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범 울산대학교 교수
한국전기화학회 연료전지분과 회장
[투데이에너지] 20여년 전에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울산대학교에 왔을 때만 해도 에어컨이 많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더위를 피할 목적으로 고가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조그만 창문형 에어컨이 달린 방에 가서 몸을 식혔다. 집에서는 열대야로 잠을 설치다 더위를 먹어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사무실과 집 어디에서도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을 안락하게 해주는 장치의 에너지 사용량은 어떻게 될까?

스탠드형 에어컨 냉방전력인 6,000W는 말의 힘으로 환산하면 말 8마리가 낼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된다. 내가 시원해지기 위해서 말 8마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150여 년 전에 사람과 물자의 수송을 담당했던 역마차는 그 당시에는 무척 빨랐던 시속 8km 정도로 달렸지만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만 해도 말 100∼200마리의 힘과 같은 10배 이상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다른 현상을 보자. 최근 중국발 황사경보가 자주 뉴스에 나오곤 한다. 그래서인지 필자도 핸드폰으로 오늘의 먼지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화 됐다. 황사가 없는 날에도 먼지관측 농도가 나쁘거나 공기의 질이 좋지 않은 날에는 가급적 바깥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

우리나라 대도시 공해요인의 40% 정도가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 기인하고 서울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의 연비규제가 점차 강화돼 보다 효율적인 내연기관이 나오고는 있지만 공해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무공해 자동차다. 또 그 중심에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배터리전기차와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배터리와 하이브리드화해 사용하는 연료전지자동차가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결합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다. 우리가 마셔도 될 정도의 순수한 물만 배출된다. 오염원이 없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일본의 도요다자동차에는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연구원이 1,000명을 웃돈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도 2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개발기간과 적은 연구인력이지만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자동차 대량 생산라인을 갖췄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도요다자동차는 당초의 계획을 앞당겨 작년 말부터 연료전지자동차를 생산해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화학단지에는 다량의 수소가 나오고 있다. 그 양이 전 세계 수소의 3%를 상회하는 막대한 양이다. 부생수소의 극히 일부인 1%의 수소만 사용해도 연료전지자동차 7만대를 1년 내내 운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미 형성돼 있는 수소산업과 세계 선두권에 있는 연료전지자동차 산업을 시너지화하면 신성장동력으로서 그 잠재력은 실로 막대할 것이다.

최근에 울산, 충남, 광주와 인천 등 여러 지자체에서 수소와 연료전지에 관련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오래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지역별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분발한다면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공기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전지자동차가 대규모로 보급돼 비 온 뒤의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를 자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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