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섭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아시아풍력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2014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유가하락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매출액, 민간투자, 수출 등 주요 지표를 보면 저유가 상황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실 정확히 따져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유가하락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규모, 글로벌 기업에 비해 낮은 기술 및 가격경쟁력,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부재 등에서 더 큰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사에 기록으로 남을만한 엄청난 고도성장을 이뤘다. 당시 섬유, 봉제, 신발 등 단순 소비재 생산에서 출발해 철강, 금속,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 공업을 거쳐 전자, 반도체, 컴퓨터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빠르게 교체됐다. 기반과 역량이 부족했던 국내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보호가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었다.

기존의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계승해 MB정부는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해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현실은 정부 구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던 열기가 식자마자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전망도 어두워졌다. 최근 창조경제가 대두되면서 정부 관심과 지원이 연관분야인 ESS, V2G, EMS, 마이크로그리드 등 에너지신산업으로 쏠리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국내 태양광시장은 RPS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지만 태양전지는 국내산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중국과 대만산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밀려 국내 태양전지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품질경쟁력으로 가격경쟁력을 보완하는 것도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육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한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지만 국산 풍력터빈은 외국터빈에 비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트랙레코드 부족으로 해외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해외 터빈기업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1기당 13억~14억원 수준이지만 국내 제품은 17억원 수준이어서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뒤쳐져 있다.

그나마 연료전지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국내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기업이 발전용 연료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해외시장 진출은 아직 초기상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 부단한 노력과 끝없는 도전을 통해서 글로벌시장에 경쟁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수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산업부와 미래부도 기업이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높이도록 효과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내수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미래 지속가능한 에너지믹스 구현뿐만 아니라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내수시장 활성화는 필요하다. 제도를 통해 국내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기존 의무사업자의 RPS 과징금 부담을 경감해주는 차원에서 신규 의무사업자 참여를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 전력뿐만 아니라 RFS, RHO 등 연료와 열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시장 창출도 병행해 진행해야 하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해야 한다. 누구나 이런 과제를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은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격차가 벌어지면 글로벌기업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포기할 수 없다면 다시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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