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지난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178km 떨어진 진원지로부터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설계된 대로 원자로에 정지봉이 삽입되고 디젤발전기가 기동되는 등 발전소 자동정지와 관련해 모든 정상적인 운전원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지진 발생 41분 후에 지진해일(쓰나미: Tsunami)이 발생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지진해일에 의해 원전 1호기부터 5호기까지 모든 AC전원이 상실, 디젤발전기와 스위치기어도 침수됐다. 이어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지금까지 일본은 수습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후쿠시마 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후속 조치와 지진 대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가 증가해 국내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 실시 및 개선대책이 도출됐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월~5월까지 한수원 자체 안전점검, 정부 주관 안전점검이 실시되고 같은 해 9월 안전점검 개선대책 50건이 확정됐다.

또한 2012년 2월 추가 개선대책 10건이 확정(국내외 후쿠시마 교훈 반영)돼 한수원의 56건 개선대책이 이행된다.

■ 후쿠시마 이후 추진 현황

올해 2월 말 현재 분야별 총 56건 중 39건(69%)의 개선대책이 조치, 완료됐으며 2015년까지 남아있는 17건은 이행일정에 따라 조치될 예정이다.

주요 성과는 △고리원전 해안방벽 증축 등 초대형 지진해일에 대한 대응능력 확보(증축 완료) △비상 디젤발전기실 등 침수 방지용 방수문 설치(성능시험 및 인허가 진행 중) △방수형 배수펌프(이동형 디젤펌프) 2대씩 확보(전 원전 완료) △부지별 이동형 발전차 확보(전부지 확보 완료) △원자로 및 증기발생기 비상냉각수 외부주입유로 설치(월성 1, 신월성 1,2, 신고리 2 완료) △사용후연료저장조 비상냉각수 외부주입유로 설치(전 원전 완료) △전기 없이 작동 가능한 수소제거설비 설치(전 원전 완료) △방사성물질 여과배기 및 감압설비 설치(월성 1 완료) 등이 이뤄졌다.

특히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강진발생을 가정해 일정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 원자로가 자동정지하도록 설비가 개선됐다.

대형해일 발생을 전제로 고리원전 해안방벽을 높여 타 원전부지 높이 수준(10m)으로 증축하고 비상전력계통 등 주요설비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방수문을 설치 중이다.

대형 해일로 원전부지가 침수되고 다수 호기에서 동시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 이동형발전차량을 확보하고 사용후연료저장조 냉각계통 기능 상실에 대비해 소방차 등을 이용한 냉각수 보충방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핵연료가 용융되는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수소폭발방지용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설치했다. 특히 중대사고시 격납건물 내 과도한 압력상승 방지 및 방사성물질을 여과해 배출할 수 있는 여과배기설비를 설치했다.

다수호기 동시사고 등 최악의 방사능 재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대응시설의 개선과 함께 비상대응조직 구성 및 비상발령 기준 등을 방사선비상계획서에 반영, 원전인근 주민 보호를 위한 방호약품 등을 추가로 확보했다.

△스트레스테스트

월성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스트레스테스트 추진계획(2013년 4월30일)에 따라 한수원의 평가 결과에 대해 2013년 8월부터 KINS와 민간으로 전문가검증단을 구성해 검증했으며 그 결과를 제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심의한 결과 수행지침에서 정한 평가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의결했다.

추가 안전성 증진을 위한 19건의 중장기 개선사항을 도출했다.

향후 한수원은 중장기 안전개선사항 이행계획을 수립, 실행함으로써 극한 자연재해에서의 대응능력을 더욱 강화시킬 예정이다.

△후쿠시마 지진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기준 지진동은 설계당시 0.18g이었으나 2006년 니가타 지진 이후 설비를 보강해 0.5g로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 지진은 수평방향 첨두 지반 가속(PGA:Peak Ground Acceleration)이 0.56g였으며 수직방향 첨두지반 가속이 0.31g로 수형방향 첨두지반 가속이 기준지 진동을 초과했다.

지진해일 대비 방벽의 설계기준 높이가 6.1m이었으며 사고 후 건물에 있는 물의 흔적으로 평가한 결과 실제 지진해일의 높이는 대략 14∼15m로 확인됐다.

후쿠시마 원전의 지진에 대한 설계근거는 지난 1978년에 발행된 지진설계지침으로써 일본안전위원회 규제지침(NSCRG:L-DS-I.02)이 발행된 이후 후쿠시마 원전의 설비가 보강됐다.

지진해일의 경우 초기 운영허가시 규제 지침에는 지진해일의 효과를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지진해일 평가 방법이 부재했다. 현 규제지침에서는 발전소는 수명기간 동안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발생 가능한 지진해일에 의해 안전기능이 파손돼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지침이 2002년 일본 토목학회(JSCE:Japan Society of Civil Engineers)에 의해 발행됐다.

2006년 도쿄전력은 규제지침과 기술지침을 반영해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지진해일을 재평가한 결과 6.1m로 결정했다. 이 지침에서 발전소 주변 지역의 단층에 의한 지진해일 평가는 해안방벽의 높이를 고려하지 않았으며 실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수많은 단층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상보다 훨씬 높은 지진해일이 발생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지진해일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설계기준초과 지진해일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안전설비의 대부분이 전원을 이용해야 하지만 지진해일에 의해 모두 이용 불가능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이 사고 이후 국내 원전은 지진해일 대비하기 위해 해안 방벽, 주요 안전설비실의 방수문 설치 등 다각적인 방어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 면진장치 실증실험 장면

△국내 지진에너지 흡수장치 개발

지난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강진에도 원전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원전용 면진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면진장치란 지진에너지를 흡수해 구조물에 전달되는 충격을 감소시키는 장치로 구조물 자체가 지진을 견디는 내진과는 다른 개념이다.

한수원은 프랑스와 일본에 이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상업원전용 면진장치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둠으로써 터키 등의 강진(强震)지역 원전 수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면진장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예상지진보다 에너지가 20배나 큰 리히터규모 7.3정도(최대지반가속도 0.5g)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지진에너지를 흡수해 구조물에 전달되는 충격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어 원전구조물 및 설비의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하는 국책과제인 ‘수출형 원전 대비 면진장치 국산화 개발’을 통해 면진장치를 개발한 뒤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실증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40여종의 까다로운 성능검증을 수행해 원전 적합성을 입증했으며 7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이종호 한수원 중앙연구원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원전용 면진장치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실증실험에서 외국제품에 비해 탁월한 성능이 입증돼 향후 원전의 안전성 및 수출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동형 발전차

△면진장치, 지진안전성 향상

구조물의 내진 안전성 향상은 내진(耐震), 제진(制震) 및 면진(免震)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내진은 구조물 자체를 튼튼하게 건설해 지진하중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개념이고 제진은 댐퍼 등을 이용, 구조물의 진동특성을 일순간 변화시켜 안전성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또한 면진은 지반과 구조물 사이에 면진장치를 설치해 지진하중을 저감시키는 개념이다.

최근 강진발생 빈도나 규모가 커짐에 따라서 기본적인 내진설계에 면진장치를 도입, 더욱 안전한 구조물 설계가 진행되는 추세이다.

면진장치는 원전 구조물의 내진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원전 신기술분야로 상업용 원자로에 적용한 사례로는 프랑스의 Cruas 4기와 남아공의 Koeberg 2기가 있으며 일본은 현재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중앙연구원에서 개발한 면진장치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일본에 이은 세 번째라고 할 수 있으며 규모 7.0 보다 지진에너지 측면에서 20배 정도 큰 규모 7.3 정도(최대지반가속도 0.5g)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지진 시 발생하는 에너지를 흡수해 구조물에 전달되는 충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어 원전 구조물 및 설비의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원전에서 요구하는 안전성 및 내구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능이 발휘되고 있음을 내환경 및 방사선 시험 등을 통해 입증했기에 세계 어느 제품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데 그 장점이 있다.

면진장치는 국내 수출형 원전(APR1400)의 구조물 기초 하단에 설치(원형타입으로 직경 1,500mm 면진장치 총 500여개)해 기존 설비에 대한 내진보강 없이 우리나라보다 지진발생 빈도나 규모가 큰 강진지역에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 수출 다변화 및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1차 수벽

△지진계 설치

중앙연구원에 따르며 지표에서의 지진동 크기는 지하심부와 상이하기 때문에 지하심부 지층 처분을 위해서는 심도에 따른 지진파 응답을 평가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부 지진응답에 대한 국내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기상청 및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국내와 같이 미소지진 환경하에서의 미소지진 관측 분해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100m 내외의 시추공 지진계를 설치, 지진파 분석에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2011년 12월부터 단층 및 지진과의 상관성 분석을 목적으로 단층감시시스템에 심도 140m의 지진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추공 지진계는 깊이 140m의 깊지 않은 위치에 설치된 지진관측소이며 이들 자료를 활용해 지진자체의 규모별, 심도에 따른 특성에 대한 지진공학적인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는 지역별로 매우 상이한 감쇠특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특정 부지의 지진안전성 평가 시 부지 고유의 지진동특성 파라미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지하압축공기 저장소, 이산화탄소 저장 부지 등과 같이 심도 500m 이상의 지층 처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처분 심도에 대한 부지특성 연구 및 지진동특성 파라미터에 대한 연구개발 또한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는 지하 심부에서의 지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4년 6월 지하 300m 및 지하 600m로 시추공을 굴착, 국내 최장 심도의 지진계 설치를 완료했다.

시추공에는 시추공 붕괴로부터 지진계를 보호하기 위해 시추공벽에 케이싱을 설치했으며 지진계가 위치되는 곳의 암반과 일체거동을 위해 홀락(Hall Lock)시스템을 통해 지진계를 고정시키게 된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는 지진동의 속도 및 가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도록 속도계-가속도계 일체형 모델을 국내 최초로 설치, 시추공 내에 놓이는 지진계와 지표면 상에 놓이는 지진기록계와의 케이블 길이에 따른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광케이블로 연결했다.

시추공 내 지진관측자료는 24시간 한수원 중앙연구원 자연재해센터로 전송돼 지속적인 비교·분석을 통해 심도별, 지진규모별 지진응답에 대한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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