 109MW 가량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통계로 잡힌 용량은 최종 68MW로 조정됐다. 이는 준공검사와 같은 행정적 시점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2014년 설치용량은 그만큼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연료전지 설치용량은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통상적 인식이다. 실제 에관공 통계에 근거해 설치용량을 산출해도 2010년까지 연료전지 설치용량이 총 37MW이던 것이 2013년 총 134MW로 불과 3년만에 3.6배 늘었다.
■강력한 규제가 발전용 성장 견인
이러한 연료전지 설치 증가의 일등공신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보급활성화 정책에 기인한다. 특히 RPS로 대변되는 발전용 신재생에너지보급정책은 매우 강력한 정책으로 국내 발전사업자 가운데 연간 500MW 이상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자는 총 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2012년 2%로 시작해 매년 0.5% 의무비율이 증가된다. 단, 2020년 이후에는 매년 1%씩 발전비율을 늘리도록 해 2024년 신재생에너지발전비율 10%를 충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9월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초 2022년 10% 달성목표를 2년 연장해 2024년으로 조정했다. 이행시기가 조정돼 다소 아쉬운 측면은 있으나 한 가지 옵션을 붙였다. 2016년부터 태양광 별도의무량을 폐지하고 태양광, 비태양광 시장의 통합계획을 시사한 것. 공급의무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신재생에너지원간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정부측 입장이다.
연료전지로서는 해볼만 하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발전시설 구축 시 가장 큰 문제가 대단위 부지확보, 소음과 공해에 따른 환경문제, 지역민원해결 등으로 이러한 기준은 사회발전에 따라 더욱 엄격해 질 것”이라며 “연료전지의 특징은 언급된 문제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즉 연료전지는 소음과 공해발생이 제한적이고 최소한의 설치면적으로 높은 발전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에너지생산 시설이라는 설명이다. 1MW의 전기생산 시 연료전지는 약 250m²의 면적이 필요하지만 태양광은 연료전지의 40배(10,000m²), 풍력은 80배(20,000m²)의 면적이 사용된다.
발전원가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전기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연료전지와 태양광, 풍력(해상)의 발전원가는 각각 270원, 372원, 206원(이상 원/kWh)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기술수준 향상과 국산화에 따라 설치비 하락 속도 역시 타에너지원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연료전지 발전원가의 약 70%가 연료비로 LNG공급가격에 따른 부침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료전지산업 활성화 요구와 맞물려 전용요금제 신설 움직임도 있는 만큼 정책변화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국내 발전용연료전지의 활발한 움직임은 글로벌시장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Fuel Cell Today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연료전지 전력 생산량은 2012년 처음으로 150MW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은 215MW로 이 가운데 전체 전력생산의 50% 이상을 아시아지역에서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 북미, 유럽 등의 순으로 전력생산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공통적인 것은 매년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표1 참조)
아시아시장에서는 일본과 우리나라가 전력생산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일본은 주택용(에너팜)을 중심으로 한 소형연료전지가, 우리나라는 강력한 RPS 제도에 따른 대규모 발전용연료전지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글로벌연료전지시장은 고정형(Stationary)을 중심으로 성장함을 알 수 있다. 2011년 글로벌시장에서 고정형 전력생산량은 전체의 약 74%를 차지한 후 2012년 75%, 2013년 87%의 점유를 보였다.(표2 참조) 같은 시기 일본과 우리나라가 중심이 된 아시아시장의 글로벌 비중도 함께 증가한 것을 보면 일본의 주택용시장, 우리나라의 발전용시장 성장에 따라 글로벌연료전지시장도 비례해 확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용연료전지, 가장 빠른 성장
용도별 구분없이 연료전지산업은 지금이 시장형성기라는데 이견은 없다. 소형출력이 가능한 주택용에서 대규모 발전용연료전지까지 시장자립화를 위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수년 안에 정부 지원없이도 자율경쟁을 통한 산업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대부분 전문가는 예견한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오는 2020년 글로벌 시장규모가 4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2015년 이후 관련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시장에서는 용도별 성장시기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주택용은 약 2,000대(1kW 기준)가 보급돼 여전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1만대 가량이 보급돼야 제조원가 하락에 따른 타에너지원간 자율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용의 경우도 저조한 보급실적이지만 정책변화 및 시장관심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향후 가장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이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중심으로 한 수송용은 시장 인프라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시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단, 시장에 출시한 현대차를 필두로 도요타, 혼다, 다임러 등이 FCEV 출시시기를 속속 내놓고 있고 유럽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구축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수송용시장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규제시장인 발전용의 경우는 국내시장이 글로벌시장을 움직인다. 선진 연료전지전문기업들이 관심단계를 지나 진출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최근 알칼리연료전지 최고기업인 영국의 AFC Energy사는 국내 수소제조기업과 협약을 맺고 발전용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또 LG, 현대, 코오롱 등이 외국 전문기업과 손을 잡았다. 두산은 좀 더 공격적이다. 미국의 연료전지전문회사 인수로 곧바로 시장에 진입했다. 피인수된 클리어엣지파워는 반세기 이상 연료전지사업을 영위한 UTC Power를 인수한 기업으로 다양한 용도의 연료전지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이 업체는 두산과의 관계 이전에 이미 독자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의무할당이라는 강력한 규제로 발전용이 선전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과 같은 규제시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개발과 소재내구성 향상을 통해 타에너지원간 경쟁할 수 있는 자립시장을 속히 만들어야 할 이유다.
■포스코에너지, 황무지를 옥토로
국내 연료전지 역사는 매우 짧다. 국가 신재생에너지원별 보급통계에 연료전지 수치가 잡힌 것도 10년 전인 2005년에 들어서다.
정부는 2002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연료전지를 태양광, 풍력과 더불어 3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2011년까지 세계 3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부터 기초기술개발이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확실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기업이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과제에 우선 참여했다. 투자위험을 줄이고 기술개발을 이루기 위해서다.
포스코에너지는 두가지 방식을 선택했다. 정부과제에 참여해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 기술을 보유한 전문기업 물색에 나섰다. 2007년 포스코에너지는 결단을 내렸다. 1969년 설립돼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퓨얼셀에너지(FCE)에 투자를 단행한 것.
누적된 적자로 경영위기에 몰린 FCE사에 투자하고 기술이전을 계약내용에 담았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러한 방식으로 총 3차례 투자를 진행했다. 2007년 2,900만달러, 2009년 2,500만달러, 그리고 2012년 3,000만달러를 차례로 투자했다.
FCE사는 세계 최고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포스코에너지는 투자때마다 바로 그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런 방식으로 2011년 BOP(보조장치로 전력변환), 2012년 스택(연료전지 핵심기기로 전력생산)제조시설을 준공하고 관련기술의 국산화를 이뤘다. 올해 말 셀(Cell) 제조시설까지 완공하면 연료전지 전 공정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관계자는 “당시는 투자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힘든 시기였다”라며 “결국 ‘옳은 결정’이었음을 현재 시장이 말해주지 않는냐”고 반문한다.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연료전지발전시설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1,000억원에 육박하는 지분투자와 3,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해 관련기술 국산화와 제조시설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투자로 포스코에너지의 2013년 연료전지분야 매출액은 2,500억원을 넘어섰다.
▲ 포스코에너지 포항 연료전지제조시설(BOP, 스택, 셀) 조감도
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셀은 FCE사로부터 들여와 스택제조에 사용하고 있다”라며 “연말 셀 공장이 완공되면 연료전지 제조원가가 인하돼 추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는 MCFC뿐만 아니라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개발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기술이전을 통해 MCFC 기술을 얻었다면 SOFC는 시간과 투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14년, 2015년 차례로 10kW, 50kW급 SOFC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건물용연료전지 시장에 진출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연료전지시장을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시장의 Key Player로서 척박한 황무지를 개간해 옥토로 만들어 가고 있는 공은 인정할 만하다.
■연료전지시장 경쟁 ‘점화’
많은 대기업이 연료전지분야에 관심을 둬 왔다. 지금도 연구과제를 진행하면서 시장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많은 기업들은 연료전지사업을 접었다. 기대만큼 시장확장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만한 기업이 연료전지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시장참여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M&A의 귀재’로 통하는 박용만 두산 회장은 전격적으로 연료전지시장에 뛰어들었다. 애칭에 걸맞게 국내 주택용연료전지시장 80%를 점유한 퓨얼셀파워(FCP)와 국내시장에서도 익숙한 미국 클리어엣지파워(CEP)를 최근 M&A했다.
두산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숨에 1세대 기술과 4세대 최신기술까지 보유하게 됐다는 점이다. CEP는 1세대 연료전지인 인산형연료전지(PAFC)분야 최고 기술을 지닌 기업으로 국내에서도 건물 및 발전용연료전지시스템을 설치한 바 있다. FCP는 4세대 기술로 최근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의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즉 주택용, 수송용, 건물용, 발전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술과 제조시설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를 둘 수 있다.
인수의 가장 큰 매력은 시장에 바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으로 최근 두산은 톡톡히 그 효과를 봤다. 세계 연료전지 역사를 새로 쓸 ‘평택 360MW급 연료전지발전사업’에 참여사로 이름을 올린 것. 이 사업은 가스공사로부터 연료인 LNG를 직공급받아 1단계 100MW, 이후 차례로 360MW급까지 연료전지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전세계 단일용량으로 가장 크다. 사업비만도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전지시스템 공급사업자로 현재 포스코에너지와 두산이 나란히 참여해 있다. 향후 사업주관사와 협의 또는 공급가격 입찰 등을 통해 연료전지시스템 공급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평택사업이 두 회사의 본격적인 경쟁을 알리는 예고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업주관사의 관계자는 “두 기업 모두 평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컨소시엄 MOU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우선권을 부여한 것이지 구체적인 공급분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납입가격, 보증기간, 역량 등을 종합평가해 공급업체를 결정하게 된다는 의미로 모든 경우의 수는 열려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발전용연료전지시장은 당분간 우리나라 주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사업도 주목할 만하지만 서울시는 오는 2020년까지 11개소 총 200MW 규모의 발전시설 건립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RPS 이행당사자의 연료전지 설치계획도 시장을 밝게 한다. 남부발전은 삼척 LNG기지 내 100MW급 대규모 연료전지발전시설 건립을 위해 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지역난방공사도 전국 13개 지사에 총 130MW의 시설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동서발전 80MW, 중부발전 50MW, 서부발전 40MW 등으로 시설구축 계획을 갖고 있어 두산의 등장으로 향후 치열한 수주전을 예상할 수 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