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기획실장(공학박사)
[투데이에너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재앙 중의 하나인 대기오염(Air pollution)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활동으로 인한 대기상의 환경오염을 뜻한다. WHO가 2014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대기오염은 경각심을 넘어 공포감을 자아낸다. 대기오염 질병으로 2012년 한 해 동안 700만명이 사망했다는 조사이다. 정부는 이미 대기오염의 폐해와 심각성을 고려해 청정연료 사용의무화정책(1988년)을 수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석탄을 사용 중인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시설의 환경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규제기요틴 개선과제에 포함돼 검토 중에 있다. 석탄을 사용하는 집단에너지시설(청정연료 의무사용대상)에서 발생하는 열을 산단 밖의 청정연료를 사용 중인 주거지역까지 공급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WHO가 대기오염을 세계 사망률 1위로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의 사용을 부추기는 규제완화는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어떤 명분이든 환경정책의 근간이 훼손되거나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정책은 대기질 개선에 획기적으로 기여했고 수많은 개도국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범지구적 아젠더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Nox, 먼지 및 온실가스 증가로 대기오염을 증가시킬 수 있는 규제완화가 현 환경정책에 앞선 명제가 될 수 없다. 석탄이용이 증가하면 석탄의 운송·적재·보관과정에서 비산먼지와 석탄재 처리에 따른 폐수발생 등 주변지역의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특혜에 또 특혜를 주고 중복투자와 갈등을 조장하는 규제완화정책은 제고해야 한다. 산단 집단에너지시설에 대해 예외적으로 석탄사용을 허가한 것은 입주 산업체에 대한 안정적인 열 공급과 산업발전을 촉진하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이 시설들은 이미 20~30년씩 가동해 투자비 회수 등 특혜의 과실을 충분히 향유했다. 또 다른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미명 아래 추가 수익을 노리는 탐욕에 불과하다. 열을 공급하려는 지역은 이미 도시가스배관망이 완비돼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 국가적 중복투자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킬 이유가 없다. 

셋째, 규제완화의 근본적 취지에 관한 재조명과 잉여열 주장에 대한 냉철한 조사가 필요하다. 규제완화의 큰 흐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국민생활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는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반면에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안전 등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되는 규제는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시설에서 발생하는 열을 주변지역에 공급하게 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근본적 취지에 반한다. 규제완화 시 오히려 특정 기업의 수익성 제고와 산단 집단에너지시설의 사업확장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단 CHP에서 나오는 열, 소위 ‘잉여열’만으로는 인근지역 열공급사업에 경제성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피크부하 관리용으로 허가한 예비시설까지 가동해 열을 공급하는 것은 잉여열이 아닌 ‘의도적으로 만든 열’에 불과하다. 이 경우 폐열, 잉여열을 활용한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주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규제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민경제적으로 폐열이나 버려지는 에너지는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편익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많고 이중 특혜와 인위적으로 만든 열을 이용한 사업확장은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기존 정부의 환경정책이 훼손되지 않고 최소한 대기환경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범위 내의 합목적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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