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천 코텍엔지니어링 기술연구소장(부사장)
[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인류가 직면한 여러가지 위기 중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에너지문제라는 것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에너지문제는 화석연료의 고갈이라는 측면과 동시에 지구환경파괴라는 측면에서 더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문제로 부각된 지 이미 오래다.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에 이어 인도까지 산업화가 진행되면 에너지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에너지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자연의 에너지를 이용함으로써 화석에너지의 고갈을 막고 지구환경파괴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미국, 유럽, 중국 등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 비중이 50% 가까이 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절감을 위해서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 지열 히트펌프 개념도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중에서도 가장 큰 부분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히트펌프다. 이들 국가에서는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의 한가지로 지정해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히트펌프는 소량의 전기를 이용해 자연으로부터 다량의 에너지를 얻는 기계장치로 열원에 따라 공기열원히트펌프, 수열원히트펌프, 지열히트펌프 등 세가지로 구분된다. 이중에서 가장 효율이 높은 것이 지열히트펌프인데 2004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 발효된 이후 ‘공공의무화정책’, ‘그린홈 백만호사업’,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 등을 통해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 냉방과 난방이 필수적인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또한 국토의 대부분이 화강암지대로 암반이 단단하고 제조업과 건설업이 매우 발달해 지열히트펌프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지열히트펌프 보급확산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20년 정도 도입이 늦었고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부족한 것을 들 수 있다.

미국 에너지성은 지열히트펌프를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냉난방시스템 중 가장 에너지효율적인 시스템’으로 공인하고 있다. 지열히트펌프는 에어컨대비 약 50%, 보일러대비 약 7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열은 소량의 전기만을 사용하므로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우수한 냉난방시스템으로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동시에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전혀 없는 대표적인 친환경 냉난방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정부의 지열보급정책에 힘입어 나름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시 정부청사 1단계, 롯데슈퍼타워, 서울시 신청사, 한전 신사옥 등 국내 대표적인 신축건물에는 이미 지열이 설치돼 가동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양산병원의 경우 자체분석결과 지열을 설치한 건물은 80% 정도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열이 에너지절감과 환경보전에 어떻게 기여하는가에 대한 운전자료가 앞으로 대거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첫째, 설계, 시공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국내에는 지열을 설계, 시공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자격기준이 전무하다. 이에 따라 아직도 부실설계, 부실시공 하자발생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지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 지열히트펌프가 적용된 롯데슈퍼타워(위)와 서울시 신청사

둘째, 그라우팅의 재료와 공법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땅이 좁고 건물이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열을 하고 싶어도 부지가 부족해 지열 도입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라우팅의 재료와 공법을 고도화하면 30% 정도의 부지를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자동제어시스템의 고도화가 절실하다. 자동제어는 성능확인, 최적운전, 고장예지 및 사후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나 이에 대한 설계 및 시공기준이 미비해 고가의 지열설비가 비효율적으로 운전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와 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기술이 각광받는 현실에 부응할 수 있는 자동제어의 고도화가 향후 지열산업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는 나무를 때던 시대에 태어나 석탄, 기름, 가스로 진화하는 연료의 변화 트랜드를 체험하며 살아왔다. 이제는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차원이 다른 변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열히트펌프는 우리나라의 냉난방시스템을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은 물론 향후 수출산업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확신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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