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처장
1. 지구온난화의 원인

불과 몇 해 전 만해도 지구온난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더구나 지구온난화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주장 또한 많은 전문가들에게는 증명하기 어려운 희박한 과학적 가설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돼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ㆍ폭우ㆍ홍수ㆍ가뭄ㆍ한파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는 각종 언론에 주요 인용구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모 국내신문에 기고한 알래스카 탐방기를 보면 미국의 북극연구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주요한 위협으로까지 도달했다. 기상 기록에 따르면 알래스카의 겨울 기온은 지난 30년간 평균 8도 올랐다. 올해 북극 기온은 지난 400년간 또는 그 이상 기간 동안 가장 높았다’고 한다. 또한 ‘잠수함으로 이 지역을 통과한 미 해군은 북극 얼음이 지난 35년간 42%감소했고 물밑 얼음 두께는 평균 131cm줄었다고 보고했으며, 미 해군연구청(ONR)은 여름에 북극의 얼음 꼭대기가 2050년쯤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다. 글 말미에서 그는 당시 탐방으로부터 지구온난화 극복을 위해 탄소배출에 관한 주요한 조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자신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확언했다.

2. 화석연료 고갈 인정해야 할 때

지난 30년 전, 화석연료의 잠재량에 대한 탐지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발표된 부존량 예측은 일면 우리에게 자원부족이라는 위기의식을 다소나마 갖게 했을 수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설마’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오히려 과학적 타당성까지 의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자원연구자들은 인류가 앞으로도 계속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각 연료의 매장 연한을 석유 40년, 가스 60년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리고 이러한 예측은 과거보다 훨씬 정확한 과학적 사실에 기인한다 하겠다. 이 경우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원 중에서 석유 의존도가 35.5%에 달하고 있어 석유의 부족은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전량 석유수입국의 경우 현재의 의존적 연료체계를 자주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장기적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관련 절약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활성화가 필요하다.

최근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카츠타 타다히로는 ‘장래의 바람직한 에너지구조’라는 글에서 ‘…20세기는 경제발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단기적인 이익 추구가 수없이 진행돼 왔다. 그렇게 해서 엄청난 환경파괴가 일어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21세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기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해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21세기라는 식의 구분은 숫자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화석연료와 원자력 의존형 에너지구조를 탈피할 수 있는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100%시나리오를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과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에너지체계의 가능성에 대한 타다히로의 주장이 실현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여전히 2050년에도 우리가 석유통을 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연료고갈과 지구온난화의 문제는 우리가 당장 넘어서야 할 현실의 문제인 것을.

3. 에너지효율화정책의 확대가 우선 중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분야에 있어 안정적인 공급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전력분야의 장기계획이 담겨있는 2002년 ‘1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01년 대비 2015년 전체 발전설비 증가율은 51.44%에 달한다. 더불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 발전설비 증가에 따른 건설비용은 총 34조원에 이르며, 이중 원자력발전을 위한 추가건설에만 18조4,400억에 달한다. 이는 단적으로 과잉공급계획이면서 특정 전원에 편중된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수요관리 계획은 어떤가. 정부가 2015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수요관리 누적총량은 1,031만kW(‘02년 이후 704만kW+’02년 이전 327만kW)이며, 이는 전체 발전설비 목표(7,702만kW)의 9.1%에 불과하다. 수요관리 프로그램이 실시된 지난 10년을 포함해 약 25년간의 수요관리 목표가 불과 9.1%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부하평준화에 편중돼 있는 수요관리 프로그램 또한 문제이다. 부하평준화가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이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절약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단 한번의 부하로 전원공급이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하평준화는 관련 법 제도를 잘만 적용하면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현재 높아져 있는 전력사용량 전반을 낮추는 일(효율화)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특정 시간이나 계절에만 집중돼 있는 부하관리 프로그램에서 현재의 전력사용량 거품을 뺄 수 있는 다양한 효율화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투자액도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효율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절약 효과는 크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제안하고 있는 고효율형광램프, 전구식형광등 등 조명부문과 대기전력절감 두 부문만 100%적용한다 하더라도 연간 2,325,800만kWh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수치는 ‘02년 전체 전력사용량 27,845,100만kWh의 8.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그 외에 고효율전동기, 가전제품효율화, 가스냉방전환 등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까지 포함한다면 이것의 몇 배는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4. 신재생에너지 확대 절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1년 우리나라의 에너지 의존도는 석유 50.7%, 석탄 23%, 원자력 14.1%, 천연가스 10.5%, 대체에너지 1.2%, 수력 0.5% 순이다. 그나마 1.2%밖에 안되는 대체에너지 중엔 다이옥신 등 유독성 대기오염물질을 파생시키는 폐기물소각열이 93.2%나 되고 풍력이나 태양광 등 순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0.1에도 못 미치는 0.06%에 불과하다. 정부는 석유 같은 화석연료와 국민의 반대와 위험성이 내재된 핵발전 위주의 정책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에너지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난 10여년간(’92년~’01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개발에 투자한 총액은 약 36,000,000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 중 폐기물과 석탄활용이 전체 지원금의 21%, 태양열에 42%를 각각 지원했으며, 태양광ㆍ풍력ㆍ소수력ㆍ바이오 등 전력생산분야는 34%인 12,240,000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술개발(R&D)에는 2%만이 지원됐을 뿐이다. (기타, 운전자금 1%임). 반면 ‘2001년 Renewable Energy World’에 의하면, ‘98년 현재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세계 전력생산 총량은 2,826,100GWh으로, 이는 2001년도에 생산한 우리나라 총발전량(285,224GWh)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엄청나다.

더불어 유럽연합의 경우 2011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5%까지 높일 것을 자체적으로 결의했으며, 2010까지 전력수요의 22%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독일의 경우 현재 1차 에너지의 2%, 전기의 5%를 담당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10년 후에는 두 배로 늘리고 그 후 해마다 10%씩 늘려서 2030년에는 30%, 2050년에는 50%로 증가시킬 계획을 세워두고 있으며, 덴마크의 경우 2030년까지 전체전력수요의 5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에너지의 문제는 이제 환경문제와 더 이상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 협약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체계를 탈화석연료 방식으로 전환토록 요구하고 있고 또한 점진적으로 증대되고 있는 석유의 대중동 의존도는 중동의 정치적 불안정성, 9.11테러 이후 석유수송로의 안전문제, 중국의 석유수요 폭증에 의한 역내 수급불안정 등으로 인해 현행 석유시스템의 대폭적인 수정이 요구되는 절실한 상황에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우리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이고 자주적 자원을 이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의 경제사회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에너지정책의 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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