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진행된 국제유가 하락속도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부에서는 올해 초 바닥을 찍은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100달러를 오가던 국제유가가 올해 3월 40달러대로 폭삭 주저앉자 각국은 물론 주요 시장분석기관은 세계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특히 성장세를 달리던 전기차시장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EVs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만4,512대를 기록한 후 12월 3만7,511대로 매월 판매량이 늘었다는 결과다.

국제유가 하락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돼 12월 50달러대까지 떨어졌음에도 전기차 판매량 증가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시장의 우려가 불식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국제유가 하락은 곧 전기차의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보기좋게 예측을 엎어 버린 것이다.

이같은 결과를 낳게 한 가장 큰 이유는 각국의 식지않는 친환경정책에 기인한다. 최근 가장 빠른 전기차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의 전기차시장 전망과 보급정책을 들여다 봤다.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 중국

중국은 이미 자동차산업의 중심이다. 전세계 자동차 판매의 25%이상이 중국에서 일어난다. 이같은 판매량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세계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중국으로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만 놓고 보자면 더할나위 없는 구조지만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미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데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가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환경보호부가 최근 발표한 ‘대기오염 관리 9대 중점도시’의 내용 중 대기오염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자동차 배기가스가 최대 이유로 밝혀진 바 있다.

산업이냐, 환경이냐 여간 고민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친환경자동차다. 최근 ‘신에너지차(NEV: New Energy Vehicle)’로 명명돼 각종 정책지원의 수혜를 받고 있다. 산업은 키우면서 환경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NEV는 한마디로 탄소배출이 제로(0)에 가까운 차량이다. 하이브리드차(HEV)도 제외했다. 현재 중국의 NEV에 포함되는 차종은 순수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FCEV(수소연료전지차) 등 3종이 전부다.

이들 차량에 대해서 세금감면과 보조금 지원, 규제 예외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NEV 5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NEV 가운데 현재 가장 뜨거운 시장은 단연 전기차시장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보급목표를 발표해 시장의 신뢰를 이끌고 산업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 보급된 전기차종 가운데 전기승용차는 총 8만3,000여대에 이른다.

전기버스는 3만6,500대, 전기자전거는 2억3,000만대다. 현재 판매된 숫자도 놀랍지만 증가추세를 보면 시장성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13년 한 해동안 1만9,000여대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무려 7만여대가 팔렸다.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시장 성장속도가 더욱 가속화돼 올해 11만대, 내년에는 24만대 가량의 폭발적인 판매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까지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등으로 40억위안(약 7,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보급대상으로는 개인용 승용차와 정부차량을 비롯해 택시, 버스, 기업용차량, 운송차량 등 다양하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정책은 환경개선이라는 측면을 내세우지만 자국의 산업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NEV 지원정책으로 발표된 내용만을 보더라도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친환경차 구매 시 구매세를 면제키로 했으나 대상 차종에 외국산 전기차는 제외시켰다. 노골적인 자국산업 보호 조치다.

그럼에도 중국 전기차시장은 글로벌완성차 업계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최근 개최된 상하이모터쇼에서도 주요 완성차업계는 전기차를 앞세워 제품알리기에 주력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에 이어 글로벌 전기차시장 3~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조만간 세계 최대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어 전기차를 앞세운 친환경자동차시장에서 중국이 글로벌 최대시장으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선진국의 전기차 확대 주요 정책

2010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포럼이 만들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주요 16개국이 모여 만든 ‘전기자동차 이니셔티브(EVI, Electronic Vehicle Initiative)’ 리더십 포럼이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이들 EVI 회원국에 보급된 전기차는 66만5,000대 이상이다. 충전기는 10만8,000여기가 설치됐다.

이러한 숫자는 전세계 전기차의 95%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보급된 국가는 미국이다. 2010년 1만7,000대 수준이던 전기차 보급규모는 4년간 7배를 훌쩍 넘겼다.

지난 한 해 판매된 전기차만 12만대에 육박한다. 미국은 올해 전기차 총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넘어 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확산을 위해 인프라 구축과 세제혜택 등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인프라의 경우 정부 4억달러, 기업 매칭펀드 4억달러로 총 8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해 충전인프라 지원에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테네시주 등 몇몇 주에서는 전기차공장 건설자금은 물론 배터리 등의 부품에도 자금을 지원한다.

대표적인 보급정책으로 미국은 전기차 구매 시 2,500~7,5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도 의무구매를 높였다. 지난 3월 미국은 공공기관에서 구매하는 관용차량의 50%를 PHEV·EV로 구매토록 강제한 바 있다.

전기차 선진시장인 유럽은 충전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선다. 독일의 경우 현재 100여기가 마련된 급속충전기 숫자를 2020년까지 7,000기까지 확대·설치한다는 목표다.

유럽 주요국의 충전기 규격도 통합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독일을 잇는 주요 고속도로에 155기의 급속충전기가 올해 설치될 예정이다.

인구는 적지만 전세계 4번째 전기차 보급 국가인 네덜란드는 ‘전기차 천국’으로도 유명한 국가다. 2011년 1,579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보급규모는 3년만인 2014년 4만3,762대로 28배나 증가하는 등 가히 폭발적인 보급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은 정부의 충전소 확대 노력과 전기차 렌트서비스인 ‘카투고(Car2Go)’ 정책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가까운 일본도 전기차 대국이다. 중국과 보급률 3위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도 놀랍지만 전기차 판매에서도 글로벌 최강을 다투고 있다.

일본 주요 전기차 제조기업은 지난해 ‘일본 충전 서비스(NCS, Nippon Charge Service)’라는 기업을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이 기업은 전국을 대상으로 전기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설립된 회사로 도요타, 혼다, 미쓰비시, 닛산 4개사가 공동투자했다. 정부의 인프라 구축에 더해 제조사도 직접 뛰어들어 전기차보급 확산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은 고속도로 통행료에 대한 한시적인 전기차 인센티브 정책을 발표해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정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만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은 PHEV와 EV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8월까지 1,000엔 이상의 통행료 전액을 지원한다. 또 9월부터 12월까지 2,000엔 이상 통행료의 절반을 지원키로 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가 전기차 보급 확산에 팔을 걷어 나서는 반면 국내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3,000대 조금 넘어선 정도다. 다행히 정부는 전기차 확산에 힘을 싣기로 하고 내년 한 해만 1만대를 보급키로 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전기차 보급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전기차 20만대, 급속충전기 1,400기까지 보급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시장확대에 따른 산업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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