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주배관 건설현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거제~진해 주배관 건설 현장이다. 고난도 공사가 많기도 하지만 부산 및 영남권의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급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제~진해 구간 중 약 7.8km의 해저터널 공사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저터널이 뚫리면 터널 내부에 천연가스 배관을 설치하게 된다. 가스가 바다 속 터널을 지나가는 셈이다. 거제~진해 해저터널 공사 현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 거제~진해 주배관 건설은

정부의 제10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라 지난 2013년 5월23일부터 시작된 거제~진해 주배관 건설은 1공구, 2공구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설계는 포스코엔지니어링이 맡았다. 

거제~진해 1공구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동에서 거제시 장목면 일원까지 주배관 15.43km(30인치)와 제덕관리소(BV)를 건설하는 공사다. 현대건설(90%)과 계룡건설산업(10%)이 시공을 맡았다.

거제~진해 2공구는 경남 거제시 연초면 연사리 일원에서 장목면 구영리 일원까지 주배관 20.23km(30인치)와 공급관리소 3개소(구영VS, 장목VS, 연초BV)를 건설하는 공사다. 풍림산업(60%)과 두산건설(40%)이 시공을 맡았다.

지난 4월 현재 1공구는 17%, 2공구는 3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 7.8km 해저터널 ‘주목’

거제~진해 주배관 공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1공구 공사현장이다. 거제~진해 천연가스 배관망 연결을 위한 약 7.8km의 해저터널 공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사는 거제~진해간 해저를 터널로 관통한 다음 터널내부에 천연가스 배관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시행된다.

지난 3월31일 거제에서 진해방향의 약 4.3km의 해저터널 굴진공사가 시작됐다.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 지하 약 100m 지점에서 진해방향으로 첫 굴진을 시작한 것. 해저터널을 수평으로 굴진하기 위해서는 굴진공사가 시작되는 곳에 수직추진구가 필요하다. 지난 2013년 5월 해저터널 굴진을 위한 준비작업인 약 100m에 달하는 수직추진구(직경 14m, 구영추진구) 설치공사를 시작해 약 14개월에 걸쳐 이 공사를 끝내고 이번에 첫 굴진에 들어가게 됐다.

가스공사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올 하반기에는 진해에서 거제방향으로 약 3.5km의 터널굴진을 시작할 예정이다. 진해에서 출발하는 해저터널 굴진의 시작지점(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부산신항 웅동1지구 윗꼬지섬)인 제덕추진구(지하 약 85m) 공사도 이미 완료된 상태로 오는 8월 경 첫 굴진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저터널 중간지점에서는 해상의 무인도인 ‘지리도’를 관통하게 된다.

▲ 강릉건설 현장직원이 공사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 해저터널 공사 어떻게 하나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1월 말 완공한 총 47.5km의 영종~교하 주배관 건설에서 약 3.3km의 해저터널에 천연가스 배관을 성공적으로 설치한 바 있다. 영종~교하 해저터널(영종도~김포) 구간에 사용되던 쉴드(Shield)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이 거제~진해 해저터널 공사에도 적용된다.

TBM 공법은 TBM 장비의 커터헤드를 회전시켜 굴착하고 실드의 후부를 기점으로 세그먼트(고강도 특수 콘크리트 블록)를 설치해 터널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다. 단거리·소구경은 세미 쉴드(Semi-Shield) TBM, 중·대구경 및 장거리는 쉴드(Shield) TBM 공법이라고 부른다.

지난 4월14일 기자는 거제~진해 해저터널 공사현장을 찾았다. 거제에서 진해방향의 해저터널 첫 굴진 지점인 구영추진구(구영리 해수욕장) 현장이었다. 지하 약 100m에 달하는 구영추진구를 내려가자 첫 굴진지점인 외경 3.2m, 내경 2.8m의 터널 내부에 TMB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TBM 굴진기는 약 8m로 원통형이다. 굴진기 뒤로는 약 140미터에 달하는 부수적인 장비들이 길게 연결돼 있다. 첫 굴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격적인 굴진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정대훈 한국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 서부건설사무소 과장은 “초기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굴진을 시작하면 하루에 7~8m 정도 굴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TBM 공법은 공사로 인한 지역주민의 불편을 줄이고 지표면을 직접 굴착하지 않음으로써 자연환경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 과장은 “터널을 뚫는 방식은 크게 나튬(폭약 발파) 공법과 ‘비개착공법’으로 불리는 기계식(TBM) 공법이 있는데 TBM 공법이 나튬 공법보다 안정적이고 시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예전에는 바다 밑으로 들어가 준설선 바닥을 파내 배관을 설치했는데 이 방식은 부유물이 발생하고 어업피해보상 문제도 있다”라며 “또 바다 위에 떠다니는 컨테이너선 등이 많으면 작업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영종~교하, 거제~진해 해저터널에 TBM 공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이 100여미터의 수직추진구 벽면에는 굴착과정에서 생긴 파쇄물을 이송하는 관로들이 설치돼 있었다. TBM의 이수식(Slurry) 방식을 통해 파쇄물을 일일이 나르지 않고 펌프 압력을 이용, 연결관로를 통해 외부로 자동으로 빼내게 된다.  

2017년 상반기에 7.8km에 달하는 해저터널 공사가 완료되면 터널 내부에 천연가스 배관이 설치된다.

천연가스 배관 1개의 길이는 통상 12m 정도다. 직경 14m의 수직추진구로 12m 짜리 배관들을 내려 터널 내부에 일렬로 연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영종~교하 해저터널 공사 시 개발했던 ‘배관이송 및 Fit-up 특수대차’가 사용된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공사기간 단축 및 공사비 절약이 가능하다. 

해저터널 내부 작업 시 질식사고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인터폰, 산소호흡기, 특수 환기시스템, 소화기, 가스감지기 등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설치된다.

또한 수 십 년이 지나면 터널 내부에 물이 찰 수 있기 때문에 배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관이 부력을 수용하는 공법’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사 완료 후에는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이 개발한 로봇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해저터널 내부 배관의 안전성을 점검하게 된다. 

한편 거제~진해 주배관망과 연결되는 진해~장림 주배관(30인치×17km) 건설공사의 해저터널 구간(4.5km)도 TBM 공법을 이용해 공사 완료 단계에 있다. 거제~진해 1공구 육상구간 5.4km 중 약 400m에도 세미 쉴드 TBM 공법이 적용됐다.  

■ 해저터널의 의미와 기대효과

거제~진해 해저터널 공사가 완료되면 TBM 공법을 적용한 국내 최장의 해저터널 시공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양진열 한국가스공사 부산경남지역본부 서부건설사무소 차장은 “우리나라의 지형특성상 일반적으로 산악지역 및 도심지역에 시공하는 터널공사와 달리 해저 지반에 TBM공법을 최장적용하게 된다”라며 “이에 따라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경험을 축적하게 돼 국내 터널 시공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경남지역의 해마다 늘어나는 동절기 천연가스 피크수요에 대응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양 차장은 “거제 지역이 지난해 말 통영으로부터의 공급배관 연결로 천연가스 보급 확대가 이뤄진 것에 이어 이번 공사가 완료되면 기존 공급배관과 진해로부터의 신규공급배관이 환상공급망(통영~거제~진해~부산)을 이뤄 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거제~진해 천연가스 배관 연결사업’을 2017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2017년 이후에는 거제~진해 배관망을 통영~마산~김해를 경유하는 기존 육상 공급망과 연결해 경남지역 동절기 피크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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