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최근 국제 유가의 급락 추세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로 인한 리스크 요인은 무엇인지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제 유가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었지만 2011년 2월부터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3년 이상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다 보니 석유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심리적으로 그 가격 수준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유가가 떨어지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40달러대를 나타냈다.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져서인지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의 급격한 변동에는 많은 경우 중동 정세의 불안 요인이 설명 변수로 등장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은 각각 이스라엘과 아랍 산유국간의 제4차 중동전쟁과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혁명에 기인한 것이었다.

1990년대 초 걸프 전쟁이나 2010년대 초 이란의 핵개발 의혹에 따른 갈등 양상도 국제 유가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러한 경우들은 모두 원유 공급중단 또는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로 인해 유가가 오르게 된 것이었다.

최근 중동 정세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분적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IL)는 여전히 중동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아랍국가들의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습도 계속되고 있다. 서방국가들과 이란 간의 핵 협상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이 몰락한 이후 이슬람주의 세력과 그에 반대하는 세력간의 권력 다툼이 계속됨으로써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다. 올해 들어서는 예멘에서도 시아파 반군이 다시 현 정부를 압박하면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현 유가가 하락 추세다 보니 정세 불안 요인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수급 상황을 보면 수요보다는 공급물량이 더 많아 유가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이 일산 3,000만배럴 이상 유지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에 속해 있지 않지만 셰일오일의 개발로 세계 제일의 원유 생산국이 된 미국의 생산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다만 오히려 음모론적인 설명이 양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업자의 도산을 유도하기 위해 국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감산 조치 없이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셰일 오일의 한계생산비용은 70달러대이기 때문에 그 이하로 유가를 떨어뜨렸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서로 공조해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양국의 원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은 재정 수입에서 석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가가 내려가면 재정부담이 커지고 통화가치도 떨어져서 경제적인 충격이 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의 아사드정권을 지원하고 있어 시리아 내전을 장기화하고 있으며 이슬람국가를 와해시키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 하락이 장기화되면 러시아와 이란만 경제적으로 곤란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 대부분이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가 악화되고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비생산적인 논의가 많아지고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제 및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좀 더 멀리 내다보면서 저유가 기회를 활용해 에너지 안보를 더욱 확고히 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면서 내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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